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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수호·잔나비의 ‘영광’, 40년만에 뭉친 송골매 배철수·구창모 “그 때 그 시절의 ‘열망’(熱望) 그대로!”

입력 2022-07-0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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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송골매 전국투어 콘서트 ‘열망’(熱望)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철수(왼쪽부터), 잔나비 최정훈, 엑소 수호, 구창모(사진제공=드림메이커엔터테인먼트)

 

“설레고 긴장도 되고…그 옛날 추억을 되살리며 그때 그 기분 그대로를 전달할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밴드 송골매의 주축이었던 배철수와 구창모가 40년만에 한 무대에 오른다. 두 사람은 애초 2020년으로 예정했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미뤄진 송골매 전국투어 콘서트 ‘열망’(熱望)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배철수와 구창모는 서울 마포구 소재의 신한플레이스퀘어에서 6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한목소리로 ‘설렘’과 ‘우려’를 동시에 표했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모두 다 사랑하리’ ‘빗물’ ‘희나리’ 등 공전의 히트곡들을 가지고 있는 송골매의 배철수와 구창모는 9월 11, 12일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부산(9월 24, 25일 부산벡스코), 대구(10월 1, 2일 대구벡스코), 광주(10월 22, 23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 인천(11월 12, 13일 송도컨벤시아) 등 투어에 나선다.

 

◇산 넘고 물 건너 ‘숙명’ 같았던 송골매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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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송골매 전국투어 콘서트 ‘열망’(熱望) 포스터(사진제공=드림메이커엔터테인먼트)

“숙명이라는 단어가 있죠. 저는 1978년 (TBC의 해변)가요제에 나갔다가 79년의 여러 사정으로 음악을 못하겠다 싶어 대학친구와 설악산 오색약수터 인근의 암자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시외버스를 타고 5시간을 넘게 이동해야 하는 곳을 찾은 배철수의 첫 마디는 “음악 같이 하자”였단다. 당시의 배철수에 대해 구창모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여기까지 와서 음악을 같이 하자는데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음악하면서 더 놀란 건 송골매 2집 앨범에 실린 ‘내 마음의 꽃’과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라는 메들리예요. 서로 모르던 시절에 만든 노래들을 메들리로 엮었는데 그렇게 조화가 잘 될 수가 없었죠. 그걸 보고 (음악을) 같이 할 수밖에 없었다고 얘기하곤 했죠.”

구창모의 말에 배철수는 “1978년 해변가요제의 2차 예심에서 (구창모를) 처음 봤다. 라디오 공개홀이었는데 안에서 노래소리가 들렸다. ‘구름과 나’를 불렀는데 너무 미성인데다 고음으로 아주 깨끗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안을 들여다보니 정말 꽃미남 친구가 고음으로 그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저렇게 노래를 잘하는 친구가 있나 했어요. 저런 친구와 음악을 함께 하면 좋겠다 막연하게 생각했죠.”

구창모 없이 발매된 송골매 데뷔앨범이 배철수의 전언처럼 “음악은 괜찮았는데 잘 안된데다 기타 치는 친구가 군입대하면서 팀의 변화가 불가피했다.” 그때 떠올린 이가 구창모였다. 그렇게 산 넘고 물 건너 단행한 의기투합을 두고 배철수는 “그때 구창모를 멤버로 영입하러 찾아간 게 신의 한수”였다고 표현했다.


◇40년 전 그때 그대로! “똑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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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송골매 전국투어 콘서트 ‘열망’(熱望) 제작발표회. 왼쪽부터 이번 투어의 음악감독이자 송골매 7, 8, 9집 멤버였던 이태윤, 배철수, 구창모(사진제공=드림메이커엔터테인먼트)

 

배철수는 이번 투어에 대해 “음악이라는 게 시대에 따라 변하면서 발전도 하고 트렌드도 바뀐다. 그럼에도 이번 투어는 거의 오리지널과 똑같은 편곡으로 연주하고 노래할 것”이라고 알렸다.

“당시 저희와 함께 호흡했던 젊은 세대들, 지금은 마음만 젊으신 분들이 우리와 같이 노래하고 들으면서 젊은 시절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무대 위의 저희도, 객석의 여러분도 어렵고 힘들었지만 젊었던 시절로 타임슬립해보는 느낌으로.”

무대에 서기 위해 걷기와 달리기로 체력을 다진다는 구창모는 “송골매 공연이 결정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을 더 많이 하고 있다”며 “25층 계단을 매일 오르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사실 연습 자체로도 걱정이 많았어요. 밴드와 맞추는 연습을 한번 했는데 심장이 둥둥 뛸 정도로, 느낌이 생각 이상으로 와닿았어요. (40년 전 그때) 그 느낌 그대로가 표현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이번 투어의 음악감독이기도 한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베이시스트 이태윤은 송골매 막내로 7, 8, 9집을 함께 한 멤버이기도 하다. 이태윤은 첫 합주 연습에 대해 “저희 멤버들도 소름이 돋았다”고 털어놓았다.

