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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힉엣눙크 페스티벌 강경원 총감독 “#혁신 #비정형성 #무경계성 여기 지금 발 디딘 예술”

[허미선 기자의 컬처스케이프]

입력 2022-08-12 18:00 | 신문게재 2022-08-1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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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원 총감독
힉엣눙크 페스티벌 강경원 총감독(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

 

“축제의 타이틀 힉엣눙크(Hic et Nunc!)에 ‘눙크’(지금)가 포함된 것처럼 현재와 관련된 주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꼭 클래식 음악 장르에서만이 아니라 사회적 주제도 음악과 융합적인 형식으로 풀어내 축제에 반영하고 있죠,”

강경원 총감독의 설명처럼 올해로 5회를 맞는 ‘힉엣눙크 페스티벌’(이하 힉엣눙크, 8월 16~9월 6일 롯데콘서트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일신홀, 서울대학교 미술관 외)은 그가 총감독이기도 한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여기 그리고 지금’에 발 디딘 클래식 축제다.

영 아티스트들을 발굴해 국제무대에 소개해온 세종솔로이스츠는 1994년 강효 줄리어드 음대 교수를 주축으로 창설돼 돼 미국의 CNN이 ‘세계 최고의 앙상블 중 하나’라고 극찬받은 현악 오케스트라로 강경원 총감독 역시 창단부터 함께 하고 있다.  

 

_힉엣눙크!페스티벌 총감독_강경원
세종솔로이스츠 초청 협연으로 연을 맺은 힉엣눙크 페스티벌 강경원 총감독(왼쪽)과 세계 최정상의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에드가 마이어(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Richard Yongjae O‘Neill)을 비롯해 세종솔리이스츠 주최로 첫 카네기홀 공연을 가진 피아니스트 조성진, 노부스 콰르텟(김재영·김영욱·김규현·이원해) 등이 이들과 함께 성장했다.


세종솔로이스츠와 5년째 진행 중인 힉엣눙크는 ‘비정형성’ ‘무경계성’ ‘혁신’ 등을 특징으로 한다. ‘클래식’이지만 변화하는 사회, 진화하는 음악, 혁신의 예술, 변수의 등장 등을 담아내야 한다는 그리고 담아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난해 메타버스에 세종타운을 구축해 진행한 라이브 공연, 올해 6월 NFT 발행 및 NFT NYC 참여 등이 그 예입니다. 이는 세종솔로이스츠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의 일환이며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죠.” 

 

그리곤 “세종솔로이스츠가 현재 세계무대에서 중요한 예술가로 인지되지만 국내에는 덜 알려진 음악가, ‘클래식에서의 다양성’처럼 최근 급부상하는 가치를 한국에 소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을 보탰다.

“음악과 사회, 이 두 축을 함께 실행하다 보면 비정형성, 무경계성은 자연히 나타나는 현상 같아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사회적 주제를 품으면서 음악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여기 지금’ 발 디디고 꾸준히, 혁신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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힉엣눙크 페스티벌을 함께 하는 세종솔로이스츠(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

 

“저는 클래식 음악이 현시대에 밀접하게 관련돼(Relevance)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세종솔로이스츠 같은 클래식 음악 단체도 현시대의 화두를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죠.”

강 감독의 말처럼 축제의 특징인 비정형성, 무경계성, 여성의 힘·마이너리티 등에 대한 존중과 탐구정신 등은 그의 음악관, 삶의 철학과도 맞닿아있다.

“하지만 현재 공연장에서 연주되는 클래식음악의 주요 레퍼토리는 18세기에서 20세기 중반까지 작곡된 곡이죠. 이에 힉엣눙크는 시대정신을 반영한 기획을 하려 노력 중입니다. 이번 힉엣눙크의 모든 공연에는 생존하는 작곡가의 곡이 포함돼 있어요. 그렇다고 힉엣눙크가 현대음악 축제는 아닙니다. 고전 레퍼토리와 현대곡을 적절히 조화시키거나 고전을 새로운 맥락에서 보여주는 등 다양한 방식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음악제죠.”

