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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칼럼] 내가 강직성척추염 일수도 있다고?

입력 2022-08-05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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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엽
한상엽 윌스기념병원(수원) 척추센터 과장



45세 이하에 3개월 이상 허리통증 지속된다면 의심 … 포도막염, 염증성장질환 동반 많아



외래진료를 보고 있는데, 젊은 군인이 들어왔다. “선생님 저는 허리, 골반이 아파서 생활이 힘겹고 어려운데 군병원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환자가 가지고 온 X-레이, 자기공명영상(MRI)을 확인해 보니 젊고 건강해보이는 사진이었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문진 및 신체 검진을 해보니 강직성척추염이 의심됐다.

환자는 아침에 일어날 때 허리가 뻣뻣하고 아프며, 몸을 좀 움직이고 나면 나아진다고 했다. 허리 통증 외에 양쪽 골반 통증이 동반되며, 명치 주변부도 통증(압통)이 있다고 했다. 이밖에 빛을 보면 눈이 많이 부시고 눈에 통증이 발생한다고 했다. 포도막염 증상이었다.

강직성척추염은 척추 및 관절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오랫동안 질병을 앓으면, 대나무 모양으로 척추가 변해간다(그림 A, B). 또 천장 관절에 골미란(뼈가 있어야 될 자리가 비어있거나 동그랗게 구멍이 뚫려있는 상태. 그림 C, 이상 출처 대한내과학회지 제 85권 제 3호 2013) 등의 변형이 생기지만, 발병 초기에는 이러한 변형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흔히 요통을 일으키는 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 또는 골절 등의 소견이 아니기 때문에 군 병원에서 이상이 없다고 한 것이다. 강직성척추염이 의심되면 염증을 발견할 수 있는 MRI를 추가로 찍어야 한다.

강직성척추염
강직성척추염은 척추 및 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증상이기 때문에 요통 외에도 엉덩이통증, 말초관절통증, 발꿈치·발바닥·앞가슴뼈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아울러 포도막염 증상(눈부심, 눈 통증), 크론병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설사, 배아픔, 혈변 등)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주로 남성에게 자주 발생하며, 피검사를 해보면 HLA-B27 이라는 유전자가 높은 확률로 양성 반응이 나타난다.

하지만 HLA-B27 양성이라고 전부 강직성척추염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와 함께 염증 수치를 나타내는 적혈구침강속도(ESR), C-반응단백(CRP) 등이 증가돼 있는 경우가 흔하다.

아직 이 질환을 완치할 수 있는 약이나 치료법은 개발되지 않았다. 원인도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다. 가족 중 강직성척추염 환자가 있는 경우 발병 확률이 조금 높게 나타난다는 경향이 있다는 정도다. 고혈압, 당뇨병처럼 평생을 두고 관리해야 하는 병으로 인식하는 것이 좋다.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NSAID)를 사용하면 효과가 좋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운동치료를 꾸준히 하면서 질환이 심해지지 않게 관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NSAID로 호전되지 않으면, 항류마티스 약제나 TNF 차단제 등을 사용해 볼 수 있다.

강직성척추염은 수술적 치료를 통해 낫기는 어렵다. 척추 변형이 진행되고, 골절 등이 발생하여 통증 및 신경학적 결손이 발생하는 경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지만 수술해서 완치되는 병은 아니다.

운동은 유연성을 유지하고 척추 변형을 막기 위해 꾸준히 시행하여 뻣뻣함을 줄이는 쪽으로 시행해야 한다. 수영과 같이 접촉이 적고 유연성을 기르며, 유산소운동을 할 수 있는 운동이 추천된다. 격투기나 다른 사람들과 접촉이 많고 과격한 구기 종목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강직성척추염은 진행될 경우 척추 마디가 붙어버리고 관절이 강직되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크게 다칠 가능성이 높다.

45세 이하의 젊은 나이인데 3개월 이상 지속되는 통증이 있으면 강직성척추염을 의심하자. 특히 허리통증 외에 다른 증상이 동반되거나, 지속적인 치료 및 검사에도 뚜렷한 병명을 찾지 못한다면 더더욱 의심해 볼 수 있다. 강직성척추염은 완치는 어려워도 관리하면 충분히 행복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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