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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위기 맞은 트럼프식 분노 정치

입력 2022-11-21 14:15 | 신문게재 2022-11-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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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박종구 초당대 총장

미국의 중간선거는 바이든 대통령과 여당인 민주당의 선전으로 요약된다. 상원은 네바다주 승리로 민주당의 다수당 지위가 확정되었다. 하원은 공화당이 간신히 과반수를 넘겨 다수당으로 컴백할 가능성이 크다. 1990년 이후 1998년, 2002년에 이어 세 번째로 여당이 참패를 면하는 정치적 이변이 연출되었다.


공화당 대승(레드 웨이브)이 실현되지 않은 이유는 복합적이다. 공화당은 인플레이션과 범죄율 급증을 바이든 정부의 정책 실패로 공격했다. 40년 만의 물가상승과 도시 범죄 급증, 불법 이민 문제를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바이든 정부의 무능으로 몰아 부쳤다. 유권자들은 공화당의 선동적 구호 대신 낙태권과 미국 민주주의의 가치 수호를 강조한 민주당 후보들의 주장에 더 귀를 기울였다.

2018년 중간선거와 2020년 대선에서 핵심 역할을 한 교외 거주 여성들이 민주당에 표를 던졌다. 대법원의 낙태 제한 판결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셈이다.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받아들이는 국민 정서가 상당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미시건, 켄터키, 버먼트, 캘리포니아 주에서 실시한 낙태 제한 조치 관련 주민투표에서 낙태 옹호론자들이 승리한 것은 대법원의 낙태 제한 결정이 과도했다는 인식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를 미국 민주주의의 위협으로 간주한 민주당의 주장이 먹혀들었다. 2016년 대선에서 백인의 3분의 1과 80% 보수 개신교도가 트럼프를 지지했다. 2020년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트럼프와 트럼프 동조자들의 행태에 중도 성향의 유권자가 신뢰를 거두었다. 300명 이상의 공화당 후보가 대선 결과 부정을 주장했는데 상당수가 낙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가 중간선거의 최대 패배자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동조자들의 거짓 주장이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기대했던 공화당 승리는 물건너갔다.

레드 스테이트와 블루 스테이트로 쪼개진 미국의 정치 지형은 큰 변화는 없다. 동부와 서부, 대도시의 민주당 우위와 중부, 중서부의 공화당 우위 구도는 이번 선거에서도 유지되었다. 민주당은 고학력 엘리트 정당으로 변모했다. 공화당은 트럼프를 앞세워 근로자 정당으로서 변신을 도모했지만 부자 감세, 규제 완화 등 전통적인 보수 노선을 답습해 유권자의 표심을 얻는 데는 한계를 노정했다.

트럼프의 정치적 위상이 크게 위협받게 되었다. 트럼프의 과격한 미국우선주의와 대선 부정 주장으로 선거에서 이기지 못했다는 것이 공화당 주류의 인식이다. “트럼프 아웃” 움직임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간선거 승리를 발판으로 2024년 재선 재도전을 선언하려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플로리다 주지사 론 드샌티스에 지지도에서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드샌티스는 2018년 주지사에 당선된 이후 리틀 트럼프로 당내 입지를 강화하면서 성소수자 교육 금지법 제정, 차별화된 코로나 방역 대책 실시 등으로 인기가 상승했다. 트럼프식 분노 정치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선거 이후 미국 정치의 변화 움직임이 거세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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