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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신뢰의 생태계와 자생적 질서로 미래 희망을 품다

입력 2022-05-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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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신 계명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대내외 환경의 변화

글로벌 주요 국가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되면서 글로벌 경기가 활발해 지려는 가운데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에너지 및 자원의 정치경제화,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 대외환경의 변화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고조시키고 있다.

대내적으로 새로운 정부의 출발은 다극화되어가는 우리사회의 난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더욱이 디지털 네트워크로 촘촘하게 연결되는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로 빠르게 진화되는 상황은 개인과 기업, 그리고 정부의 변화와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신뢰의 현주소

최근에 발표된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s Survey Wave 7: 2017-2021)에서 우리나라의 ‘일반적 신뢰(Most people can be trusted)’가 32.9%로 나타났다. 일반적 신뢰는 다른 사람을 신뢰하는 인구의 비율을 의미한다. 조사 자료가 있는 OECD 회원국 31개국 평균치인 38.6%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가 가장 높은 신뢰도 측정치인 73.9%로 1위로 나타났으며, 그리스는 8.4%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세계가치관조사는 가치관이 사회와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실시되는 조사로서 1981년부터 전 세계 사회과학자들의 네트워크로 100여개 국가를 대상으로 약 5년 단위로 시행하고 있다. 세계가치관조사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국가 간 대중들의 일반적인 신뢰도를 비교할 수 있는 유용한 자료이다.


신뢰가 왜 중요 한가

사회와 국가가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도가 중요하다. 제도는 규범, 질서, 문화, 가치관, 신뢰 등 다양한 비정형적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 가운데 신뢰(trust)는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한 사회나 국가의 기술수준과 인구 및 자본을 증가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요소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결합을 통한 규모수익의 증가(increasing returns to scale)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 사회와 국가가 지속되는데 신뢰는 결정적 역할과 기능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신뢰는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을 감소시켜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심지어 신뢰가 있는 상황에서는 협력과 협동을 넘어 경제적 자산을 제공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신뢰를 통해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민주주의에서 빈번하게 관찰되는, 다수의 비용으로 만들어진 공공정책이 소수의 이해관계자에게만 그 이익이 집중되는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신뢰가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신뢰의 형성과 상실

그렇다면 신뢰는 어떻게 형성될 수 있는가? 무엇보다도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과 행동을 존중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온전하게 감당하는 것이 신뢰 형성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약속한 바를 제대로 이행하면 거래의 위험과 불확실성은 극소화되고 예측가능성은 극대화 될 것이다. 개인의 선택과 행동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다하는 것이 공동체의 규범으로 정착될 때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공동체의 신뢰가 형성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반면 신뢰의 상실은 급속히 진행될 수 있다. 특히 정치인들의 말 바꾸기와 책임지지 않는 언행은 사회적 파급효과가 빠르고 크다. 감염증처럼 개인과 기업에게 쉽사리 전염될 수 있다. 더욱이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의 만연은 사회적 규범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기에 경제활동에도 미치는 해악은 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신뢰의 상실로 공동체는 많은 거래비용을 야기하여 공동체를 유지하기 어렵게도 만들 수 있다. 바다에서 적조현상이 심각해지면 해양생물이 소멸하는 하는 것처럼 신뢰의 상실에 따른 인간 생태계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신뢰를 통한 자생적 질서는 미래 희망

해양생태계에서는 많은 생물들이 공존하기 위해 주요 물질을 순환시키며 공유하고 있다. 30억년 이상의 해양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는 룰(rule)의 핵심 중 하나는 생태계 내 순환을 방해하는 생물은 도태된다는 자생적 질서다. 근년에 이념, 나이, 성별 등으로 다극화 되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신뢰의 형성과 강화는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다극화된 이익집단현상이 만연해 가는 사회가 통합되기 위해서는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개인 선택의 자유와 책임이 증진될 수 있을 때 경제는 활성화되고 공동체는 번영할 것이다. 게다가 네트워크의 확대를 통한 공유경제와 메타버스(metaverse)로 만들어지는 초연결사회에서는 신뢰를 통한 자생적 질서의 확보와 강화는 미래 희망이다.

 

김영신 계명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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