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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성재준 연출의 믿음직한 배우들 그리고 특화된 지원 프로그램을 꿈꾸며

[B사이드] DIMF 창작뮤지컬상 ‘메리 애닝’ 성재준 연출의 믿음직한 배우들 그리고 특화된 지원 프로그램을 꿈꾸며

입력 2022-07-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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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준 연출
뮤지컬 ‘메리 애닝’ 성재준 연출(사진제공=딤프 사무국)

 

“딤프 창작지원작 선정과 창작뮤지컬상 수상은 완성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에요. 무대에 올려 4일 동안 관객들을 만났다는 자체로도 창작자들에겐 큰 경험이거든요.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경우에는 기획, 리딩, 워크숍, 쇼케이스, 트라이아웃 등 본 공연까지 평균 7년이 걸려요. 최소 4년, 길게는 10년이 넘게 걸리기도 하죠. ‘빌리 엘리어트’도 그랬고 ‘렌트’도 그랬어요.”

제16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이하 딤프) 창작지원작 선정에 이어 창작뮤지컬상과 여우주연상(최서연)을 수상한 ‘메리 애닝’의 성재준 연출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좀 더 보여줘야할 것도 있지만 딤프 무대를 통해 작품의 입체화도, 디벨롭도 빨라졌어요. 신인 창작자들에게 딤프 지원을 통해 공연제작 프로세스를 다 경험할 수 있는 건 큰 재산이에요.” 

 

뮤지컬 메리 애닝
뮤지컬 ‘메리 애닝’ 공연장면(사진제공=딤프 사무국)

그 역시 2019년 ‘송 오브 더 다크’를 비롯해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한 ‘풀하우스’(2009), ‘지구멸망 30일 전’(2015)까지 꾸준히 딤프 창작지원작에 응모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가은 작가, 정예영 작곡가의 ‘메리 애닝’은 18세기 화석발굴을 통해 지질과학과 고생물학의 발전에 이바지했지만 여자라서, 귀족이 아니라서 인정받지 못한 과학자 메리 애닝(Mary Anning)의 이야기다. 딤프의 창작지원작 뿐 아니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공연예술창작산실 ‘2021년 연극·창작뮤지컬 대본공모-창작뮤지컬 분야’에도 선정돼 자체 리딩까지 마친 작품으로 성재준 연출이 합류해 무대화했다.

라임 리지스 절벽에서 화석을 채집하는 메리 애닝(최서연)과 그를 지지하는 귀족부인 샬롯 머지슨(최유하), 메리의 친구이자 귀족청년 헨리 드라베쉬(최성욱), 메리의 조수 애나(서예림), 과학자를 꿈꾸는 토머스 호킨즈(임하람) 그리고 지질학회의 리더 제임스 우드(정운) 등의 연대와 갈등이 펼쳐진다.


◇믿고 기다려준 배우들의 힘

 

뮤지컬 메리 애닝
뮤지컬 ‘메리 애닝’ 중 메리 애닝 역의 최서연(왼쪽)과 샬롯 머지슨 최유하(사진제공=딤프 사무국)

“무대화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메리 애닝에 집중한 이야기다 보니 아쉬운 부분도 분명 있어요. 특히 캐릭터들이 그렇죠. 초기 버전과 다 달라졌어요. 헨리의 서사가 너무 없어서 그의 청혼이 느닷없이 느껴질 수도 있어요. 샬롯은 애초 이름만 있었던 캐릭터예요. 메리와 샬롯의 모든 신을 다시 썼고 샬롯의 넘버 역시 새로 만들었을 정도죠. 그럼에도 메리와 샬롯의 연대에 아쉬움이 남아요.”

이어 “샬롯 역의 최유하 배우에게 출연의뢰를 하며 대본을 건네면서 ‘지금은 실체도, 음악도, 대사도 없지만 수정이 될 것’이라고 설명을 하긴 했디. 하지만 거절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는데 ‘해보겠다’고 답해주셨다”고 캐스팅 과정을 전했다. 최유하의 합류로 “달라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는 성재준 연출은 “이 정도 분량으로도 대단한 힘과 존재감을 발휘하면서 미래를 보게 만들어줬다”고 말을 보탰다.

