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영화연극

[비바100] 뮤지컬 ‘베토벤’의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 “월광, 비창, 운명 등에 실린 사랑보다 깊은! 사람을 구원하는 사람”

[컬처스케이프] 뮤지컬 ‘베토벤’ 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

입력 2022-11-18 00:00 | 신문게재 2022-11-18 12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뮤지컬 베토벤
뮤지컬 ‘베토벤’의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왼쪽)와 작가 미하엘 쿤체(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저는 항상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을 좋아했어요. 특히 3번(Piano Concerto No. 3 in c minor Op. 37)과 5번(Beethoven Piano Concerto No.5 op.73 E♭-Major)를 좋아했죠. 그들은 모두 아름답고 노래하기 쉬운 멜로디를 가지고 있거든요. 뮤지컬 ‘베토벤’을 만들면서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의 음악적 보석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생애를 다룬 뮤지컬 ‘베토벤’(2023년 1월 12~3월 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의 작가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 이하 쿤체)는 이렇게 밝혔다.

“베토벤이라는 인물은 늘 흥미로웠어요. 이전까지는 음악적으로만 바라봤다면 ‘베토벤’을 준비하면서는 인간 베토벤을 가까이서 들여다보게 됐죠. 음악 하나하나의 본질과 핵심에 다가가는 느낌이랄까요. 상처입은 영혼이 보이면서 음악이 더 감동적으로 다가오고 외로운 사람의 절규가 들리는 듯해요.”

쿤체에 이어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 이하 르베이)는 “베토벤이라는 작곡가와 그의 음악은 제 영혼에 늘 존재해왔다”며 “한 가지 변화라면 베토벤은 늘 존재하지만 제가 늙어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이번 뮤지컬을 준비하면서 음악에 한층 더 다가간 느낌이고 보다 깊이 연결된 것 같아요. 이 뮤지컬의 넘버를 작곡하면서 음 하나하나에 베토벤이 어떻게 영혼을 담았는지를 깨닫게 됐거든요. 한결같이 저와 함께 했던 그의 음악은 그대로지만 음악을 통한 저와의 관계는 한층 더 깊어졌죠.” 

 

미하엘 쿤체
뮤지컬 ‘베토벤’의 작가 미하엘 쿤체(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베토벤’은 50여년을 함께 하며 ‘모차르트!’ ‘레베카’ ‘엘리자벳’ ‘마리 앙투아네트’ 등 꾸준히 사랑받는 뮤지컬을 만들어온 쿤체와 르베이가 호흡을 맞춘 신작이다. 11년 전 기획돼 꾸준히 공을 들여온 ‘베토벤’은 베토벤의 삶을 그의 명곡들로 표현한 작품으로 박효신·박은태·카이를 타이틀롤로 내세워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공연된다.

 

 

◇사랑 보다 깊은!

“이 작품은 외롭고 영혼에 상처가 많았던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 인해 구원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뮤지컬 ‘베토벤’에 대해 쿤체와 르베이는 이렇게 한 목소리를 냈다. 쿤체는 “작곡가에게 없어서는 안될 청력을 상실하는 끔찍한 시련을 맞닥뜨린 가운데서 만난 안토니 브렌타노(조정은·옥주현·윤공주, 이하 토니)라는 여인은 베토벤을 위대한 작곡가가 아닌 사람으로, 그 안의 영혼을 바라본다”고 설명했다.

“바로 이 사랑을 통해 베토벤은 청력을 상실해가는 위기상황에서도 새로운 힘을 얻고 그 힘으로 음악을 만들어내죠. 이 시기부터는 박수갈채에 연연하는 음악이 아닌, 진실로 내면에서 샘솟는 음악에 집중해 창작활동을 이어간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쿤테의 설명에 르베이는 “고독하고 청력까지 상실한 작곡가가 맞이한, 다른 사람에 의해 치유받고 변화할 수 있는 특별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제가 너무 아파서 아무 것도 못할 때 제 아내가 손만 살포시 가져다대도 치유되는 것과 같아요. 진정한 사랑을 하는 연인이라면 삶 자체가 온전히 바뀌는 경험이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베토벤
뮤지컬 ‘베토벤’의 작가 미하엘 쿤체(왼쪽)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쿤체는 “베토벤이라는 위대한 작곡가 역시 인간이었다. 이야기의 배경은 1810~1812년으로 40대 초반인 베토벤의 인간적인 면모를 담고 있다”며 “우리가 늘 그림으로 접하는 나이가 지긋한 위대한 작곡가의 모습이라기보다 당시 활동적인 중년의 남성이었던 베토벤”이라고 털어놓았다.

