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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본질에 집중한 세 번째 ‘광주’…광주부터 우크라이나까지 “딛고 일어나 노래하고 춤추고 사랑하자”

입력 2022-04-2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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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주
뮤지컬 ‘광주’ 공연 장면(사진=허미선 기자)

 

“세 번째 시즌을 맞아 레퍼토리화시키면서 집중한 건 본질입니다. 진실을 다루는 서사지만 본질을 어떻게 보여줄까를 고민했어요. 왜 광주에서 이런 납득할 수 없고 분노할 일들이 벌어졌는지, 그들이 폭도로 몰린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죠.”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21일 열린 뮤지컬 ‘광주’(5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의 고선웅 작·연출은 세 번째 시즌을 맞아 집중한 데 대해 “본질”이라고 답하며 “청솔부인회 이야기, ‘눈엔 눈’이라는 넘버 등을 통해 당시 광주가 얼마나 패쇄되고 조작됐는지 선명하게 보여드리고자 했다”고 부연했다. 

 

뮤지컬 '광주'(사진=허미선 기자)
뮤지컬 ‘광주’ 공연 장면(사진=허미선 기자)

 

뮤지컬 ‘광주’는 시민으로 위장해 교란하고 선동하는, 일명 ‘프락치’라 불렸던 편의대원 박한수(정동화·신성민, 프레스콜 시연 배우 우선·시즌합류·가나다 순)와 야학교사 윤이건(이지훈·조휘) 그리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독재에 맞서는 광주 시민들의 이야기다.

고선웅 작·연출과 더불어 ‘적로’ ‘달이 물로 걸어오듯’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 오페라 ‘1945’ 등의 최우정 작곡가, ‘모래시계’ ‘팬레터’ ‘귀환’ ‘그날들’ 등의 신선호 안무가,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의 이성준 음악감독이 함께 한다.  

 

뮤지컬 '광주'(사진=허미선 기자)
뮤지컬 ‘광주’ 공연 장면(사진=허미선 기자)

 

“무대는 허구의 공간입니다. 허구의 공간에서 사실을 다루다 보니 어려운 부분들이 있죠. 배우들의 감정이 격앙되는 순간들이 계속 생겨나기도 했고 사실을 어떤 태도로 바라볼까에 대해 고민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고 살아야 하니까요. ‘딛고 일어나 노래하고 춤추고 사랑하자’는 태도로 본질을 잘 보여드렸을 때 실제로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은 분들에게도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새로 추가되거나 같은 제목이지만 수정된 넘버와 장면들도 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려는 광주 시민의 의지를 보여주는 넘버 ‘눈엔 눈’이 그 예다. 광주시민을 폭도로 만들고자 자극하며 무기를 쥐어주는 편의대원들의 제안을 거절하며 한 시민군(김보현)이 한쪽 다리가 성치 않았던 동네 형의 일화를 들려주며 다시 일어서자 의지를 다지는 곡이다. 

 

뮤지컬 ‘광주’ 관계자에 따르면 “같은 제목을 하고 있지만 곡 멜로디를 새로 작곡하고 시민군이 부르는 솔로곡도 새롭게 추가된 넘버다.”

 

뮤지컬 '광주'(사진=허미선 기자)
뮤지컬 ‘광주’ 창작진. 왼쪽부터 이성준 음악감독, 유희성 예술감독, 고선웅 작, 연출(사진=허미선 기자)

 

고선웅 연출은 “박한수의 관점이 있어야 광주를 객관화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박한수 역할이 작아지거나 윤이건 역할이 강화되는 건 없다”며 “광주에서 벌어진 일을 설득력있게 이해시킬 수 있도록 순서를 바꾸긴 했지만 비중의 변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음악적 변화에 대해 이성준 음악감독은 “희망, 분노 등을 표현하는 ‘님을 위한 행진곡’의 8마디를 다양하게 변주했다. 그 8마디를 목소리를 활용한 아카펠라로, 기악곡으로만, 관현악으로만 표현하는 부분들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실재했던 ‘훌라훌라’를 차용해 마치 그 시대를 풍유할 수 있게 묘사한 부분들로 즐거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첫 도전 이지훈·조휘, 정동화, 문진아 “진실 알리는 작품 위해 기꺼이!”

뮤지컬 '광주'(사진=허미선 기자)
뮤지컬 ‘광주’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

“초연부터 단단하게 만들어진 ‘광주’에 참여하게 돼 책임감이 남달라요. 역사 안의 실제 사건을 다루고 있고 실재했던 민주주의 열사들을 모티프로 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5.18 당시의 주요 장소들, 쓰인 말들, 노래들이 녹아있죠.”