“세기의 명곡인 ‘어쩌다 마주친 그대’의 원조인 두 선배님이 있는 데서 연주를 한다는 자체가 저희 멤버들에게는 이례적이고 소름 돋는 일이 아닐 수 없죠. 두분의 노래와 연주를 전성기 때와 비교해 냉정하게 말씀드리자면 ‘왜 이제 하셨냐’였어요. 구창모 형님의 보이스 컬러는 더 기름지고 좋아지셨어요. 배철수 형님은 ‘똑같아!’ 단 한마디로 의견이 모였습니다. 1978, 79년과 똑같다는 게 저희 멤버들의 공통 소견입니다. 그때의 느낌, 감성, 멋진 개성을 살린 보컬 등이 여전히 건재하십니다.”


◇‘가문의 영광’을 연발하는 수호의 ‘모두 다 사랑하리’, 잔나비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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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송골매 전국투어 콘서트 ‘열망’(熱望) 제작발표회에서 리메이크한 ‘모두 다 사랑하리’를 선사한 엑소 수(사진제공=드림메이커엔터테인먼트)
“저희 어머니께서 송골매의 팬이셔서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번 ‘열망’에서는 후배가수인 엑소(EXO)의 리더 수호와 밴드 잔나비(최정훈·김도형·장경준)가 각각 ‘모두 다 사랑하리’와 ‘세상만사’를 리메이크한다. 송골매에 대해 “밴드음악의 조상님, 저희를 낳아주신 분들이고 뿌리”라고 표현한 잔나비의 최정훈은 “아버지를 통해 처음 송골매 노래를 들었다”고 밝혔다.

“그때는 가사를 잘 몰라서 록음악이라고만 알고 있었어요. 계속 음악을 들으면서 가사에서 오는 게 굉장히 컸던 것 같아요. 철학적이고 당시 젊은이들만 할 수 있었던 가사여서 저한테는 깊게 와 닿았죠.”

최정훈의 말에 수호 역시 “저도 가사를 쓰는 입장에서 이번에 리메이크를 한다고 해서 모든 노래를 들으면서 가사가 시 같다고 생각했다”며 “사랑, 우정, 꿈, 인생 등 왜 송골매가 전설인지 다시 깨닫게 하는 음악과 메시지가 아닌가 싶었다”고 동의를 표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선보인 두 사람의 리메이크 무대에 구창모는 “감각이 송골매와는 완전 다르고 신선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배철수는 “두 친구가 노래하고 있는데 부러웠다. 참 좋은 때다, 우리도 저렇게 젊고 반짝반짝하던 때가 있었는데 싶었다”며 “저 친구들은 나를 거의 아버님 보듯 하니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배철수의 토로에 잔나비의 보컬이자 리더인 최정훈은 “아직도 반짝반짝 하신다”고, 수호는 “선배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계속 음악을 할 수 있겠구나 자신감을 가졌다”고 말을 보탰다. 리메이크를 위해 ‘모두 다 사랑하리’를 선곡한 이유에 대해 수호는 “서정적인 감성이 저랑 맞았다”고 털어놓았다.

“엑소의 구호가 ‘사랑하자!’입니다. 사랑을 너무 좋아하는데 가사를 들어보니 ‘모두 다 사랑한다’는 박애주의식 표현이 너무 좋아서 선곡하게 됐어요. 수십년이 지나도 명곡은 명곡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프로듀서이자 작곡가 켄지(KENZIE)와 오래고 깊은 고민 끝에 음악을 만들고 불러봤습니다.”

이어 “가사 하나하나 시를 읊듯 서정적인 감성을 담아서 불렀다”며 “편곡에도 프로그래시브록적으로 몽환적인 사운드를 많이 썼다. 보라색, 붉은색을 생각하면서, 하늘에 떠 있는 신선의 느낌으로 불러봤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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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송골매 전국투어 콘서트 ‘열망’(熱望) 제작발표회에서 리메이크한 ‘세상만사’를 부르고 있는 잔나비 최정훈(사진제공=드림메이커엔터테인먼트)

 

잔나비 최정훈은 “송골매는 옛날 음악을 특히 좋아하는 저한테는 밴드음악의 전설”이라며 “한국 록사운드의 기틀을 잡아주신 선배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다. 송골매 무대를 제 두눈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소감을 전했다. 리메이크한 ‘세상만사’에 대해서는 “어러서부터 항상 달고 살았던 노래”라고 밝혔다.

“입이 잘 안풀리면 콧노래로 부르면서 뭐든 넘어갔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 노래를 각 잡고 리메이크를 하다보니 가사 한줄한줄에 힘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안 풀리는 일이 있거나 할 때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리메이크하게 됐죠.”

