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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내 여행의 산증인은 사진이 아니다?

[이희승 기자의 사적라이프] 캐리어 파손과 여행자 보험의 저 너머
"일어나서는 안될 일, 영수증과 현지 서류 꼼꼼히 챙겨야"

입력 2022-08-11 18:30 | 신문게재 2022-08-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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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바야흐로 휴가의 계절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하늘길이 막힌 지 3년 만에 해외여행이 개시됐지만 여전히 휴가를 가지 못한다. 들고 갈 ‘가방’이 없기 때문이다. 만인이 인정한 가방 중독자(였)로 과거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가수 서인영이 구두를 “울 아가”라고 불렀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는 사람이다. 방 2개인 경리단의 빌라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할 때도 옷장보다 가방을 보관하는 장롱이 더 컸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가볍고 개성적인 에코백이 최고임을 아는 나이가 됐다. 여기서의 가방은 바로 캐리어다.

예전만큼은(이라고 쓰고 체력이 딸려라고 고백한다) 아니지만 출장이 잦은 직업적 특성상 크기별로 여러 개의 캐리어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기내용과 수화물로 부칠만한 튼튼한 녀석(?)만 있으면 됐는데 싶지만.

역시나 캐리어도 종류나 색, 재질과 크기로 천차만별이다. 그렇다고 패리스 힐튼처럼 L사의 로고가 박힌 고가의 가방은 소유할 능력도, 흥미도 없었다. 다만 크기별로 다양하게 구비한 탓에 주말에 친정행 혹은 과하게 물건을 사야하는 코스트코 방문 때 요긴하게 써왔다. 늦둥이가 태어난 후에는 마트에 갈 때 아이를 태울 수 있는 캐리어를 무리해서 구입하기도 했다. 정작 물건은 많이 넣을 수 없는 취약점이 있지만 아이를 끌고(?) 다닐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디자인이었다. 지금은 흔하지만 약 4년 전만 해도 해외구매대행으로만 살 수 있던 이 캐리어는 동네 마트에서 반드시 “이건 어디서 사나요?”라는 엄마들의 질문을 받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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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필수품인 캐리어. 개인적으로 여행가방은 가볍고 튼튼한 게 최고인데 비슷한 디자인이 많은 탓에 유치해도 차별성을 더하는게 좋다. (사진=이희승기자)

 

휴가철이기도 하니 캐리어 파손시 겪었던 다양한 항공사들의 반응과 공통적인 요구 서류에 대한 경험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즐겁게 해외여행에서 돌아온 후 가방 파손에 대해 “일단 집에 간 뒤 해결하자”는 입장을 취한다. 긴 시간 비행에 시달렸고 환승이라도 했다면 피곤과 짜증이 극에 달했을 터. 하지만 가방 파손이 발견됐다면 그 즉시 해당항공사로 가야 한다. 심야나 새벽 도착이라도 상관없다. 인천공항의 수준은 세계적이고 연계된 항공사는 많다. 간혹 창구를 닫았더라도 친절한 안내가 가능한 곳이다.

얼마전 프랑스 칸 국제 영화제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캐리어의 손상을 입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는 전설적인 그룹  프레디 머큐리가 가수가 되기 전 했던 기내짐을 분류하는 작업 장면이 잠깐 나온다. 심드렁하게 가방을 던지는 그의 모습이 2초 정도 스치는데 요즘 세상에서 그건 애교수준인 것 같다. 다년간 꽤 여러번의 가방 손상 및 분실을 겪었는데 그럴 때 해당 항공사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비난할 마음은 없다. 쌓인 경험만큼이나 나름 대처한다고 생각했는데도 닥칠 때마다 생소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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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일단 캐리어 구매 영수증이나 결제 카드 내역서를 갖고 있기를 바란다. 열의 아홉이 가방을 구입했을 당시의 서류를 요구한다. 설사 그게 있다고 한들 끝이 아니다. 감가삼각비라는 항목이 있어 사용한 연도만큼 금액이 차감된다. 칸영화제 출장에서 손상된 캐리어를 구입한 건 5년 전, 영수증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랍에미레이트의 빠른 일처리였다. 