세 번째 시즌 ‘광주’에 황사음악사 주인 정화인으로 새로 합류한 문진아는 이렇게 전하며 “연기하면서 마음이 무겁지만 리딩 당시 (고선웅) 연출님께서 하신 ‘통쾌하게 열정적으로 공연하면 좋겠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됐다”며 “그런 것들을 담아내면서 더 뜨겁게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광주'(사진=허미선 기자)
뮤지컬 ‘광주’ 중 윤이건 역의 조휘(사진=허미선 기자)
야학교사 윤이건으로 새로 합류한 이지훈은 “연출님의 ‘제일 중요한 건 감정에 속지 말자. 감정마저 진실이 아닌 거짓이 될 수 있으니 담담하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 그래야 관객들도 정보에 깊숙이 들어올 것’이라는 연출님 얘기가 도움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감정에 빠져서 범하는 오류들을 경험했어요. 정말 슬프고 힘들고 탄식스러운 장치들이 여러 개다 보니 감정을 쏟아내게 되더라고요. 과연 (거리로 나서서 투쟁)할 때마다 그들이 이렇게 울었을까, 의연하지 않았을까 등 여러 생각을 하게 됐죠. 그래서 진심을 다해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한 이지훈은 “누구 한명에 의해 진행되는 작품이 아니다”라며 “개인적으로는 이런 작품들이 사랑을 많이 받기를 바란다. 배우가 보이기 보다는 작품이 보이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윤이건 역의 조휘는 “언제 섭외가 오더라도 이 작품을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2년의 ‘광주’는 우리가 받아들여야할 운명이고 마땅히 걸어가야할 작품이에요. 누군가는 이런 작품을 하고 노래하고 이야기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505부대 편의대원 박한수로 새로 합류한 정동화 역시 “이 작품이 알려지는데 뭔가를 할 수 있다면 다 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개인적으로 뮤지컬 ‘광주’는 이런 작품 같아요. 낯선 곳에 도착해 배가 고픈데 갈 데가 없어서 우연히 들어간 음식점이 3대를 이어온 장인의 맛집을 만난, 그런 느낌의 작품인 것 같습니다.”


◇광주부터 지금의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뮤지컬 '광주'(사진=허미선 기자)
뮤지컬 ‘광주’ 공연 장면(사진=허미선 기자)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가장 충격적인 건 (러시아에 침공당한) 우크라이나 사태예요. 1980년처럼 험악한 시대도 아닌 2022년에 한 사람이 그런 결단을 내리고 그런 짓을 벌이는 게 납득도, 용인도 안돼요. 1980년 광주 사태가 고스란히 재현되는 느낌을 받아요.”

고선웅 연출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이렇게 밝히며 “여전히 반복되는 걸 느낀다”며 “무엇인지 모르지만 순환되고 있다는 데 말을 못잇겠다”고 한탄했다. 

 

일본 TV에서 상영된 ‘광주’ 공연실황에 대해 윤이건 역의 조휘는 “42년 전 이야기지만 ‘광주’는 비단 한국만의 역사도, 과거의 이야기도 아닌 지금 우리 이야기, 전세계 이야기”라며 “본질은 강한 자가 다 가지려고 약한 자의 것을 뺏으려 할 때의 문제”라고 짚었다. 

 

뮤지컬 '광주'(사진=허미선 기자)
뮤지컬 ‘광주’ 공연 장면(사진=허미선 기자)

 

“더 가지려는 가진 자에 의한 억울한 희생을 팩트 기반으로 이야기한다는 자체가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창작진, 배우 등이 이런 일을 하지 않으면 그대로 땅속에 묻힐 테니까요. 그 본질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려 아름다운 음악과 글로 관객과 만나는 건 대단한 용기죠. 역사라는 건 펜을 든 자들이 양심을 지킬 때 보존할 수 있어요. 그대로 온전히 보존하지 않으면 왜곡되거든요.”

이어 조휘는 “손에 펜을 쥐던 야학교사가 총을 들 수밖에 없는, 교사가 전사가 될 수밖에 없는 과정을 통해 강한 자들이 나누려 할 때 세상은 평안해진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며 “유명한 사람, 히어로 등이 나와서 한방에 해결하는 게 아니라 소시민을 주인공으로 우정과 운명을 다룬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유희성 예술감독님은 그 현장에서 최루탄을 마셨고 고선웅 연출님은 광주서 자라며 현장을 목격한 분입니다. 그런 분들이 양심적으로 종이에 온전히 보존했기 때문에 이런 문화적 장르가 탄생했죠. 양심을 지키려고 할 때 예술은 관객에게 더욱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광주'(사진=허미선 기자)
뮤지컬 ‘광주’ 공연 장면(사진=허미선 기자)

 

유희성 예술감독은 “42년 전인 1980년 실화를 바탕으로 작가적·연출적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다. 광주문화재단에서 진행 중인 ‘님을 위한 행진곡’ 대중화·세계화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이라며 “기획단계부터 해외 진출 목표를 가지고 진행했다”고 털어놓았다.

유 감독에 따르면 일어에 이어 영어 자막을 작업 중인 ‘광주’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의 서울 공연 후 5월 광주, 아직 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세종시 공연 후 11월경 브로드웨이 무대에 선다.

“세계화의 첫 번째 목표지점으로 정식 프로덕션이 아닌 쇼케이스 정도로 무대에 올릴 예정입니다. 현지 배우들과 몇 명의 국내 배우가 참가하죠. 어떻게 세련되고 잘 전달 할 수 있을지 현지분들과 소통하며 심도 있게 연구 중이죠. 뮤지컬화한 이야기로 세계 젊은이들에게 광주정신과 민주항쟁의 역사적 사실을 세계화할 생각입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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