그리곤 “배철수 선배님이 저희를 직접 픽하셨다고 하셔서 이런 영광이 있나 생각했다. 어떤 곡을 리메이크하지 보다는 그냥 하게 돼서 마냥 좋았다”며 “어느 음악이나 선배에 대한 동경은 있지만 밴드음악하는 사람들에게는 좀더 큰 것 같다. 록음악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우리가 음악을 할 수 있게 자리를 만들어주신 선배들”이라고 덧붙였다.

“저희 자체가 리메이크할 때 원곡을 바꾸는 걸 잘 못해요. 원곡에 기반해서 리메이크했습니다. 가사 내용도 그렇고 곡 리프도 그렇고 주문을 외는 것 같았어요. 힘들거나 일이 잘 안될 때 주문을 외는 느낌이었죠. 원곡 리프가 메이저와 마이너를 넘나드는 재밌는 음을 많이 쓰고 있어요. 거기에 메이저 음을 좀더 추가해 화음을 쌓으니 아리송한 느낌이 나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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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송골매 전국투어 콘서트 ‘열망’(熱望)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철수(왼쪽)와 구창모(사진제공=드림메이커엔터테인먼트)

 

수호와 잔나비에게 추천하고 싶은 리메이크곡이 있냐는 질문에 구창모는 수호에게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잔나비에게는 ‘처음부터 사랑했네’를 추천했다. 이에 수호는 “제가 얼마 전 페스티벌에서 이 노래(‘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커버해 불렀다”며 반색을 표했다.

잔나비에게 추천한 ‘처음부터 사랑했네’는 송골매 데뷔앨범 수록곡으로 구창모는 “잔나비가 이 곡을 연주하면 배철수와는 다른 분위기가 확 나올 것 같다”고 추천이유를 전했다. 두 후배에게 리메이크곡을 추천한 구창모는 화답의 의미로 “엑소의 ‘으르렁’을 시도해 보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랩 부분이 힘들다”는 구창모에 배철수는 “랩은 내가 할게”라고 눙치기도.

“잔나비 노래는 함부로 커버하기가 어려워요. 저 친구(최정훈)는 어떻게 저렇게 노래를 희안하게 부를까 생각할 때가 많아요. 감히 저 친구 노래는 부를 엄두가 안나요. 자신이 없습니다.”


◇‘마지막’이라는 배철수, ‘그렇게는 안될 걸’ 구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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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송골매 전국투어 콘서트 ‘열망’(熱望)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철수(왼쪽)와 구창모(사진제공=드림메이커엔터테인먼트)
“저는 1990년 송골매 9집을 끝으로 라디오 DJ로만 33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처음 DJ가 됐을 때는 음악계 은퇴라는 생각은 못했어요. 그런데 5년 정도 방송진행을 하면서 ‘나는 음악적 재능이 부족하구나’ ‘음악을 하는 것 보다 소개하는 게 나한테 더 잘맞는다’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다시 무대로 돌아온다는 생각은 못했어요.”

그랬던 배철수가 송골매 재결성과 콘서트를 염두에 둔 건 10여년 전부터다. “저렇게 재능 있고 노래도 잘하고 히트곡도 10개 넘게 있는 구창모가 왜 힘든 사업을 하고 있을까, 다시 노래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구창모가 “노래를 안하고 있는 게 아깝다”고 생각했던 배철수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해외에서 20년 넘게 생활하던” 구창모에게 “꼭 해야한다”고 강조하며 이번 재결합을 “라스트 앨범과 투어”라고 언급하곤 했다.

“세상 모든 일이 변하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얘기하면 위험하지만 이번 송골매 투어 후 내년 3월부터는 미국 LA, 뉴욕, 애틀란타 공연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 공연까지 마치면 저는 더 이상 음악은 안하려고 확실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생각은 그렇다”고 못박는 배철수에 구창모는 “배철수씨가 저한테 이번 투어를 제안하면서 ‘송골매의 추억을 가지고 이 공연과 앨범을 하고 싶다’ 그리고 ‘내 음악생활은 그걸로 끝’이라고 표현하곤 했다”고 전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속으로 ‘그렇게는 안될 걸’이라고 생각했져. 콘서트 제목인 ‘열망’은 20대 때 가지고 있는 열망과 열정 그대로를 지금 이 시대로 가져와서 하고 싶은 열망입니다.”

구창모의 말에 배철수는 “송골매가 1980년대부터 10년 동안 꽤 열심히 밴드를 해온 건 사실”이라며 “아직도 많은 분들이 송골매를 기억해주시고 일부 분들이 ‘전설’이라고 추앙해주시는 데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 기대와 열망에 부응해야하는 게 지금 최고의 선결과제”라고 밝혔다. 배철수의 친동생이자 이번 콘서트를 기획·연출한 배철호PD는 이번 투어의 관전포인트로 “오리지널에 충실한 음악”이라고 짚었다.

“더불어 옛날 관객들이 선호하는 레트로 감성과 40년 동안 발전된 화려한 무대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송골매가 이런 그룹이었지’ 추억을 떠올리고 40년간 성숙된 가수로서의 모습도 볼 수 있는 무대를 준비 중이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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