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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용기 그리고 희망에 대하여! 더글라스 케네디 신작 ‘빛을 두려워하는’

입력 2022-01-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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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두려워 하는
빛을 두려워하는|더글라스 케네디 지음|조동섭 옮김(사진제공=밝은 세상)

오롯이 나를 위한 삶을 살고자 했던 남자의 이야기를 다뤘던 ‘빅 픽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장편소설 ‘빛을 두려워하는’은 27넌 간 광통신회사에서 영업 일을 하다 우버 운전을 하게 된 56세 브렌던의 이야기처럼 시작한다.


회사를 퇴직하고 우버 운전자로 일하는 가장이 다양한 손님들을 만나며 최근까지 자신의 모습을 비롯해 어린시절, 형제, 아버지, 아내 등 가족과의 에피소드를 곁들이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쉴 틈 없는 근무조건, 최저임금, 무례한 손님들로 반복되는 감정노동 등에 시달리는 우버 운전사 브렌던을 화자로 작가는 ‘임신중절’에 대한 양극화를 다룬다.

브렌던이 운전을 하다 만난 앨리스, 그는 은퇴한 교수 출신으로 임신중절 수술을 받기로 한 여성을 돕는 자원봉사자다. 앨리스를 비롯해 임신 중절에 반대하는 아내 아그네스카, 성폭력 피해 여성을 돕는 쉼터에서 일하는 임신 중절 옹호론자인 브렌던의 딸 클라라 등 인물들은 ‘임신중절’로 첨예하게 대립한다.

첨예하게 반복하고 격돌하는 신념 뒤에는 교묘하게 이를 이용하는 악의 세력들이 도사리고 있다. 소설 속 로스에인젤레스 최고의 자산가 켈러허처럼. 그는 미성년자를 납치해 감금하고 성폭행해 임신시키고도 어떤 처벌이나 불이익도 받지 않는 인물이다.

캘러허는 명예욕에 휩싸인 토더 신부가 이끄는 임신 중절 반대운동 단체와 옹호 단체 모두에 기부금을 내 그 대립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단체들은 맹목적인 신념에 빠져들어 부화뇌동한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임신중절’을 소재로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이 욕망을 채우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떻게 세상을 농락하고 음모를 꾸미며 희생자를 양산하는지를 보여준다.

‘빛을 두려워하는’은 그렇게 광기어린 사회운동과 그 배후에서 이속을 챙기려는 부자와 권력자들을 비롯해 자신의 경험과 특정한 계기로 맹목적으로 빠져드는 믿음과 신념, 그 믿음을 지키기 위해 휘두르는 폭력과 배타적 자세 등을 아우른다.

오롯이 자신만이 옳다고 믿으며 싸우는 사람들, 그들 뒤에는 그 싸움을 지켜보는 듯하지만 좌지우지하는 악인이 있고 엉뚱하게 희생되는 약자들이 있다. 그렇게 ‘빛을 두려워하는’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전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던 현상들 그리고 지금도 어디선가 작동되고 있을 커넥션과 시스템들을 닮았다.

그럼에도 소설은 자신을, 균형을, 품격을 지키려 애쓰는 브렌던을 통해 그리고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사람과의 공감대 형성 및 우정을 통해 불균형하고 부조리한 사회에 목소리를 낼 용기를, 서로에게 빛이 돼주고 빛을 발견하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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