혁신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음악관, 삶의 철학은 그가 창설해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힉엣눙크, 세종솔로이스츠, 평창대관령음악제 등에 고스란히 담겼다. 강 감독은 “세종솔로이스츠, 평창대관령음악제, 힉엣눙크 모두 창설 시기와 환경을 되돌아보면 새로웠던 구상이었다”며 “더불어 이런 일들을 할 수 있는 자원과 가능성 등이 어느 정도 보이기 시작한 환경이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_제5회 힉엣눙크! 페스티벌 메인 포스터
제5회 힉엣눙크 페스티벌 포스터(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

“세종솔로이스츠 창단 당시는 줄리어드에 재능있는 한국인과 한국계 현악도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할 때였죠. 강효 교수가 이들을 모아 세계적인 앙상블을 만들면 좋겠다는 취지로 창단했습니다. 평창대관령음악제는 문화적으로 강한 도(道)를 만들고자 했던 김진선 강원도지사(32~34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시작했죠. 그리고 힉엣눙크는 혁신을 추구하려는 집단적 인지도가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예술 그리고 클래식의 대중화

 

“예술은 우리 내면의 인간성을 깨우죠. 그런 면에서 예술은 사회에 필요한 기본이면서도 고귀한 가치를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유례없는 변수이자 재앙 그리고 전쟁, 혐오, 차별 등 인류를 위협하는 비극들이 반복되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여기 지금’. 강 감독은 예술의 힘을 강조하며 극과 극의 자아인 오이제비우스와 플로레스탄을 내면에 품고 음악으로 승화시킨 로버트 슈만(Robert Schumann)의 “예술가의 본분은 사람의 마음의 심연에 빛을 보내는 일”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코로나와 같은 재앙이 모든 이의 주의를 블랙홀같이 빨아들이고 예술의 가치를 잊게 만들고 있죠. 이럴 때일수록 삶에서 예술의 가치를 찾고 발견하는 일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에 클래식의 대중화는 꼭 해내야 하는,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숙제이기도 하다. 강 감독은 “정말 어려운 일이고 여러 가지 논문 또는 사례가 있지만 답이 나오지 않는 것도 같다” 토로하면서도 “클래식의 대중화에서 ‘대중’은 대중음악의 관객 수는 아닌 것 같다”고 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바람을 털어놓기도 했다.

 

강경원 총감독
이배 작가 작품 앞에 선 힉엣눙크 페스티벌 강경원 총감독(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

 

“클래식 관객이 미술관 관람객만큼 확장됐으면 좋겠어요. 세종솔로이스츠에서의 경험에 따르면 미술 애호가분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드렸을 때 즐기시는 속도가 빨랐어요. 모든 이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보편적으로 고급예술 장르 안에서의 이동이 더 수월하다고 할까요. 그래서 세종솔로이스츠는 소규모의 프라이비트 콘서트를 통해 미술애호가를 영입하는 노력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올해 서울 진출을 공표해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고 있는 글로벌 아트 페어 프리즈서울이 그 예다. 세종솔로이스츠는 프리즈서울의 협력 파트너로 그들이 개최하는 음악회를 함께 꾸린다.

_힉엣눙크!페스티벌 총감독_강경원
힉엣눙크 페스티벌 강경원 총감독(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

“물론 이 같은 소규모 공연으로 ‘클래식 대중화’를 단박에 이룰 수는 없겠죠. 하지만 세종솔로이스츠로서는 관객을 확장하는 시도이고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힉엣눙크와 발맞춰 차근차근 혁신적으로!

“참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한국은 꽤 오래 전부터 경제적으로 세계 10대 전후의 규모를 이루고 있어요. 이제는 문화 강국 시대가 열리는 것 같아요. 클래식계에서는 50년 전 한국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몇몇 개인이 세계무대에서 성공해 공공외교인의 역할을 했었죠. 이제는 국내 클래식 생태계 자체가 급이 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에버레스트 정복을 위한 시작점이 (산 아래가 아닌) 산 중턱이랄까요.”

강경원 감독은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K컬처 열풍과 반 클라이번 최연소 우상자 임윤찬, 제12회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등 각종 글로벌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 연주자들의 활약에 대해 뿌듯함을 표하기도 했다.

“글로벌과 로컬(국적) 모두가 예술가의 창작에 영감을 주는 것 같아요. 예술은 글로벌 보다 더 크고 기본적인 인류에 대한 표현이거든요. 그런 예술을 위해 저 역시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차근차근 해나가고 싶습니다. 이 점에서는 힉엣눙크와 저의 행보가 일치하는 것도 같아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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