“오늘의 관점으로 보자면 성공적인 록스타 같은 존재이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관객들이 베토벤을 오늘날의 록스타로 바라볼 수 있도록 음악적으로 록 기타리스트 두명을 양옆에 세웠어요. 그들은 뮤지컬 무대에 동참하기도 하고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느낌을 가미하기도 합니다.”  

 

쿤체의 설명에 르베이는 “이들은 지금의 록 기타연주 보다는 록적인 느낌을 가미해 베토벤의 음악적 선율을 따라가거나 바이올린과 함께 하며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하기 위해 활용된다”고 부연했다. 베토벤의 다양한 이야기 중 ‘사랑’을 극의 중심축으로 선택한 데 대해 쿤체는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베스터 르베이
뮤지컬 ‘베토벤’의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베토벤은 사람들에게 쉽게 감정을 열어놓거나 사랑 받을 수 있는 인물은 아니었어요. 사춘기 시절부터 외모적으로도 오늘날의 아웃사이더같은 존재였죠. 늘 놀림을 받았고 ‘못생겼다’ ‘추하다’는 소리를 듣고 살아왔어요. 사람들이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미심쩍게 바라는 보는 사람이었어요. 그럼에도 타고난 음악적 재능으로 사람들에게 존경 받게 된 베토벤은 록스타죠.”


이에 가장 공을 들인 장면 역시 작품의 큰 축이 되는 ‘사랑보다 깊은, 사람을 구원하는 사람’이다. 쿤체는 “베토벤의 진정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무엇보다 작품의 큰 축인 사랑이야기가 그랬다”고 털어놓았다.


“멜로나 영화적인 사랑이야기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단순한 사랑이 아니라 상처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 인해 구원받는 이야기요. 그 사랑이 이어지거나 완성되는 건 아니어서 현실적인 부분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베토벤은 엄격한 윤리적 잣대를 가진 사람이었어요. 남편 될 사람의 평판 때문에 여동생의 결혼을 반대할 정도였죠. 그런 베토벤이 아이가 넷인 유부녀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도 재밌었어요. 스스로가 만든 제약과 잣대를 넘어서 사랑하기 전과 후의 변화가 중요했죠.”

 

쿤체의 설명에 르베이는 “두 사람은 상류층이 모이는 콘서트에서 처음으로 만난다”며 “음악가 베토벤이 등장해 연주하지만 귀족들은 여전히 웃고 떠들며 존중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전했다.

“유일하게 토니만이 음악가의 음악에 집중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얘기하죠. 그때 시선이 처음 마주쳐요. 남자와 여자로서의 성적 교감이 아닌 마법같은 순간이죠. 현실적인 제약으로 만남을 계속 거부하지만 감정은 깊어만 집니다. 그렇게 늘 사랑은 승자죠. 결국 거부할 수 없게 돼요.”


◇월광, 비창, 운명 등 베토벤 원곡 살리는 데 집중!


Untitled-4
뮤지컬 ‘베토벤’의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왼쪽)와 작가 미하엘 쿤체(사진=허미선 기자)

“음악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했던 건 원곡의 선율을 가져오는 작업이었어요. 멜로디들이 뮤지컬 형식에 매끄럽게 스며들지 않을 때 제가 이어붙이는 작업을 하긴 했지만 베토벤 원곡에 기반을 두고 있죠.”

‘사랑은 잔인해’로 변주된 ‘비창’으로 알려진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 C단조 Op.13’(Piano Sonata No. 8 in C Minor, Op. 13 ‘Pathetique’), 토니 넘버 ‘매직 문’에 활용된 ‘월광’인 ‘피아노 소나타 14번 Op.27-2’ (Sonate fur Klavier No. 14 ‘Mondschein’ Op. 27-2), ‘운명교향곡’(Symphonie No. 5 ‘Schicksal’ Op. 67), 극을 여는 ‘교향곡 제7번 A장조’(Symphony no.7 in A major, op.92) 등 르베이가 강조하는 베토벤 명곡의 선율들은 40인조 오케스트라에 실린다.

