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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톰 히들스턴은 이 역할 말고, '토르'를 꿈꿨다!

[#OTT] 디즈니+의 야심작 '로키', 시즌 2를 기다리며

입력 2022-06-29 18:30 | 신문게재 2022-06-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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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KI
역시나 뿔은 로키에게 빠져선 안될 트레이드 마크. 녹색 수트를 빼입고 등장하는 톰 히들스턴의 모습.(사진제공+디즈니+)

 

시작은 꿀과 사랑이 넘치는 아스가르드 왕국의 차남이었다. 자유분방한 형에 비해 차분하고 다소 장난기 넘치던 착한(?) 아들 로키. 출생의 비밀을 알고는 잠시 방황하지만 결국 ‘어벤져스’의 대장정을 끝내는 희생의 아이콘으로 훈훈하게 마무리 되는 듯 했으나 역시 로키는 로키다. 형 토르는 마블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고 벌써 4편의 개별 영화를 내놨지만 그는 되려 전세계의 안방 극장을 먼저 노크했다.

게다가 MCU작품 중 가장 먼저 멀티버스를 다룬다는 점에서 디즈니+의 ‘로키’는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시작부터 재기발랄하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의 스토리상 아스가르드로 연행돼야 할 로키는 소란을 틈타 탈출한다. 하지만 시간선을 관리하는 TVA(시간관리국)에 의해 다시금 갇히는 신세가 된다.

로키공식포스터
지난해 공개된 ‘로키’의 공식 포스터. 먼저 공개된 ‘완다비전’, ‘팔콘과 윈터 솔져’와는 다르게 빠르게 시즌2를 확정지었다. (사진제공=디즈니+)

 

알고보니 ‘신성한 시간선’이 유지되며 여러 세상이 존재하고 그 곳에는 ‘로키’란 이름의 수많은 동명이인이 있다는 것. 다들 자신이 ‘로키’인 줄 알고 살아가는데 꼬마, 여성, 흑인부터 노인에 악어까지 인종과 성별, 종족도 다양하다. 살기 위해 또다른 로키를 잡아야 하는 ‘우리의 로키’는 이제 더 이상 장난의 신이 아니다.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여성 로키를 만나 설레기까지 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우주가 붕괴위험에 처한 이유가 수많은 시간선들의 무너짐 때문이고 이 세상에 다양한 로키들이 존재하는 게 흥미로운 건 에피소드 3까지다. 멀티버스 속 수많은 로키들이 결국 ‘남아있는 자’(조나단 메이저스)에 의해 납치되고 죽었으며 뭔가 큰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 예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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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버스 세상 속에서 다양하게 살고 있는 로키들. 우리가 아는 로키의 모습이 아니기에 신선한 재미를 준다.(사진제공=디즈니+)

 

정해진 시간에 따라 살지 않는 존재들은 변종으로 처리(제거)되고 그 룰에 대해 불만을 품은 존재가 반란을 일으킨다. ‘범죄자가 더 나쁜 놈을 잡는다’는 설정은 이미 무수히 반복된 올드한 서사다.  그 지루함을 채우는 건 TVA 세상에서 쓰이는 기발한 무기와 ‘범죄도시’에서 보여준 ‘진실의 방’과 흡사한 고문 요법이다.

‘타임셀’로 불리는 이 공간은 기억 속에 존재하는 가장 고통스럽고 난처한 순간을 반복하게 만드는데 로키의 경우 시프의 머리카락을 잘라 급소를 맞는 순간을 수백번 반복한다. 신화에 나오는 로키는 형수인 시프의 머리카락을 잘라 벌을 받는데 디즈니+에서는 이것조차 오마주해 깨알 재미를 더한다. 주황색 버튼처럼 생겼지만 TVA의 슈퍼 컴퓨터인 미스미닛의 귀여움도 봐줄 만 하다. 

로키_시즌12
여성 로키의 등장. 둘의 로맨스가 시즌 2에 얼만큼 등장할지가 관건이다. (사진제공=디즈니+)

 

휜 코가 매력적인 할리우드 배우 오웬 윌슨이 로키와 함께 사건을 추적해나가는 모비우스 역으로, 냉철한 카리스마를 지닌 재판장이지만 결정적인 비밀을 숨기고 있는 TVA의 실세 라보나 역에는 영국의 연기파 배우 구구 음바타로가 맡아 긴장감을 더한다. 6개란 다소 짧은 에피소드로 이뤄진 탓에 후반부로 갈수록 시즌2가 당연히 나올 거란 기대감이 솟구친다. ‘이게 끝은 아니겠지?’란 생각에 자꾸 다음화를 누르게 되는 마법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특히 ‘로키’는 공개와 동시에 무려 89만 가구가 시청하며 디즈니+ 마블 오리지널 시리즈 중 역대 최고 프리미어 시청률을 기록한 만큼 디즈니+가 이 엄청난 충성도를 모른 척 하진 않을 터. 하지만 서자도 아닌 입양아란 사실에 잠시 비뚤어진 로키가 토르보다 더 멋졌던 점은 뭔가 2% 부족한 자신감에 수많은 관객들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또 톰 히들스턴이 지닌 특유의 지적인 섹시함이 1인자가 아닌 비애를 탁월하게 표출한 점도 있다. 그런 그가 안방에서 다른 세상의 로키와 TVA요원들을 죽이러 다니는 모습은 새롭지만 영화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로키_시즌1
시간관리국의 주요임원이자 그들 역시 기억이 지워진 채 속고 있다는 점이 밝혀져 통쾌함을 더하는 ‘로키’의 캐릭터들. (사진제공=디즈니+)

 

무엇보다 톰 히들스턴이 직접 제작에도 참여해 남다른 애정을 보여줬으나 캐릭터에 대한 배우의 지나친 애정은 독이 되는 법. 주요 배역들이 모두 같은 국적의 배우라는 점, 다소 난해한 멀티버스가 지나치게 많이 등장하는 점도 피로감을 높인다. 그럼에도 로키를 대체할 만한 배우가 생각나지 않는다는 점, 역시나 미워할 수 없는 악동의 이미지가 톰 히들스턴에게 적역이란 점이 디즈니+의 선택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 

지난 2013년 한국을 방문한 톰 히들스턴은 “원래 토르 역할에 오디션을 봤다”고 했을 정도로 이 역할에 매료됐지만 운명은 그를 로키로 이끌었다. 당시 그는 토르 역의 오디션을 보기 위해 한동안 닭고기만 먹고 운동을 하며 체중을 10kg 늘리기도 했다. 하지만 유약하면서 동시에 개구진 눈빛을 가진 로키가  톰 히들스턴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렇게 장르적 확장이 불가능 했을 것이다. 

그것은 흡사 ‘아이언 맨’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닌, ‘터미네이터’에 아놀드 스왈츠제네거가 아닌, ‘캐리비안의 해적’의 조니 뎁이 아닌 배우를 상상하는 것 만큼이나 어색하다. 시즌2 만큼은 오롯이 캐릭터의 매력에 집중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채널  디즈니+, 공개 2021년 11월 12일.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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