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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세계 현대건축 여행> 김종훈

입력 2022-10-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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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좋은 도시는 좋은 건축이 많은 도시”라고 말한다. 그는 또 “좋은 건축은 사람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준다”고 전한다. 특히 공공 건축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한다. 파리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가 된 것도 그 덕분이라고 한다. 영국 런던은 도시정책으로 ‘굿 디자인 운동’의 모델이 되는 곳이라고 칭송한다. 그는 낯선 도시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곳의 건축물들을 읽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자신이 만난 위대한 현대건축은 미래도시의 문제들인 환경과 에너지, 자연과 삶을 고민하는 시대정신을 담고 있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도시는 언제나 사람을 위한 더 나은 건축을 지음으로써 진화한다”고 말한다.




* 과거를 기억케 만드는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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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동베를린 지역에 위치한 이 박물관은 독일 통일 전인 1962년 서독의 유대인 공동체가 1938년 나치에 의해 폐쇄된 박물관의 재개관을 요구했다가 1989년이 되어서야 공모가 진행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역사적 화해를 위한 프로젝트임에도 선정된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스가 독일인이 아니라 폴란드계 유대인이라며 시 상원이 건립 계획을 취소했다가 3개월 만에 극적으로 재개되는 헤프닝도 있었다. 1999년 박물관 1차 개관식 당시 슈뢰더 총리가 홀로코스트의 희생자가 될 뻔했던 다니엘의 아버지에게 무릎을 꿇음으로써 이 박물관은 갈등과 파괴의 시간을 기억하면서 인간의 존엄성까지 생각케 만드는 상징이 되었다. 아연도금의 짙은 회색빛 금속성 패널 파사드가 인상적이다. 칼로 난도질한 듯 길게 찢겨진 형상의 창문은 수 백만 유대인의 고통을 상징한다. 지그재그 라인으로 9번 구부러진 형상의 지붕은 유대 민족의 상징인 다윗의 별을 형상화했다. 독특하게도 이 건물에는 출입구가 없다. 옆 건물인 옛 유대인박물관의 지하통로를 이용해야 한다. 외부와 단절된 외로움과 고립된 슬픔의 역사를 상징한다. 박물관 내부는 동선을 따라 처참한 과거, 참회하는 현대, 미래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으며 세 곳의 명소가 유명하다. 독일에서 추방된 유대인들의 이민 경로를 상징하는 ‘추방의 정원’은 똑같은 높이의 콘크리트 기둥 49개가 똑같은 간격으로 서 있다. 높은 콘크리트 벽체로 사방이 막힌 ‘홀로코스트 타워’는 수용소 내 유대인의 고통을 상상하게 해 준다. 이스라엘 현대미술가 메나세 카디시만의 작품 ‘낙옆’이 깔린 ‘기억의 공간’은 사람 얼굴을 닮은 바닥의 1만여 개 철제 형상이 밟을 때마다 요란한 소리를 내 희생자들의 절규를 떠올리게 한다.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는 이 박물관 공모로 일약 건축계 스타로 떠오른 후, 9.11 테러로 무너진 뉴욕 세계무역센터 재건축을 담당하며 세계적 건축가 반열에 올랐다. 이를 계기로 ‘해체주의 건축의 대가’라는 명성까지 얻게 된다. 국내에서는 서울 삼성동 현대산업개발 사옥이 그의 작품이다.



