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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당신의 '지리멸렬'한 '몸값'에 건배!

[#OTT] 왓챠, 한국 영화 이끄는 감독들의 '범상치 않은' 단편 데뷔작 공개

입력 2022-07-27 18:30 | 신문게재 2022-07-2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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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리멸렬’의 김뢰하는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답게 이 영화에서도 특유의 매력을 뽐낸다. 비리청탁은 기본으로 노상방뇨와 무단횡단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부장검사로 등장한다. (사진제공=한국영화아카데미)

 

매주 쏟아지는 신작의 향연 속에서 떡잎부터 달랐던 대가들의 단편이 왓챠에 등장했다. 영화를 전공하지 않았던 봉준호 감독이 한국영화아카데미에 다니며 졸업 작품으로 내놓은 ‘지리멸렬’과 이충현 감독이 총14분의 분량을 롱테이크로 촬영한 남다른 데뷔작 ‘몸값’이 그 주인공이다.


사전적 정의로 ‘이리저리 찢겨져 종잡을 수 없는 상태’를 뜻하는 ‘지리멸렬’은 ‘바퀴벌레’ ‘골목 밖으로’ ‘고통의 밤’ ‘에필로그’라는 4편의 에피소드로 나뉘어져 있다. 봉 감독은 이 중 ‘골목 밖으로’에서 1초 정도 등장해 배우로도 데뷔했다. 주인공인 신문배달원의 형 역할로 뒷 모습과 발만으로도 남다른 아우라를 뽐내고 있다.

1994년에 만들어진 단편이지만 당시의 시대상을 놀랍게 비트는 동시에 미래를 예견한 듯한 연출력을 보여준다. 새벽마다 운동을 하며 천연덕스럽게 남의 집 문 앞에 놓여있는 우유를 훔쳐먹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골목 밖으로’는 지금은 거의 사라진 서울 골목길의 단상을 훑는다.

‘고통의 밤’은 88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뒤 가파르게 가격이 치솟았던 아파트가 배경이다. 짧은 에피소드지만 두 작품 다 ‘기생충’의 과외하는 집, ‘플란다스의 개’의 주요배경이 됐다는 걸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 겉으로는 만인의 존경받는 대학교수지만 연구실에서 클래식을 틀어놓고 야한 잡지를 탐독하는 수컷의 본능을 그린 ‘바퀴벌레’는 디테일의 끝판왕으로 현장에서 ‘봉테일’로 불리는 감독의 치열함이 돋보인다. 과대표 몰래 책상 위에 놓인 ‘펜트하우스’를 가리기 위해 책을 던지는 장면에서는 책장이 정확히 표지를 덮도록 하기 위해 수백번의 시도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마지막 ‘에필로그’는 앞에서 등장한 주인공들이 모두 사회 지도층이었다는 점에서 씁쓸한 웃음을 안긴다. 지나가는 신문배달원에게 우유도둑이란 누명을 씌운 남자가 사실은 그 신문인 ‘조선일보’의 논설위원이란 점, 만취한 채 노상방뇨를 시도하다 결국 서민의 밥통에 똥을 싸지르던 검사 등 오피니언 리더라 불리는 사람들의 허세와 위선이 지금 봐도 허를 찌른다.

그가 받은 오스카 4관왕(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의 씨앗이 ‘지리멸렬’부터 시작된 것을 깨달았다면 놀라움은 그 다음이다. ‘기생충’ 속 송강호의 대사처럼 봉준호 감독은 “다 계획이 있구나”를 외치게 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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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몸값’을 미끼삼아 타인의 ‘몸값’을 흥정하는 여고생. 핑크색 속옷을 입은 AB형 남자로 나오는 박형수의 마지막 엔딩과 겹쳐져 웃음을 더한다. (사진제공=센트럴파크)

 

영화 ‘콜’의 이충현 감독이 연출한 단편 ‘몸값’은 충무로 천재감독의 계보를 잇는 방증이다. 그저 ‘기발한 젊은 피’로 불리기에 그가 가진 발랄한 기괴함은 탐미적이기까지 하다.

‘몸값’은 첫 선을 보인 직후 제11회 파리한국영화제 최우수단편상, 제14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국내경쟁 심사위원 특별상, 단편의 얼굴상, 제15회 미쟝센단편영화제 4만번의 구타 최우수작품상, 관객상 등을 수상하며 국내외 영화제를 휩쓸었다.

시놉시스는 평범하기 그지없다. 원조교제를 위해 만난 남자와 여고생이 몸값을 흥정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자신의 처녀막과 첫 경험을 100만원에 올려놓은(것으로 추정되는) 여고생이 가평 어딘가에서 남자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큰 키에 자주색 교복을 입은 여학생을 만나러 온 남자는 한낮에 장례식에 간다는 핑계로 정장까지 입고 왔다.

누가 봐도 위축되고 조심스러워야 할 상황이지만 두 사람이 나누는 대사는 지극히 사실적이다. 처음엔 젠틀하기 그지없던 남자는 여자가 처음이 아니라는 이유로 반말과 욕설을 쏟아내더니 가격 흥정에 나선다. 다니는 고등학교를 대충 둘러대다가 거짓말이 들통난 여고생은 이 상황이 익숙하다.

성을 사는 데 익숙한 남자와 그걸 이용하는 10대 소녀의 거래가 완성되는 순간, 또다른 경쟁자가 등장하며 ‘몸값’은 괴랄한 반전을 드러낸다. 모델에서 배우로 안착한 이주영의 데뷔작답게(?) 이 영화의 ‘보는 맛’은 상당하다.

다수의 작품에서 배신자 혹은 야비한 캐릭터로 소비되고 있어 안타까운 박형수의 숨겨진 귀여움도 ‘몸값’의 재미를 높인다. 최근 배우 전종서, 진선규 주연의 동명 시리즈물 리메이크가 확정돼 다시 한번 주목받고있다. 왓챠의 첫 단편 익스클루시브 ‘몸값’은 지난 3월 30일 공개됐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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