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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4대강 보 해체와 환경 정치

입력 2022-02-2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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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4대강 보 해체와 관련된 내용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정치 쟁점화되어 합리적 논의가 사라졌다.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재산권이 설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환경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들이 시장에서 정리되기 어렵다. 더욱이 정치 쟁점화된 사업은 합리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정치가 환경문제를 독점하고 정책의 타당성은 검토되지 않는다.

환경 개선은 일차적으로 개개인의 책임이지만, 환경 개선을 위해 개인이 할 수 없는 대규모 설비가 필요하고 우리 모두의 동참이 요구된다. 당위론적인 논의를 근거로 환경 개선을 위해 어떤 비용도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환경 개선이라는 명목이라면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문재인 정권은 환경 정치를 통해 타당한 근거도 없이 4대강 보 해체를 시도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대통령 선거 정치에서 승리한 사업이었다. 4대강 사업은 보의 설치뿐 아니라 제방 보강과 준설, 친수 공간 확보 등 다양한 사업으로 구성됐다. 환경도 지키고 홍수도 조절하면서 친수 공간을 늘리는 사업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편을 가르고 갈등을 폭증시키는 정치 현실에서는 정권의 향방에 따라 사업의 운명이 달라진다. 4대강 사업을 정치적으로 반대한 문재인 정권은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과장하면서 4대강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정책 방향을 설정했다. 정책 방향이 파괴적이었지만, 문재인 정권은 집권 이후 4대강에 설치한 보를 해체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4대강 보 해체가 타당하기 위해서는 설치된 4대강 보가 환경적 재앙을 만든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근거를 따지기 전에 보를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에 언뜻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너무 많다. 4대강 보에는 수문이 있다. 보의 철거와 수문 개방이 환경 개선에 얼마나 다른 효과를 내는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권은 금강의 세종보, 공주보, 영산강의 죽산보를 해체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공주보의 가동보 길이는 238m, 고정보 길이는 36m이다. 죽산보의 가동보 길이는 184m로, 죽산보는 대부분 가동보로 구성됐다. 세종보의 가동보 길이는 223m, 고정보 길이는 125.0m이다. 가동보를 이용하여 해체의 상황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 정부가 해체를 결정한 보의 실질적 실익은 거의 없다.

문재인 정권은 세종보를 개방한 이후 녹조 감소 등 수질 개선 경향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으나, 자의적 판단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보를 해체하지 않으면 보를 유지관리하는 비용과 수질 및 생태 개선 기회비용 등으로 1,688억 원의 손해가 예상된다고 발표했으나 추정치의 근거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일부 언론들은 문재인 정권의 보 해체 결정을 뒷받침하는 보도를 내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홍수 피해액은 줄지 않았다는 보도를 하거나 심지어는 환경 재앙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언론뿐 아니라 일부 학자들도 불합리한 논의에 동참했다. 문재인 정권과 친정부 언론과 시민단체 그리고 일부 학자들이 4대강 사업이 재앙을 만들어 낸 것으로 주장하면서, 보 해체 지지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환경 정치의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합리적 토론이 가능할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불합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

문재인 정권이 보 해체의 근거로 삼는 환경부의 연구 결과는 신뢰하기 어렵다. 몇 가지 핵심적인 쟁점을 검토해 보자. 첫째, 환경부의 연구는 보의 수문을 개방한 시기의 수질이 보를 해체했을 때의 수질을 모사한다는 가정으로 수질 개선 효과를 논의하고 있다. 보의 수문을 개방하는 것이 보 해체와 동일한 수질 개선 효과가 난다면 보 해체로 인해 발생하는 수질 개선의 순편익은 없다. 수문을 개방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보를 운영한 시기의 수질과 보의 수문을 개방했던 시기의 수질을 비교해 보의 수문을 개방했던 시기의 수질이 더 개선됐다는 증거가 있는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지표에 따라 개선된 것도 있고 악화한 것도 있다. 보에 따라서는 오히려 환경부의 연구에서도 수질이 악화한 것으로 평가됐다.

셋째, 수질 개선의 편익을 계산할 때, 개선된 지표만을 이용하였으나 개선의 정도는 비전문가가 인식할 수 없는 정도이다. 환경정책기본법 상의 수질 등급으로 평가해도 큰 차이가 없다. 넷째, 편익 추정에서도 설문 응답자가 인식할 수 없는 수치의 변화에 대한 편익을 계산함으로써 편익 수치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다. 환경부 연구 결과도 믿기 어렵지만 멀쩡한 보를 해체하여 물 이용을 어렵게 만들고, 전력의 생산이나 수변 환경의 개선 등 수심이 깊은 강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편익을 포기해야 한다는 논리도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보 해체 주장의 근거에서 보의 다양한 효과는 무시됐고, 수질 악화 효과는 과장됐다. 학술지에 게재된 4대강 보에 관한 연구들은 체류 시간의 증가가 유해 남조류를 증가시키는 요인인가에 대한 일관된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보 해체로 수심이 낮아지면서 강이 아니라 실개천과 같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강이 실개천이 되는 것은 강의 자연화는 아니다. 수심이 낮아지면서 수질이 악화하는 현상도 관측됐다. 정치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환경에 관한 연구 결과, 정치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는 정부 부처, 정치에 따라 근거도 없이 입장을 달리하는 언론, 정치에 따라 특정 주장을 고집하는 시민단체 등, 환경 정치의 타락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4대강 보 해체에 대한 찬반을 떠나서 이성적이고 과학적 논의가 필요하다. 환경 정치는 정권을 잡기 위해 지지 세력에게만 인기를 얻고 직접적으로 피해를 받는 주민들은 무시한다. 지지 세력도 지금 누리고 있는 환경이 자신들이 반대했던 사업들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는 것을 잊기도 한다. 환경 정치는 정부의 실패를 초래하고, 실패의 부담은 현재와 미래의 사람들이 짊어지게 된다.

100년간 노력으로 쌓아 올린 마천루의 불빛보다 이름도 없는 풀 한 포기가 소중해 보인다. 그렇지만 마천루가 무너지고 풀이 무성한 세상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환경 정치가 아니라 진지하고 이성적 검토를 바탕으로 합리적 환경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양준모 연세대(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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