* 아픔을 기억해 치유하는 ‘9.11 메모리얼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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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11 테러로 무너진 뉴욕 쌍둥이 빌딩의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하기 위해 미국은 ‘기억’을 선택했다. 무너져 내린 자리에 ‘그라운드 제로’를 조성하고 그 안에 9.11 메모리얼 파크를 두기로 했다. 이 추모공원은 건축가 마이클 아라드와 조경디자이너 피터 워커의 공동 작품이다. 쌍둥이 빌딩이 있던 자리에 세워진 두 개의 초대형 사각형 인공폭포는 마이클 아라드가 설계 제작했다. 폭포는 겨울에도 쉬지 않고 365일 그날의 눈물처럼 물을 쏟아낸다. 폭포 주변 난간에는 테러로 목숨을 잃은 2753명과 미국 국방성 펜타곤 테러 희생자 184명 등 2983명의 이름이 빼곡히 동판으로 새겨져 있다. 아라드는 이 추모의 공간을 ‘채움’이 아닌 ‘비움’의 철학으로 풀어냈다. 추모공원에는 400그루의 참나무가 모여 있다. 피터 워커는 이 조경 디자인의 개념을 ‘평평함’이라고 했다. 나무의 키를 맞추기 위해 3년간 작고 큰 나무의 영양 상태를 조율 관리했다. 그 가운데 유일하게 다른 배나무 한 그루가 눈에 띈다. 테러의 폐허 속에서도 살아남은 ‘생존의 나무’다. 이 나무를 보면서 미국이 깊은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길 갈구한 것이다. 공원 내 박물관에는 테러에서 마지막까지 꼿꼿하게 서 있던 ‘마지막 철기둥’과 당시 소방관들의 다급했던 음성, 테러리스트들이 공항으로 들어가는 동영상 등이 마련되어 있다. 저자는 “우리도 세월호 사고의 현장에 이런 ‘부재의 반추’가 세워졌으면…”하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 시공을 건너 과거와 소통하는 ‘중국미술학원 샹산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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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저우의 이 건물은 2012년 중국 본토 출신으로 처음이자 프리츠커상 역대 최연소 수상자인 ‘왕슈’의 작품이다. 도시에 역사와 시간 공동체를 무시하는 건물을 복제해 채우는 방식을 단호히 거부하는 그는 대학 건물의 전형성을 탈피해 이 캠퍼스를 지었다. 중국미술학원은 2002년부터 5년의 공사를 거쳐 2007년 완공되었고 현재 그는 이 대학의 건축대학 학장이다. 캠퍼스 메인 건물의 안쪽은 중국 전통 가옥 구조를 그대로 가져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흰색 외벽을 타고 건물을 가로지르는 계단과 규칙성을 찾기 어려운 창이다. 크기와 모양이 모두 다르고 위치도 제각각이다. 건물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한 벽 구조에, 통로는 비스듬한 경사로 이어져 위 아래층 구분도 어렵다. 교내 연못가 두 동의 건물은 콘크리트 기둥이 마치 대나무 숲을 연상케 한다. 2013년에 완공된 게스트하우스 ‘수안산거(水岸山居)’를 포함해 거의 모든 건축물의 마감재는 인근 농가 철거 때 나온 700만 장의 기와와 벽돌, 목재, 흙 등으로 재활용했다. 주변 산세를 적절히 활용해 부지 중간의 50m 높이 작은 산을 그대로 자연스럽게 조화되도록 남겼고, 마을 시냇물과 양어장도 그대로 보존했다. 왕슈는 건축의 지역성 회복이 건축가의 의무라고 여겨, 프리츠커 상 수상 후에도 계속 항저우를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상하이나 베이징은 중국의 도시다운 정체성을 잃었다고 본 것이다. 