일요일임에도 담당 직원이 필요서류를 요청했고 친절한 안내를 받았다. 영수증이 없으므로 규정상 50% 정도를 제한 가격에서 1년에 거의 2~3만원이 차감됐다. 이런 안내를 수차례 받았기에 차라리 같은 크기의 가방을 요청했다. 과거 러시아 항공인 에어로프루트에서 바퀴가 3개인 깨진 캐리어를 돌려 받으면서 자그마치 5개월을 연락했던 경험이 있다. 전화는 ‘담당자를 바꿔주겠다’며 5번 이상 돌려졌고 어렵게 알아낸 담당자에게 읍소의 이메일을 보내고서야 겨우 대체 가방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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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배송으로 구매한 라이드 캐리어.(사진캡쳐=해당홈페이지)

 

아랍에미레이트의 담당자는 “과거에는 대체되는 가방의 퀄리티가 괜찮았지만 지금은 추천하진 않는다”면서 “구매를 5년 전에 하셨으니 영수증이 없다면 당시 결제한 카드 내역서를 뽑아달라”고 했다. 수하물 가방 치고는 꽤 큰 크기라 25만원에 구입했으니 영수증이나 카드 내역서가 없으면 50%를 제하고 사용한 4년에 해당하는 금액을 빼고 나면 손에 쥐는 건 몇 만원뿐이다. 결국 대체 가방을 받겠다고 했다. 다만 밝은 색으로 된 가방을 원한다고도 했다. 

3일 후 거대한 크기로 도착한 박스에는 이름도 들어 본 적 없는 로고가 박힌 은색 캐리어가 들어 있었다. 이 가방은 현재 제주도에서 한달살기 중인 친정부모님 댁에 가 있다. 가방으로 받는 조건은 반품불가이고 동일한 크기여야 한다. 무려 28인치인 탓에 한달 살기에 가 있을 짐을 담기에는 그만이었다.

더불어 현명한 여행을 원한다면 보험을 드는 것이 좋다. 허니문이 첫 해외여행이었던 남편은 몰래 당시 거금의 여행자 보험을 들었다. 지금처럼 부담없는 1~2만원대에 다 되는 호시절은 아니었지만 분실물에 대해선 상당부분 보상해주는 혜자스런(?) 시기였다. 꼼꼼히 따져 본 사람은 알겠지만 요즘 해외여행자 보험은 파손에 대해서만 보상한다. 그나마도 전액 보장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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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보험 체크리스트.항목은 죄다 줄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닥쳤을 때 첨부해야 할 서류를 체크해야 현명한 여행이 될 수 있다. (사진=이희승기자)

 

당시 렌트카 위에 면세점에서 산 보스 선그라스를 올려두고 그냥 출발했던 남편은 면세점 영수증을 안 버리고 가지고 있던 덕분에 전액을 보상받았다. 이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소매치기를 당했던 가방과 디지털 카메라도 당시 현지 경찰서를 방문해 해결했다. 당시엔 “찾을 방법이 없다. 하필 그곳엔 CCTV가 없다”며 달랑(?) 서류 한장을 받았는데 검색을 통해 관할 경찰서 도장이 찍혀있으면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에 귀국 후 전액보상은 아니지만 3분의 1 정도는 돌려 받을 수 있었다.

 

이 사건에 대해 악사(AXA) 관계자는 “현지 경찰서에 신고 후 폴리스리포트를 발급 받은 것이 신의 한수”라며 “있어서는 안될 일이지만 만약 닥쳤다면 현지 증명 서류는 필수”라고 조언했다. 가장 빈번한 휴대폰 파손의 경우 가입증명서의 할부원금과 구입시점부터 사고시점까지 법정 감가율이 적용되니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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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도 소모품이라 굴러가는 바퀴도 닳는 법. 저렇게 견고한 나사를 박아주자 실제 새것같은 가방으로 재탄생됐다. (사진=이희승기자)

 

나의 경우 캐리어가 파손됐을시 수리불가 확인서가 필요했는데 양심적인 수리업자를 만나해결한 적이 있다. 도저히 굴러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수리업자는 “보험료를 받으면 새 것을 살 수는 있다. 하지만 내 경력에 마이너스를 내고 싶지 않다”면서 “더 쓸 수 있겠냐”고 물었고 새 것 이상으로 고친 경험이 있다. 눈치챘겠지만 보험을 빌미로 마냥 우기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여행의 추억을 가장 가까이서 함께한 캐리어에 대한 예우를 다해보는 건 어떨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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