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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내 마음 속의 비엔나’로 “내 정체성과 인간의 고뇌 말하고 싶었어요”

입력 2022-11-07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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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사진제공=피트뮤직)

 

“비엔나 문화에는 서민들이 추던 ‘렌들러’(Landler)와 귀족들의 춤 ‘왈츠’가 있어요. 피지배층과 지배층의 이질적인 면이 결합된 것이 비엔나 문화의 특징 중 하나죠. 인간이란 존재가 그 이질적인 양면에 대해 고뇌하고 갈등하는 면들을 제 정체성과 더불어 음반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7일 ‘내 마음 속의 비엔나’(Mein Wiener Herz) 발매하며 기자들을 만난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는 “왜 ‘지금’ 비엔나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내 마음 속의 비엔나’는 2017년 ‘SEHNSUCHT: 동경’, 지난해 ‘Das Leben’에 이은 세 번째 앨범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사진제공=피트뮤직)

“수록곡들은 제가 좋아하는 곡들입니다. 연주회 후 앙코르로 많이 연주했던 곡들이죠. 특히 크라이슬러의 곡들을 묶은 것이 의미가 큽니다. 제 마음 속에 남아 있는 비엔나의 풍경들, 거기서 연주하면서 있었던 일들, 이미지 등을 담은 굉장히 특별한 곡들이죠.”


‘내 마음 속 비엔나’라는 앨범 수록곡 중 김응수는 프리츠 크라이슬러(Fritz Kreisler)의 ‘사랑의 슬픔’(Liebesleid, Love‘s Sorrow), ‘사랑의 기쁨’(Liebesfreud, Love’s Joy) , ‘아름다운 로즈마린’(Schon Rosmarin), 싱코페이션(Syncopation), ‘작은 비엔나 풍 행진곡’(Marche miniature viennoise), ‘푸냐니 스타일에 의한 전주와 알레그로’(Preludium and Allegro in the Style of Pugnani)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이들 중 ‘아름다운 로즈마린’을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연주한 김응수는 “연주할 때마다 제 스스로 산뜻해지는 느낌을 받는다”며 “제 연주스타일은 자유로움이다 보니 할 때마다 달라지는데 그런 면에서 제 자신을 잘 보여주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크라이슬러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그 사람만이 가진 독특한 음색 등으로 ‘황제’라 불린 바이올리니스트였어요. 생계를 위해 연주하면서 명성을 얻기 위해 자신이 작곡한 짧은 곡들을 유명 작곡가들의 이름으로 발표했죠. 바이올린 음악에서는 파가니니 이후 또 하나의 획기적인 선을 만든 연주가 겸 작곡가가 아닌가 생각해요.”


◇‘베토벤 산책로’를 따라 걷듯 비엔나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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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사진제공=피트뮤직)

 

“앨범 수록곡들은 ‘비엔나’라는 도시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모습들이 가장 잘 담긴 곡들이에요. 그 구성도 비엔나 모습에 자연스레 빠져들 수 있도록 했죠. 비엔나는 분지로 낮은 언덕에 둘러싸여 있어요. 비엔나의 자연을 제일 잘 볼 수 있는 곳이 베토벤이 ‘전원교향곡’의 모티프를 얻은 산책로예요. 마음이 복잡하거나 생각이 필요할 때 제가 자주 갔던 산책로죠. 제 음반을 순서대로 들으시다 보면 그 산책로를 걸으면서 볼 수 있는 풍경들이 자연스레 보이지 않을까 싶어요.”

‘내 마음 속의 비엔나’에는 크라이슬러 모음집과 ‘베토벤 주제에 의한 론디노’(Rondino on a theme by Beethoven)를 비롯해 에데 폴디니(Ede Poldini)의 ‘춤추는 인형’(La poupee valsante, Dancing Doll arranged by Fritz Kreisler), 프란츠 레하르(Franz Lehar)의 ‘헝가리 환상곡’(Ungarische Fantasie, Hungarian Fantasy, Op.45),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론도 브릴리언트’(Rondo for Violin and Piano in B minor, D. 895, Op. 70) 등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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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사진제공=피트뮤직)
“레하르의 ‘헝가리 환상곡’이나 슈베르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론도 브릴리언트’는 녹음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레하르는 오페레타 작곡가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바이올리니스트로 ‘헝가리 환상곡’은 연주도 잘 되지 않는 곡이죠. 바이올린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가장 자연스레 보여주지 않나 싶어요.”

레하르의 ‘헝가리 환상곡’이 잘 연주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김응수는 “연주하기가 은근히 까다로운 곡”이라며 “연주자를 불편하게 하는 부분들이 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지고이네르바이젠’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헝가리 환상곡’ 중간에는 파블로 데 사라사테(Pablo de Sarasate)가 ‘지고이네르바이젠 Op.20, No.1’(Zigeunerweisen Op.20, No.1)의 소재로 활용한 스페인 집시 무곡의 선율들이 등장한다. 

 

김응수는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불편하고 까다로운 ‘헝가리 환상곡’ 보다는 비슷한 멜로디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지고이네르바이젠’을 선택하곤 한다”고 부연했다.

“마지막 슈베르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론도 브릴리언트’도 실황에서는 거의 연주되지 않는 곡이에요. 바이올리스트로서 피아니스트에 기댈 데가 전혀 없는,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거든요. 겨울의 비엔나는 오후 3시 반이나 4시면 이미 어둑어둑해요. 그 속에서 오는 특별함이 있죠. 침울하게 가라앉음 속에서도 활기 찬 분위기가 이 곡에 잘 묻어나요.”

 

◇‘내 마음 속의 비엔나’로 희망과 위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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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사진제공=피트뮤직)

 

“어려서 위인전을 많이 읽었어요. 그 중 슈베르트 위인전을 읽으면서 ‘비엔나’라는 도시에 대한 동경을 가졌죠. 19세기 음악의 도시로 알려진 비엔나는 동서를 잇는 교두보 같은 도시예요. 비엔나에서 제일 먼저 느낀 건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많다는 거였어요.”

김응수는 비엔나 국립음대, 그라츠 국립음대,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서 모두 만점을 받으며 수석 졸업하고 각종 콩쿠르 입상과 유럽 주요 무대에서 찬사를 받았으며 경력을 쌓아왔다. 그가 공부했고 지금까지 머물고 있는 비엔나는 김응수의 말을 빌자면 “어려서부터 동경하던 도시”였다.

“그곳의 훌륭하신 분들께 배우기도 했지만 문화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도시였어요. 그런 비엔나 음악의 진수는 음악적 표현의 뉘앙스들이 그 문화 속에 자연스레 녹아 있어서 이해하고 연주한다는 자체가 쉽지 않아요. 마음 속, 삶 속으로 녹아들어야 자연스레 표현되죠. 비엔나는 제가 본 도시 중 가장 보수적인 것 같아요. 가장 보수적이라는 건 문화를 지켜나가려는 노력들이죠.”

김응수는 “연주자는 어떻게 보면 현재를 평가받는 사람들”이라며 “현재를 잇기 위해 지금까지 이어온 시간들 중 비엔나는 가장 큰 영향을 준 도시다. 오래 살아서가 아니라 그 문화에 대한 동경, 호기심 그리고 거기서 오래 생활하고 공부하면서 느낀 모습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번 앨범은 좀더 개인적으로 다가가기를 바라요. 흔히 연주되는 곡들도 색채감 있고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았거든요. 들으시는 분들 마음에 내밀하게, 개인적으로 다가가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제 공간에 있는 음악들이 많은 분들에게 위안과 희망, 휴식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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