옛 것의 흔적을 이어가려는 노력으로 만든 그의 또 다른 걸작 ‘닝보박물관’은 지역성이 강한 건축물이 세계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 부수지 않고 보존해 빛나는 ‘데이트 모던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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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이후 현대 예술작품을 주로 전시하는 이 미술관은 런던의 대규모 공공 도시재생 사업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건축됐다. 20년간 문을 닫아 흉물이 된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 외관을 80%나 보존한 리모델링으로 재탄생했다. 기존 건축물을 부수지 않고 주변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게 하는 영국의 고유 건축정신이 잘 반영됐다. 중앙에 우뚝 솟은 99m 거대한 굴뚝에는 반투명 패널을 사용해 밤에 빛을 내도록 했다. 스위스 정부의 지원 덕에 ‘스위스 라이트’라고 불린다. 백미는 폭 23m, 길이 155m, 높이 35m의 거대한 ‘터빈홀’이다. 발전기가 있던 공간에 철제 H빔을 그대로 살려 메인 전시실로 개조했다. 높은 천장을 반투명 유리지붕으로 바꿔 밝은 빛이 들어오도록 했다. 미술관 서쪽 출입구는 템스 강변의 산책로와 통한다. 산책객들도 자연스럽게 들어와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설계한 것이다. 이곳에선 기업 후원을 받아 매년 새 작가 특별 전시회를 연다. 2012년 유니레버가 진행한 ‘유니레버 시리즈’가 큰 히트를 치면서 대표 브랜드가 되었다. 2015년부터는 현대자동차가 ‘현대커미션’을 진행 중이다. 이 미술관은 사람 중심의 미술관을 표방한다. 특별 전시회를 제외하고, 런던을 360도 조망할 수 있는 10층 전망대까지 모두 무료다. 6층 카페는 런던 스카이라인과 딱 맞춘 높이 덕분에 런던의 명소로 이름이 높다. 저자는 우리도 헐어버린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건물을 반성을 위한 ‘징비록으’로 삼았다면 어떠했을까 아쉬워 한다. 이 미술관을 설계한 스위스 출신 동갑내기 젊은 건축가 자크 헤르초크와 피에르 드 뫼롱은 프로젝트에 따라 다른 스타일의 건축물을 선보이는 창조적 건축으로 유명하다. 베이징 올림픽 스타디움 ‘새 둥지’과 서울의 ‘ST 송은빌딩’이 그의 작품이다.



* 자연이 완성한 ‘켐펠리아우키오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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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디나비아의 모더니즘 건축과 디자인을 선도하는 도시 ‘헬싱키’를 대표하는 걸작 현대건축물의 하나다. 과도한 장식을 배제한 단순함과 태초의 자연을 최대한 활용한 핀란드 특유의 디자인이 돋보인다. 바위 속을 파고 세워 ‘암석교회’로 불린다. 핀란드 건축가 티모·투오모 수오말라이넨 형제가 설계했다. 헬싱키 중앙역에서 북서쪽 1km 밖의 템펠리아우키오 광장 근처에 있다. 마을 한 가운데 넓게 자리잡은 바위산을 활용하되 그 위가 아닌, 안으로 들어가는 디자인을 채택했다. 단단한 화강석 바위산을 다이너마이트로 발파한 후 암석을 쪼아 내부 공간을 만들었다. 공모가 이뤄진 1961년에는 지하 벙커에 교회를 짓는다며 ‘악마의 소굴’이라는 비판을 받아 7년이나 표류했지만 1969년 완공 후에는 예배 뿐만아니라 결혼식장 콘서트장 등 주역주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밖에서 보면 자그마한 십자가가 그나마 눈에 뜨지 않게 놓여 있을 뿐, 돌무덤 같아 보인다. 그렇지만 실내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암벽과 돌로 쌓은 벽이 그대로 노출된 반면 음향효과까지 고려해 동판 띠로 시공한 지름 24m의 둥글고 웅장한 천장, 천장과 벽을 잇는 180개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한 쪽 벽에 붙은 3100개의 파이프가 내장된 4개의 오르간도 조화롭다. 인공적인 것은 최대한 절제된, 자연이 건축에 들어오는 디자인이 시선을 끈다.



