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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면서 이른바 ‘월화수목금금금’으로 불리는 주 4일제 도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며 많은 국가와 글로벌 기업들은 주 4일 근무제를 새롭게 도입, 근무 만족도와 생산성 증가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주 4일제 도입 공약이 제시되는 등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며 관련 논의가 더욱 활발해 졌다.
◇ 코로나19 로 재택근무 효과 확인… 주 4일제 도입 논의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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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7월 국내에서는 주 5일제가 도입됐다. 그간 일요일을 빼고 주 6일 근무하던 체제에서 휴무일을 이틀로 늘려 5일만 근무하는 제도가 시행된 것이다. 당시 제도 도입을 앞두고 ‘일주일에 5일만 일해서 직장이 제대로 돌아가겠느냐’는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주 5일제 도입 시행 19년차를 맞은 현재는 주 4일제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로 발생되는 사회적 문제, 일과 삶의 균형인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적용된 탄력근무 시스템이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관심이 커진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시행한 재택근무가 업무의 양과 질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것을 목격하며 노동의 유연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과 이를 위해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 노동시간과 생산성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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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노동생산성 지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38개 회원국 가운데 근로시간은 3위, 노동생산성은 27위를 기록했다.
2020년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평균 1908시간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긴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회원국의 평균 노동시간인 1687시간과 비교하면 연간 221시간(9.2일),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연간 1332시간)보다는 연간 576시간(24일)이나 일을 더 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한국의 근로자 한 명이 1시간 동안 생산하는 재화·용역의 부가가치를 측정하는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020년 기준 41.7달러로 집계됐다. 노동생산성 1위를 기록한 아일랜드(111.8달러)와는 약 3배가량 차이난다. 우리나라보다 소득수준이 낮은 슬로바키아(45.8달러), 슬로베니아(45.7달러), 체코(42.1달러) 등 주요 동유럽 국가들도 한국을 앞섰다.
◇ 주 4일제의 경제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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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일제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은 한국의 야근 문화와 필요 이상으로 긴 근로시간이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며 한국이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나라’가 되려면 노동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주 4일제를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고 근무 시간에 집중도를 올려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2019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 5일제 순차적 도입이 노동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책 도입 이후 노동시간은 월 평균 약 6시간(주당 약 1.5시간, 전체의 3%) 줄고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 정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5일제 도입으로 인한 시간당 임금은 6.6%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주 4일제를 시행하게 되면 그만큼 여가 시간이 늘어나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서비스 업종의 수요 창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주 5일제 시행 첫해인 2004년에는 각종 레저와 스포츠 등 취미 활동을 위한 직장인 모임이 증가했었다. 당시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서는 응답자들이 평균 월 소득의 13.6%(23만3400원)를 주 5일제에 따른 여가비로 지출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주 4일제 도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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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는 이미 주 4일제 도입이 시작됐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영국, 독일과 아이슬란드 등이 주당 35∼37시간 내외 주 4일제를 시행 중이다. 영국은 올해 6월부터 연말까지 30개 기업이 주 4일제를 시범 운영한 뒤 본격 도입할 예정으로, 임금 삭감 없는 생산성 향상과 노동자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가 충분히 양립 가능하다는 중간 평가들이 도출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주 4일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미국 민간 기업의 25% 이상은 주 4일제와 유사한 방식의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기업들이 주 4.5일제 또는 주 4일제를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운영사,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 등은 주 4.5일제를, 에듀윌·카카오게임즈·뮬라웨어·엔돌핀커넥트·밀리의 서재·SK수펙스추구협의회 등은 주 4일제를 도입하고 있다. 격주로 주 4일제를 운영하는 기업들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 전반에 주 4일제 도입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노동환경과 임금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재계에서는 주 52시간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 4일제 전면 시행은 시기 상조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기업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인건비 상승과 가동률 축소를 유발하는 노동시간 추가 감축은 안 된다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여론을 살펴보면 찬성론이 좀 더 우세하다. 지난해 한국리서치가 1000명을 대상으로 주 4일제 도입 여부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찬성은 51%, 반대는 41%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20대와 30대의 찬성 응답이 70%를 넘어서는 등 연령이 낮을수록 찬성 의견이 많았다. 근로자별로는 정규직에서는 67%, 비정규직 근로자는 51%가 제도 도입에 찬성했다. 자영업자는 반대한다는 응답(61%)이 더 높았다. 하지만 ‘임금이 줄어든다면’이라는 전제가 붙자 찬반이 뒤바뀌었다. 응답자의 64%는 ‘임금이 줄면 안 하겠다’라고 답했고, 29%만이 그럼에도 주 4일 근무를 하겠다고 응답했다. 공통적인 여론은 주 4일제 논의에 긍정적이지만, 제도 도입의 핵심 전제 조건이 ‘임금 유지’임이 확인된 것이다.
한국이 기타 선진국들처럼 근무 만족도와 생산성 증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변화를 지켜봐야 할 때이다.
출처=하나은행
정리=안동이 기자 dyah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