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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대간병시대의 불협화음

입력 2022-11-13 14:02 | 신문게재 2022-11-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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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시나브로 초고령사회에 임박했다.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사회가 예상된다. 단 최근의 초저출산을 볼 때 더 앞당겨질 확률이 높다. 초고령화는 초저출산처럼 한국사회가 최초로 겪는 시대변화다. 충격은 더 크다. 새로운 풍경과 달라진 논리가 뉴노멀로 안착될 수밖에 없다.


당장 늙음 키워드가 일상화된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나, 현재와 닿는 미래를 보건대 악재부각이 먼저다. 늙음이 소환할 사회문제가 그렇다. 빈곤노년·고립노후·유병장수 등 무수한 잠재갈등이 거론된다. 개중 목격되는 실체적인 위협은 간병문제로 정리된다. 아직 초고령사회도, 베이비부머의 유병연령(±75세) 진입도 아니건만 간병 갈등은 벌써 위험수위에 달했다. 부모봉양은 만만찮은 미션이다. 유병부모의 간병마저 필요하면 제반상황은 더 힘들고 지친다. 잘 모실 수 있는 여건 마련은 일부 중년의 행운일뿐 절대다수는 경제·신체·정신적인 트릴레마에 봉착한다. 그럼에도 현실 대응은 턱없이 미진하다. 심각한 상황이건만, 닥치지 않으면 간병공포는 비켜선다. 개인불행으로 치부될뿐 사회의제로는 아직이다. 본격적으로 간병수요가 확인된 후 나서면 갈등·비용만 키울 따름이다. 대간병시대는 곧 닥쳐온다. 현미경으로 간병현장을 살펴 망원경으로 미래수급을 준비할 때다.

이미 현장은 아수라장이다. 눈물과 한숨으로 점철된 21세기 한국판 애가(哀歌)스토리로 자욱하다. 잘 모시고 싶어도 모시기 힘든 희망·좌절의 끝없는 부딪힘이 반복된다. 갈등의 클라이맥스는 고비용·저품질로 요약된다. 간병비는 급증세다. 최근엔 코로나19까지 겹쳐 간병인이 급감하며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 하루 10만원이면 양반으로 월 300만~450만원에 달한다는 얘기도 있다. 본인 월급보다 더 줘도 간병인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인 셈이다. 돌봄서비스는 상당한 정성·피로가 동반돼 아마추어인 가족간병은 힘들다. 엄청난 신체·심리적 한계 상황에 닿는다. 간병인·환자·가족·병원 등 이해관계자의 상충 이슈도 증가세다. 요양보호사가 상주하는 요양시설은 그나마 낫다. 일반병원이면 모두가 환자부담이다.

‘간병지옥’이 보통명사로까지 퍼진 간병대국 일본사례는 파국적 결론에 다다른 사건사고가 끝없다. 간병현장의 곪아터진 불상사가 반복된다. 그럼에도 해법은 쉽잖다. 수급이 깨져버린 미스매칭은 벌써 20년 넘게 지적됐지만, 개선책은 기대이하다. 문호를 넓힌 외국간병인에 기대지만, 공급부족은 여전하다. 2035년에는 79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 각자도생은 자연스럽다. 직업·간병의 동시병행 혹은 간병사유의 퇴직카드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간병이유로 퇴직하는 중년인구만 연 10만명에 달한다. 빈곤·피로의 세대이전 등 후폭풍이 심각해 일본정부는 간병퇴직 제로실현을 국가의제로 상향했다. 한국이 걸어갈 예고된 미래에 가깝다.

대간병시대는 예고됐다. 안타깝게도 피할 방도는 없다. 결국 충격 최소화를 위한 선제적인 대응체제를 여러모로 구축해두는 게 좋다. 없는 최선을 찾기보다 좀 못해도 다양한 차선을 준비하자는 얘기다. 최소한 고비용·저품질은 곤란하다. 다양한 비용·품질의 간병 서비스를 마련하고 지역사회·시장 등이 나서야 한다. 정부는 당근과 채찍을 통해 응원하고 관리하면 된다. 부담은 줄이고 만족은 높이는 간병수급의 새로운 패러다임 마련에 사회전체가 나설 때다. 

 

전영수·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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