* 시대를 앞선 자연의 집 ‘훈데르트바서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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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 가우디가 있다면 오스트리아에는 훈데르트바서가 있다. 많은 관광객이 그가 설계한 칼레 빌리지, 쿤스트하우스 빈,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을 보러 빈을 찾는다. 저자는 그 중 으뜸을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로 친다. 비정형성이 주는 뚜렷한 개성감이 눈길을 확 끈다. “건축의 본질은 인간의 행복”이라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꿈꾼 이 자연주의 건축가는 피부와 의복 집 사회 지구환경을 ‘인간을 보호하는 5개의 피부’라고 정의한다. 1972년 그는 ‘당신의 창문에 대한 권리’ 선언을 통해 “거주자가 집합건물에 살더라도 내부의 구조 뿐만아니라 외벽도 일정 범위까지 스스로 꾸밀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빈 시의회 의뢰로 유명 관광명소 안에 지은 임대주택 ‘훈데르트바서 하우스’에는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30~150㎡ 크기의 52세대 주택과 어린이놀이터 등이 있는데, 구불한 곡선과 원색이 형형색색 가득해 첫 인상부터 자연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건물 내부에도 나무를 심어 250그루 의 나무가 창문과 발코니 밖으로 머리를 내민다. 건물 벽을 작은 단위로 나눠 빨강과 파랑 노랑 회색으로 다양하게 칠해 멀리서도 자기 집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거대한 모자이크 캔버스 같은 바로 옆 칼케 빌리지도 그가 직접 디자인했다. 인근에는 그의 걸작 쿤스트하우스 빈이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반지의 제왕 ‘호빗 마을’의 모티브가 됐던 로그너 바트 블루마우 리조트도 멀지 않다. 알록달록한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은 혐오시설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놓은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 땅을 기억하는 건축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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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뉴욕현대미슬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현대미술 콜렉션을 보유한 곳이다. 약칭으로 ‘에스에프모아’라 부른다. 샌프란시스코가 서부지역 현대미술의 중심지가 되는 큰 역할을 한 곳이다. 스위스의 세계적 거장 마리오 보타의 대표작이다. 지역의 자연에서 얻은 건축 재료를 사용해 지역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동시에 현대건축 다자인의 요소를 잃지 않음으로써 어느 문화권에서도 통할 수 있는 보편성을 유지한다. 얼룩말을 연상케 하는 줄무늬와 외벽의 붉은 벽돌로 만들어낸 일정한 패턴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 미술관은 직선이나 곡선 또는 절단선과 같은 강력한 기하하적 형태와 홈이 파인 띠로 구성된 파사드 등이 기념비적 건축의 특징을 모두 반영하고 있다. 외벽에는 일반적 모양의 창문이 없어 단순하고 간결하다. 창문이 없는 대신 중앙의 채광창과 벽체의 틈과 구멍을 통해 빛이 유입되도록 했다. 천장에서 자연광이 쏟아지는 아트리움 중앙에는 큰 원형 기둥 4개가 버티며, 모든 전시실이 중앙 아트리움으로 연결되는 열린 구조를 갖췄다. 이 곳은 명작 컬렉션에 집착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남미와 아시아권 미술을 자주 소개한다. 마리오 보타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2003년 서울 강남의 적별돌 교보타워를 시작으로 2004년 서울의 리움미술관, 2008년 제주 섭지코지의 아고라, 2019년 경기도 남양성모성지 대성당을 설계했다.



* 파리를 문화왕국으로 되살린 ‘퐁피두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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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퐁피두 센터는 파리 문화예술의 바로미터다. 7만여 점의 미술품과 연 20회 이상 진행되는 획기적 프로그램 등 콘텐츠도 뛰어나지만 건축물 자체로도 파리의 창의적 실험정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건물 내부와 외부가 완전히 뒤바뀐 거대한 철골 구조물의 이 대형 건축물이 1977년 개관되었을 때 파리 시민들은 고풍스런 파리의 건축물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야유를 보냈다. 하지만 세상에 없는 대형 복합문화 공간을 도심의 추한 빈민가에 새롭게 세우길 원했던 당시 정부는 소송까지 감내하며 지원했다. 덕분에 지금은 문화예술의 도시 파리의 명성을 되찾아 주었다는 찬사를 받는다. 이탈리아의 렌초 피아노와 영국의 리처드 로저스가 이 파격적인 디자인을 설계했다. 구조와 건물의 기능을 위한 시설을 모두 밖으로 과감하게 드러냄으로써 안과 밖이라는 공간의 기본개념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건물 외벽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투명한 튜브 모양의 거대한 에스컬레이터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공조기와 전기배판 등도 모두 외부로 나와 있어 마치 공장 같다. 덕분에 축구장 두 배 크기의 내부가 탄생했다. 회장실과 화재 대비 방화 셔터를 제외하면 기둥과 배관 계단 벽 어떤 것도 없어 완벽한 공간의 자유를 선사한다. 최상층 전시 공간은 훌륭한 전망대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저녁의 파리 풍광이 일품이다. 인간과 어우러진 하이테크 건축을 지향하는 리처드 로저스는 뉴칼레도니아의 조개껍데기와 카낙 민족 전통 가면을 연상케 하는 ‘장 마리 치바우 문화센터’, 서울의 KT 광화문 신사옥, 전통의 자적색 철골 트러스트 건물인 여의도 파크원을 디자인했다.



