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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혁신적 민관 협력 상징이 된 누리호

입력 2022-06-22 14:03 | 신문게재 2022-06-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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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국내 기술로 이뤄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2일 새벽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상국과 양방향 교신에 성공했다. 이로써 누리호의 위성궤도 투입 성능이 완전하게 확인되었고 누리호 발사는 완벽한 성공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우리도 이제 명실상부한 우주탐사국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지난 21일 누리호의 발사 성공으로 우리는 이미 1톤 이상의 실용위성을 ‘직접’ 쏘아 올린 7번째 나라가 됐다. 엔진과 추진제 탱크, 페어링 기술까지 3대 핵심 우주기술을 모두 확보했음도 공인받았다. 우리 발사체로 위성을 쏨으로써 러시아와 미국, 중국, 일본 등과 우주강국으로 어깨를 나란히 할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되돌아보면 누리호 성공의 역사는 처절한 실패와 도전의 역사였다. 1993년과 1997년 고체연료 과학로켓 1호와 2호를 시작으로 2003년 30t급 액체엔진 개발, 2010년의 나로호 폭발사고, 그리고 2013년 러시아 발사체로 쏘아 올린 나로호 등이 모두 이번 성공의 밑거름이었다.

2010년부터 시작된 누리호 프로젝트도 2조 원에 육박하는 대형 사업이었으나 ‘우리 처지에 무슨 우주사업이냐’는 비아냥이 적지 않았다. 엔진을 개발해도 시험할 설비조차 없었던 시절이니 당연했다. 하지만 우리는 해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우주기술을 독학과 귀동냥으로 익혀 포기하지 않고 처절한 도전을 이어 온 대가다.

우리가 특히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우리 우주사업이 민관의 끈끈한 협력 속에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설계와 개발은 정부기관인 항공우주연구원이 맡고, 제작은 300여 곳의 민간 기업들이 함께 했다. 무수한 실패 속에서도 민관 공조에 흔들림이 없었다. 기술개발의 인프라를 깔아 준 정부에 민간 기업의 피나는 노력이 더해져 오늘의 기적이 만들어 졌다.

지금 우주사업의 주체는 민간기업이다. 기술혁신의 주체도 마찬가지다. 우주로 날아오를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일 방법을 찾던 일론 머스크가 있었기에 로켓 발사 시장의 절대강자 ‘스페이스X’가 탄생했고, 그를 적극 지원하고 리스크를 떠안아 준 NASA(미국항공우주국)가 있었기에 우주도 이제 도전 가능한 영역으로 다가온 것이다.

우리 역시 기술혁신의 리스크를 부담해 준 NASA 같은 정부와 항우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1단 로켓의 재활용이라는 엄청난 창의력을 실현한 머스크식 도전정신이 더더욱 필요한 때다. 민관 공조를 더욱 강화하고 정부 기술을 민간으로 확산시켜 보다 혁신적인 기술개발을 이뤄내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새로운 미래산업은 창출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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