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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사람과 밥상에 대한 통찰 담은 '밥상머리 인문학' 출간

입력 2022-11-03 18:00 | 신문게재 2022-11-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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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 인문학
밥상머리 인문학|오인태|가격=2만 2000원. (사진제공=궁편책)

제목 ‘만’ 보면 따분할 것 같은데 펼쳐보면 사진이 예술이다. 정갈한 소반 위에 차려진 한끼 밥상과 곳곳에 보이는 레시피를 보면 영락없는 요리책이다. 그런데 시인이자 교육자인 오인태, 길어야 한장 반짜리 그의 글을 보면 에세이가 따로 없다.


신간 ‘밥상머리 인문학’은 까도 까도 나오는 하얀 속살에 눈이 아려지는 것도 잠깐 볶을수록 캐러멜라이징된 특유의 단맛을 가진 매력적인 채소 양파 같은 책이다.

교사, 장학사, 교육 연구사, 교육 연구관을 거쳐 지금은 지리산 청학동에서 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인 그는 이미 수십 권의 저서를 낸 베스트셀러 작가다. 임재해 민속학자는 책의 추천사에 “‘무엇을 먹는가’ 보다 ‘어떻게 먹는가’가 밥상 문화에서 중요한 것처럼 ‘무엇이 되는가’보다 ‘어떻게 사는가’가 인생살이에서 더 중요하다. 인문학의 핵심 질문이 이 책에 담겨있다”고 적었다. 잘 차려진 인문학 한상을 읽으면 포만감을 느낄 거란 그의 극찬은 ‘밥상머리 인문학’을 정의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사계절 목차로 나뉜 제철 요리들은 저자가 평소 직접 차리고 찍어 온 사진들로 이루어져 있다. 밥상에 깃든 추억과 인생의 즐거움, 쓸쓸함 그리고 여러 학문적 지식들이 촘촘하게 교차된다. 가지나물 비빔밥을 소개하면서 누이 넷을 두고 늦둥이로 자신을 낳아 기르신 어머니를 추억하고 송잇국을 끓이며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더듬는다.

연포탕은 사람이 가진 그릇의 크기로 해석된다. 자신의 역량에 모자란 자리에서 별 다른 실수 없이 능력을 보여준다면 ‘저 자리에 있기는 아까운 사람’이라고 아쉬워 한다는 것. 더불어 권위를 우선시하고 최악의 상급자가 되는 길임에도 성공을 위해 내달리는 요즘 사람들에 대한 우려가 전복죽을 통해 펼쳐지기도 한다.

 

밥상머리 인문학1
오인태 시인은 오는 11월 18일 진주에서 ‘밥상머리 인문학’의 출판기념회를 연다.(사진제공=궁편책)

 

수많은 제자들을 가르치고 수백 곳에서 강연을 해왔던 저자는 정작 자신이 하지 못했던 ‘밥상머리’ 교육에 대한 뒤늦은 참회도 밝힌다. 두 아이가 커가면서 머리를 맞대고 밥 먹는 회수가 현저히 적었던 미안함이 ‘밥상머리 인문학’을 탄생시킨 자양분이 됐다. 이렇게라도 아이들에게 남기고픈 인문학의 정수가 페이지 곳곳에 가득하다.

투박하지만 손때 묻은 개다리 소반은 이 책의 두 번째 주인공이다. 조선시대 전통 가옥에서 음식을 얹어 나르거나 방에 놓고 식탁으로 사용했던 소반은 한 사람이 하나의 상을 사용했기 때문에 크기가 작은데 저자가 찍은 사진에는 많아야 그릇 5개가 올라간다. 그나마도 그릇의 한켠이 상 너머로 삐죽 빠져 나온다. 그래서 더더욱 소박한 한끼 밥상이 느껴진다. 인문학을 기본 주제로 풀어내지만 ‘밥상머리 인문학’은 저자가 책으로 만든 사모곡을 보는 느낌이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타고난 달변가에 깊은 학문을 가졌던 아버지와 풍족하지 않은 살림에도 아침밥은 꼭 지어 먹이셨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한 가득이다. 저자는 “어머니는 밥상에 차려내는 음식으로, 아버지는 그 밥상을 대하는 자세로 우리들을 가르치셨다”고 유년시절을 회상한다. 그 맛의 기억이 시인 오인태를 만들었고 한권의 책으로 엮였다. 누군가에게는 동질의 그리움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될 귀중한 지혜가 이 책에 녹아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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