* 미술품보다 값진 미술관 ‘솔로몬 구겐하임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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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코르뷔지에, 루트비히 미스 반 테어 로에와 함께 ‘현대건축 3대 거장’으로 불리는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유작이다. 미국의 철강 대부호 솔로몬 구겐하임이 평생 수집한 컬렉션을 전시하기 위해 1937년 뉴욕에 세웠던 비구상회화 미술관을 새롭게 건축한 건축물이다. 뉴욕 센트럴파크 바로 옆에 위치한 이 미술관은 1943년 구상부터 1959년 완공까지 꼬박 16년이 걸렸다. 처음에는 “큰 아이스크림 같다”는 조롱을 받았으나 지금은 ‘20세기 최고 건축물’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201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됐다. 피카소와 드가 고갱 칸딘스키 등 주로 비구상과 추상 화가들 작품을 전시한다. 하지만 이 미술관의 유명세는 이런 소장품 보다 미술관 건물 덕분이다. 모더니즘 건축의 대표 소재인 콘크리트와 유리로 철골 구조를 덧씌우는 방식으로 지어졌다. 특히 관람객의 시선과 발길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기술이 탑재된 첨단 아이테크 빌딩이다. 430m에 이르는 나선형 벽이 건물 외곽을 따라 돌고 각 공간은 나선형 이동로를 따라 물 흐르듯 이어진다. 나선형 경사로의 벽면이 곧 작품 전시 공간이다. 어느 층에서든 다른 층의 미술품을 볼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돔 천장은 하늘을 향해 열린 공간이라는 착각이 들게 한다. 일본 이누야마의 제국호텔, 미국 펜실벤니아주 폭포 위에 지은 카프만의 집 낙수장 등 그의 대표작 대부분이 자연친화적이다.



* 도전과 좌절의 역사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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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변방 도시 시드니를 세계적 문화관광 도시로 만든 1등 공신이다. 201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 건축물은 덴마크의 젊은 건축가 요른 웃손에게 2003년 프리츠커 상을 안겨 주었다. 당시 ‘1950년대에는 상상할 수 없는 최고의 공법으로 20세기 최대의 걸작품을 탄생시켰다’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1959년 공사 시작 후 1973년 완공 때까지 공사비가 15배나 늘어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마침내 공사 2단계 상황에서 디자인 결정권을 포기하라며 건축가가 쫓겨났고 그는 결국 준공식에도 초청받지 못했다. 1985년에야 호주 정부는 그에게 훈장을 수여하며 화해를 청했고 2004년 내부 재설계 때 참여케 해 ‘웃손의 방’이라는 공간을 선사했다. 설계가 완성되기 전에 시공이 들어간 것이 큰 문제였다. 디자인대로 무게를 버티게 할 건설 기술도 부족했다. 웃손에 이어 피터 홀 등 3명의 호주 출신 건축가들이 투입됐는데 이들은 최대한 원래 디자인을 지키려 노력했다. 넓고 거대하게 펼쳐진 기단은 웃손이 마야 문명의 웅장한 계단식 피라미드에서 영감을 얻었다. 100만 장 이상의 하얀 도자기 타일로 만든 조개 껍데기 모양의 외벽은 반으로 잘린 오렌지 껍질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이곳은 세계적 수준의 공연시설로도 유명하다. 2700여 석의 콘서트홀과 1만 5000개 파이프를 가진 오르간, 1500억 규모의 오페라 극장이 있다. 덕분에 시드니는 세계 최고의 미항(美港)으로 거듭났고 공사비용 몇 배의 수익을 거두었다.



