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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용기가 필요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입력 2022-04-1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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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9 대선에서 승리한 윤석열 당선인은 대표적인 자유 시장경제 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를 감명 깊게 읽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투표 바로 다음 날인 10일 ‘당선 인사’를 하면서 제1성(聲)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로 세워 위기를 극복하고 통합과 번영의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반시장적인 정책의 폐해를 고스란히 입어온 국민으로서는 ‘시장경제’와 같은 실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신선한(?) 단어에 앞으로 커다란 정책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며칠 후에 있었던 경제단체장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정부가 아닌 민간주도를 강조하면서 ‘기업이 성장하고 자유롭게 활동하는 데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규제개혁과 규제철폐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으로, 이 또한 규제를 근간으로 한 문재인 정부의 반시장정책 기조와는 다른 방향으로 갈 것을 예고한 것으로 보였다.

윤석열 정부가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중심의 경제’ ‘시장경제 바로 세우기’라고 하는 정책 기조를 가장 선명하게 선보일 수 있는 부문은 단연 부동산 시장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갈랐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부동산 시장은 모든 국민의 초미의 관심사이기도 하거니와 특히 문재인 정부의 반시장적 정책이 대실패로 판명이 난 대표적인 부문이기 때문이다 .

잘 알다시피, 그 대실패의 원인은 이른바 ‘부동산 3법’ 등을 통해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대대적으로 개입한 데에 있다. 예를 들어,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중심으로 한 임대차 규제로 인해 지난 5년간 전세가격이 전국 평균 4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차 규제가 임대차 시장의 경직성을 크게 높였고, 이로 인해 전세 물건이 시장에서 대거 사라지면서 임대인이 ‘임차인을 면접’하는 지경까지 되었다. 다주택자를 범죄자 취급하고 징벌적인 과중한 세금과 과도한 대출 규제 등으로 주택을 팔지도 못하고 사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 사정이 이런 만큼 문재인 정부 때와는 확실하게 구분되는 부동산 규제 철폐 및 시장친화적인 부동산 정책으로의 전환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정도다 .

물론 윤 당선인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뒤집고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부동산 정책과 관련하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은 ‘시장경제 바로 세우기’에 대한 당선인의 의지가 정말 확고한 것인지, 인수위가 당선인의 의지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일말의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시장경제 바로 세우기’를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의 기능 회복이 우선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에 겹겹이 씌워져 있는 규제들을 혁파하는 것이 관건이다. 적어도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부동산 시장에 덧씌워진 규제들만이라도 과감하고 신속하게 걷어내야 한다. 그런데, 인수위의 발표를 보면, 재건축 규제 ‘완화’, 대출 규제 ‘완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한시적’ 배제 등등 규제 ‘철폐’가 아닌 ‘완화’ 수준이고, 완전 폐기가 아닌 ‘한시적’ 조치다. 이러한 정도로는 ‘시장경제 바로 세우기’ 수준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최근 집값이 상승 움직임을 보이자 ‘속도 조절’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속도 조절’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은 시장을 신뢰하지 못하고, 여전히 시장을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시장에 대한 그런 잘못된 믿음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대실패의 근본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막아두었던 물길을 트면 처음에는 물이 세차게 빠져나가는 법이다. 그리고 물이 세차게 빠져나가는 만큼 물길도 신속하게 복원된다. 처음에 물이 세차게 빠져나가는 것이 두려워 조그마한 구멍만 낸다면, 막힌 물길은 여전히 막힌 채 복원은 요원한 일이 된다. 마찬가지로, 겹겹이 쌓인 규제로 꽉 막혀 있는 부동산 시장도 규제가 풀리게 되면 처음에 가격이 심하게 요동칠 것은 당연하다 . 그런데, 그런 가격의 세찬 요동이야말로 부동산 시장을 신속하게 정상으로 되돌리는 동력이다. 가격의 세찬 요동이 두려워 규제를 찔끔찔끔 완화하는 조치만으로는 부동산 시장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동력이 힘을 받지 못하고 ,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규제가 혁파되어 정상화되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시장의 출렁임은 규제가 풀어지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아니고, 시장이 복원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마땅히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일 뿐이다. 물론, 비록 단기간에 그치겠지만 시장의 급격한 변동은 국민의 지지를 잃을 수도 있는 정치적 위험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 하지만 그것이 두려워 회피하려 한다면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도 없다. 결국,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신뢰와 더불어 단기간의 지지율 등락에 연연하지 않을 용기가 필요하다 . ‘시장경제 바로 세우기’를 내세우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필요한 것도 바로 이것이다.

 

권혁철 자유와시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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