“(최)서연 배우는 캐스팅 전에 리딩만 한번 해봤는데 무대 장악력이 달랐어요. ‘지금까지 해온 역할과는 다른 인물’이라고 했는데 막상 연습 첫날부터 너무 좋더라고요. 원캐스트로 그 많은 분량을 끌어가면서 인물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디테일한 연기도 놓치지 않았죠. 벅찬 스케줄에도 마지막까지 지치지 않은 에너지를 발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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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메리 애닝’ 중 메리 애닝 역의 최서연(왼쪽)과 헨리 최성욱(사진제공=딤프 사무국)

 

그리곤 “토마스도, 애나도, 제임스도 초기 대본과 이름은 같지만 다른 인물로 바뀌었다”며 “보강도 해보려고 했는데 메리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거나 이도 저도 아니게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잠시 미뤄뒀다”고 덧붙였다.

“헨리의 청혼 신도 고민이 많았어요. 헨리의 서사나 메리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보니 맥락없이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메리의 선택이 필요했어요. 자신은 ‘이름이 지워진 사람’이라는 샬롯의 대사가 있어요. 귀족이지만 결혼과 동시에 여자라는 이유로 이름이 지워져 버렸죠. 메리 역시 헨리가 귀족이니 그와의 결혼은 힘을 가지는 일일 거예요. 하지만 자신의 이름은 지워지고 자신의 얘기를 할 수 없게 돼버리죠. 힘과 자신의 이름 사이에서 메리가 고민하고 선택하는 장면이 필요했어요.”

이어 “애나 역의 서예림 배우는 딤프가 끝나자마자 덴마크로 워킹홀리데이를 갔다. 당분간은 그의 마지막 작품이 ‘메리 애닝’일 것”이라며 “최유하와 최서연, 최성욱, 서예림, 임하림, 정운. 이 배우들이 있어서 끝까지 끌고 가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창작뮤지컬 상은 보너스라고 생각해요. 보너스를 받았으니 더 힘내서 작품을 다듬어야죠. 딤프를 통해 뼈대는 만들어졌으니 살을 잘 붙이면 더 좋아질 거라고 믿어요. 우리 창작진과 배우들은 물론 관계자, 관객들 등을 만나 얘기를 듣고 꼼꼼히 분석하고 반영해 발전시켜 가야죠.”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꿈꾸며

뮤지컬 메리 애닝
뮤지컬 ‘메리 애닝’ 공연장면(사진제공=딤프 사무국)

 

“정말 많은 지원 프로그램이 있는 시기죠. 하지만 대중적이지 않거나 실험적인, 그래서 제작사를 만날 수 없는 작품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산업에서 독립영화 지원에 적극적인 것처럼 뮤지컬 계에도 소재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그리곤 미국 브로드웨이의 인형극 ‘애비뉴 큐’(Avenue Q)와 ‘스프링 어웨이크닝’ ‘렌트’ 등을 예로 들며 “지금 당장 각광받는 작품들과는 이야기의 방향성이 다를 수도 있고 스타캐스팅이 아닌 작품들이다. 혹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던 때의 록 뮤지컬”이라고 설명했다.

“뮤지컬은 텍스트만 봐서는 알 수가 없는 장르예요. 같은 대본이라도 리딩과 무대화가 전혀 다르죠. 빈 서사를 음악으로 메꾸기도 하고 빈 무대를 안무적으로 풀어내기도 해요. 기능적이고 실험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장르죠. 지금은 아니어도 트렌드에 따라 대중성을 확보하기도 해요. 시장과는 안맞지만 특이하거나 재밌는 작품들에 특화된 지원, 작곡가과 작가를 이어주는 파트너십 지원, 쇼뮤지컬 등 대극장 작품을 위한 앙상블 지원 등 지원 프로그램이 지금 보다는 훨씬 더 특화되고 다양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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