* 말뫼의 눈물을 씻어낸 ‘터닝 토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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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도시 개발 프로젝트의 교과서’로 불리는 스웨덴 ‘말뫼’의 상징이다. 스칸디나비아 지역 내 가장 고층이다. 세계적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설계했다. 1970년대 세계 최고의 조선소였던 코쿰스 조선소가 한국 등에 밀려 경쟁력을 잃고 문을 닫자 스웨덴 정부가 ‘내일의 도시’라는 이름으로 추진한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지역의 태양열과 열병합발전소가 만드는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복합주거빌딩이다. 특히 첨단 구조 기술로 빼어난 구조미를 완성해 ‘도시재생의 아이콘’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남자의 상반신이 90도로 돌아간 형상의 지상 54층에 190m에 이르는 터닝 토르소 디자인을 완성했다. 9개 큐브 중 아래 2개만 업무 공간이고 모두 주거공간이다. 어느 층에서든 탁 트인 시야가 확보된다. 한 개의 큐브는 5개 층으로 이뤄져 있고 층마다 1.6도씩 회전하면서 상승한다. 최상층에 이르면 90도가 뒤틀린 형상이다. 외벽의 흰색 철골 프레임은 빌딩의 뒤틀림을 잡기 위한 보강재로 설치되었지만 전체 디자인과 조화를 이룬다. 2800개 패널과 2500개 창으로 이뤄진 외벽 곡면이 이채롭다. 이 건물 덕분에 말뫼는 6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생기고, 평균 연령 36세의 젊은 도시로 거듭났다. 칼라트라바는 구조공학을 기초로 자연을 디자인에 담아 역동적인 모습의 건축물을 구현한다. 2016년 완공된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환승역사 ‘오큘러스’는 ‘중력을 거부하는 건축물’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 21세기 피사의 사탑 ‘마리아 베이 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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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정부가 관광 서비스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동남아시아 최초의 도심형 복합리조트 건설한 것이 ‘마리아 베이 샌즈’다. 5성급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 쇼핑몰, 초대형 카지노, 컨벤션 센터가 입점 했다. 이 곳은 바다 매립지다. 57만㎡의 부지를 조성해 국제입찰로 사업자를 선정했다. 이스라엘 출신 캐나다 스타 건축가 모세 샤프디가 설계자로 낙점되었다. 27세 나이에 20세기 대표적 건축물 ‘해비타트67’을 설계했던 그는 당시 70대 노장이었다. 그 조차 자신의 설계대로 이 건축물이 지어질 수 있을 지 상상도 못했다고 했을 정도로 불가능에 가까운 시공기술이 필요했던 난공사였다. 200m 높이의 거대한 3개의 타워가 커다란 배를 받치고 있는 독특한 형상은 카드 게임 때 카드를 겹쳐 세워 섞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최대 난제는 52도로 기울어진 타워였다. 쓰러지지 않고 서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게 당시 중론이었다. 3개의 타워는 대형 수영장이 있는 축구장 3개 크기에 길이가 343m에 이르는 최상층 스카이파크로 연결된다. 돛단배 모양의 앞 부분 70m는 하부에 아무런 지지대 없이 돌출되어 놀라움을 준다. 공사를 맡은 우리 쌍용건설은 “현존하는 건축물 중 최고 난도의 공사를 해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저자의 기업인 한미글로벌도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팀으로 참여했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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