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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논란의 품격

입력 2022-06-21 14:10 | 신문게재 2022-06-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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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선 문화부장
크든 작든, 심각하든 가볍든 문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고 어디에나 있으며 누구에게나 예외없이 발생한다. 유난히 사건·사고, 논란, 의혹 등이 많은 연예계라고 예외일리 없고 비난을 위한 비난, 반대를 위한 반대로 서로를 헐뜯거나 저마다의 목소리만 높이는 데 열을 올리는 정치계도 마찬가지다.

프로듀서이자 개성 넘치는 뮤지션을 비롯해 유재석까지 품은 안테나의 대표인 유희열은 지난해 8월부터 진행해온 ‘생활음악’ 프로젝트 중 두 번째 곡 ‘아주 사적인 밤’이 세계적인 음악거장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Aqua)를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연기자 남주혁은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폭로로 난관에 봉착했으며 1세대 걸그룹 출신의 뮤지컬 배우 옥주현은 ‘엘리자벳’ 인맥 캐스팅 논란의 중심에 섰다. 

언제나 갈등과 불신만이 충만하던(?) 정치계도 시끄럽기는 매한가지다. 정부는 ‘산업부 블랙리스트’로 ‘정치보복’ 의혹에 휩싸였고 여야는 일명 짤짤이 논란, 성 상납 의혹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대통령의 “민주당 집권 때는 없었나”라는 반문에 또 다시 비난과 옹호의 발언들이 난무하며 격돌 중이지만 문제 해결이나 같은 문제의 재발 방지에 대한 노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급기야 집권 여당은 최고위원 회의 공개 여부를 두고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격돌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생중계됐다. 여당의 비공개 회의에서 논의된 당내 현안이나 내용이 누군가의 말로, 언론을 통해 공개된 데 대해 “부끄럽다”면서도 서로의 탓을 하며 고성방가를 하더니 급기야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사태까지 이르기도 했다.  

문제는 늘 발생하고 그 해결에 따라 위기가 되기도, 기회가 되기도 한다. 최근 가장 예민하고 엄중하게 받아들여지는 학폭 의혹에 남주혁과 그의 소속사는 사실 관계 확인을 통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표명하고 법률자문사와 최초 보도 매체, 익명의 제보자 그리고 이후 악의적 확대 해석 및 이를 조장하는 행위나 단순한 의견 표출을 넘어선 악성 게시물, 댓글 등에 대한 형사 고소를 준비 중이라고 알렸다. 한 방송인의 언급으로 불거진 인맥 캐스팅 의혹에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날선 공방을 이어가던 옥주현은 배우인 자신이 해명할 사안이 아니라며 “사실 관계없이 주둥이와 손가락을 놀린 자 혼나야 한다”고 법적 고소를 언급했다. 

유희열은 표절 의혹에 “검토 결과 곡의 메인 테마가 충분히 유사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류이치 사카모토 측에 연락해 사과하며 받은 이메일 전문을 공개했다. 류이치 사카모토 측은 “두곡의 유사성을 확인했다”면서도 “표절이라는 논점에는 부합되지 않는다”고 알렸다. 류이치 사카모토 역시 “유사성은 있지만 제 작품 ‘Aqua’를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법적 조치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문제에 대처하고 해결하는 방식은 개인, 더 나아가 그 개인이 속한 영역의 ‘품격’ 혹은 ‘수준’을 반영하기도 한다. 최근 벌어지는 문제와 그에 대처하는 유형들 중 무엇이 옳다 그르다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그 문제의 직면과 해결, 똑같은 문제를 또다시 만들지 않으려는 최선의 노력 등을 거름으로 삼는다면 류이치 사카모토의 말처럼 “그것이 또한 예술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다. 비단 예술 뿐이 아니다. 문제나 실수를 어떻게 인식하고 해결하는지,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얼마나 최선을 다 하는지가 개인 또는 그가 속한 분야의 품격과 수준을 가늠하게 한다. 

허미선 문화부장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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