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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100대 명산 올라 보니…

입력 2022-05-16 14:11 | 신문게재 2022-05-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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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코로나 대유행 기간, 누적된 스트레스도 풀고 건강도 챙길 겸 ‘나를 찾아 떠나는 명산 100 등반’이라는 챌린지 프로그램에 도전했다. 지난 2020년 6월에 시작해 올해 4월, 22개월간의 여정을 마쳤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전국의 명산을 오르내리며 보고, 듣고, 느낀 감회를 적어본다.


등산은 과거 중장년층의 전유물이었다. 최근 소확행보다 소확성(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감)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열풍이 불면서 젊은 세대로 확산했다. 그렇다, 고통 없이 내면의 성장은 어렵다. 건강도 챙기고, 근면한 습관 형성과 동기부여엔 등산만 한 게 없다. 정상에서 얻는 뿌듯한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산이 청춘남녀들로 젊어진 데다, CNN방송이 한국의 멋진 산과 등산 문화를 소개한 이후 외국인도 부쩍 늘어났다. 민둥산에서 이룩한 산림녹화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모델이다. 우리의 산림녹화 기술, 멋진 명산과 등산 문화를 세계에 알려 관광객을 유치하면 어떨까.

70대 고령자들이 날다람쥐처럼 등산하는 모습을 보곤 충격을 받았다. 필자도 고령인지라 처음엔 도전을 망설였는데 기우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었다. 거침없이 백두대간이나 백대명산에 도전하는 시니어들을 보면서 ‘0.7 곱하기 나이’를 실감했다. 백세 시대엔 현재 나이에 0.7을 곱한 것이 진짜 정신적·사회적 나이로, 80세는 56세, 70세는 49세와 다름없다는 것이 사실이었다. 필자도 이참에 생각을 바꿨다. 나이 때문에 포기한 것들을 재도전하고, 인생 2막의 계획도 수정하기로 결심했다.

새삼스레 엄청나게 잘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국을 연결하는 촘촘한 도로망, 잘 정비된 등산코스와 각종 안전시설, 산속 곳곳에 설치된 쉼터와 공중화장실까지 어디 부족한 게 없었다. 화려한 등산복 패션에 히말라야 등반을 뺨칠 정도의 장비를 갖춘 등산객을 보면서 우리가 풍족하게 살고 있음에 자부심을 느꼈다. 정상에서 잘 정비된 산하와 휘황찬란한 도시 야경을 내려다보면서, 물려받은 이 땅을 잘 보존하고, 가진 것에 만족하며, 불평·불만 없이 살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부지런한 국민성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실감했다. 산악회 버스는 통상 아침 7시에, 먼 곳은 전날 밤 무박으로 출발한다. 집에선 최소 2~3시간 전에 서둘러야 갈 수 있다. 게으르면 엄두를 못 낸다. 시간 약속도 철저하다. 버스와 산에서의 공중도덕과 방역 수칙 준수도 모범이다. 곤경에 처한 등산객을 앞다투어 도우며 친절하다. 간식도 나눠 먹고, 쉼터에선 낯선 사람에게도 막걸리 한잔을 건네는 인심 또한 후하다. 정도 많다. 외국인들이 부러워하면서도 가장 이해하기 힘든 한국의 등산 문화다. 이 정도면 세계가 부러워하고, 장래가 촉망되는 희망의 나라라는 확신이 들었다.

배낭을 꾸리면서도 삶의 지혜를 배웠다. 필요하다고 마구 넣다 보니 무거워 힘들었다. 우리네 인생길도 똑같았다. 사는 데 그리 많은 것이 필요치 않음에도, 너무 많은 욕심의 짐으로 버거워한 것은 아니었는지.

우리나라 산은 정말 아름답다. 계절마다 갈아입는 형형색색의 모습은 실로 축복이다. 그간 산림 복원에 수고해 주신 분께 감사드린다. 건강한 신체를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이젠 산이 우리를 감싸 주듯 타인을 포용하고, 이 땅에 태어난 것에 감사하며,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그간 산에서 배운 많은 것들을 요약하면 포용과 감사였다.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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