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비바100] 탁월한 문제 해결자에서 중력을 거스르는 최초의 질문자로! ‘최초의 질문’

입력 2022-04-28 18:00 | 신문게재 2022-04-29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winter-gd06dc1a1c_1920

 

정답이 있는 질문에 완벽한 대답을 내놓는 능력과 기존 범주를 깨는, 답이 정해지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행위. 탁월한 문제 해결자와 최초의 질문자. 어쩌면 끝과 시작, 해피엔딩과 출발점처럼 보이는 두 개념은 결국 ‘주체’의 문제다. 

 

누군가 던진 질문에 단 한번의 실수도 없이 이론이나 공식을 대입해 완벽한 해답을 내놓는 행위의 주체는 스스로인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처음 질문을 던지고 해답에 이르는 이론과 공식을 찾아낸 이들이다. 최초의 질문부터 많은 이들이 오랜 시간 축적해온 데서 필요한 것들을 꺼내 대입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반면 기존 범주에서 벗어난 질문이나 의문의 답을 찾기 위해 이론을 세우고 공식을 만들어내며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겪고 이를 축적하는 행위의 주체는 오롯이 스스로다.   

 

‘축적의 시간’으로 산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던 서울대학교 이정동 공학전문대학원 및 대학원협동과정 기술경영경제정책전공 교수의 신간 ‘최초의 질문’은 그래서 혁신의 주체에 대한 이야기다.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시켰다. 1964년 UNCTAD 창립 이래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으로 올라선 건 처음이다. 

  

한국 대기업의 글로벌 전략, 기술 벤처들의 활약,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대처하는 독자적인 방역체계, 전세계적으로 아미(ARMY, 방탄소년단 글로벌 팬클럽 이름)를 양산시킨 방탄소년단(RM·진·슈가·제이홉·지민·뷔·정국), 최근 글로벌 콘텐츠 시장은 물론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역사 바로잡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애플티비플러스 ‘파친코’ 등. 선진국 벤치마킹에 열을 올리던 한국은 이제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최초의 질문
최초의 질문|이정동 지음(사진제공=문학동네)

 

소위 ‘국뽕’이 차오를 법한 도약에 이정동 교수는 한 책의 제목을 빌어 ‘눈 떠보니 선진국’이라고 표현한다.

 

이제 막 선진국으로 도약한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모범생다운 문제 해결자가 아니라 도전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최초의 질문자, 이미 세워진 룰의 순응자 보다는 규칙의 창조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는 중력에 적응해 왔다면 이제는 중력을 거스를 때라는 의미다. 

 

책은 ‘질문이 달라졌다’ ‘기술은 어떻게 진화하는가’ ‘기술 탄생의 현자에서 찾은 혁신의 원리’ ‘질문하는 사람을 찾아서’ ‘세계의 기술 경쟁을 좌우하는 최초의 질문’ ‘최초의 질문을 던지는 국가’라는 6개장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꿈꿔야 할 진정한 선진국으로서의 미래를 담는다.

 

한국의 성장 과정을 돌아보며 최초의 질문 없이 어떻게 지금까지 발전할 수 있었는지, 최초의 질문을 품기 어려운 구조가 된 이유 등을 설명하고 혁신의 원리를 선진국과 이제 막 시작된 혁신적 기술 사례를 집중 분석해 살핀다. 최초의 질문을 하고 그 답을 찾기 위해 꾸준히 도전하고 혁신하는 의지와 인재를 키우는 방법, 국가 차원에서 펼쳐야 할 문화와 정책 등을 제시하기도 한다.

 

인텔의 CPU, 애플의 마우스, 에디슨과 축음기, 스페이스 X의 로켓 재사용, mRNA 백신, 원자 현미경, 사운을 가른 노키아와 애플의 최초 질문 대처법, 유럽의 가이아X 프로젝트 등 베치마킹할 성공사례는 차고도 넘친다. 하지만 책은 이들의 성공이 아닌 혁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집중한다. 최초의 질문을 하고 크고 작은 시행착오에도 꾸준한 도전으로 질문을 검증하고 규칙을 설계하며 게임의 주체로 서는 과정은 전략적 자립성, 상호주권 확보의 필수 코스다.

 

저자는 ‘기술’에 초점을 맞춰 최초의 질문을 던지고 이를 검증하기 위해 스케일업하고 전문성을 축적해 자립성과 주권을 확보하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짚고 그 대안까지를 제시한다. 그렇게 ‘기술’ ‘진정한 선진국’ 등에 초점을 맞췄지만 최초의 질문을 던지고 스케일업해 축적하고 자립하는 데까지의 과정은 어디나 적용할 수 있다. 

 

퇴직을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는 ‘축적’과 ‘퇴적’의 차이를 깨닫게 하고 ‘관행’에 익숙한 이들에겐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게 한다. 물론 전혀 영향을 받지 않거나 뭐가 문제인지 도통 알아채지 못하는 이들도 있을 터다. 

 

누구도 발자국을 내지 않은 설원, 저마다의 화이트 스페이스에 선 것과도 같은 상황에서 스스로에 얼마나 집중하는지, 스스로가 주체가 돼 자신만의 미래를 그려가고자 하는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돌아보게 한다. 하얀 설원에 가장 먼저 발자국을 낼 것인지, 누군가가 낸 발자국을 따라갈 것인지는 스스로의 선택이다. 결국 ‘최초의 질문’이 던지는 화두는 ‘주체’에 대한 문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