“베토벤의 원곡이 훼손되거나 유치해지거나 키치적으로 되지 않게끔 굉장히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비창’과 ‘월광’은 처음부터 쓰기로 마음먹었지만 그 외 곡들은 한번에 다 모아 들으면서 뮤지컬이라는 음악적 선율들로 옮겨갈 수 있을지를 가늠했어요. 또 하나의 선곡 기준은 대본이었어요. 이야기에 맞는 음악들을 선택해 구현이 가능한지를 고려해 작업했죠.”

(2023 베토벤) 1116 기자간담회 (6)_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EMK Musical Company 제공
뮤지컬 ‘베토벤’의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그리곤 “사실 오늘날 베토벤의 음악이 원곡 그대로 연주된다 하더라도 남용되는 경우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며 “실베스타 스텔론의 액션 영화에 베토벤의 교향곡이 사용되기도 하는데 상황이랑 전혀 맞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런 점에서 음악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에 저희들은 이번 작업에서 무엇보다 음악적인 진정성에 집중했어요. 저 위, 하늘에 계시는 베토벤도 미소를 지으면서 이 뮤지컬을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게끔 하고 싶었습니다.”

르베이의 설명에 쿤체는 “베토벤의 ‘비창소나타’를 변주한 ‘사랑은 잔인해’는 저희가 어떤 콘셉트로 이 작품의 음악을 만들었는지 힌트를 주는 곡”이라며 “이 노래 가사로 쓰여진 텍스트는 베토벤이 쓴 내용에 근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토벤이 사망했을 때 여러 유품들 중 발견된 편지였는데요. 그 대상이 사랑했던 불멸의 연인이었죠. 베토벤이 살면서 진정한 사랑을 경험한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이야기에 집중했어요. 베토벤은 음악 안에 감정적 메시지를 담았어요. 편지의 내용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의 음악 정신을 전하는 게 더 중요했죠. 그래서 저희들은 단순히 베토벤 음악의 이용이나 차용이 아닌, 원곡을 동시대와 연결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원곡을 살리면서도 지금 이 시대와 연결된 베토벤의 음악을 구현한 르베이는 “저의 역할은 현대의 뮤지컬 관객들에게 그 베토벤의 음악들이 단순히 그냥 클래식하게만이 아닌 현대적으로도 느껴지고 공감을 살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클래식 음악이 현대적인 감성과도 만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더불어 뮤지컬 ‘베토벤’의 목표는 뮤지컬 음악에 익숙한 관객들이 클래식 음악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설 수 있게 하고 클래식 애호가들이 베토벤의 음악을 통해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관심을 갖게끔 하는 겁니다. 클래식과 현재의 음악이 연결되는 뮤지컬 형식을 통해 더 큰 문화적 확장을 시도 중이죠.”


◇한국 월드프리어! 탁월한 한국의 배우들 그리고 관객들

뮤지컬 베토벤
뮤지컬 ‘베토벤’의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왼쪽)와 작가 미하엘 쿤체(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불멸의 사랑이라는 주요한 이야기는 그의 음악을 통해서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베토벤은 모든 감정을 음악 안에 쏟아부었기 때문에 그의 음악을 통해서만 이야기해야 했죠. 이런 얘기를 했을 때 유럽 제작자들은 머뭇거리거나 어려워했을 겁니다. 유럽에서 베토벤은 신화같은 존재거든요. 그런 존재를 뮤지컬을 통해 이 시대로 끌어오는 것 자체를 금기처럼 여겼을 테니까요. 그래서 그 자체에 선입견이 없는 나라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도해보고 싶었어요.”

한국에서 월드프리미어하는 데 대해 이렇게 전한 쿤체는 “무엇보다 전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 배우보다 노래와 연기가 뛰어난 사람들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르베이 역시 “우리 극의 배우들은 저희들에겐 최고의 아티스트”라며 “이들은 노래 뿐 아니라 연기, 무대에서 보여주는 몸짓 하나하나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는 아티스트”라고 평했다.

“베토벤 역의 박효신, 박은태, 카이와 토니 역의 세 배우들은 보컬적으로는 천재이지 않나 생각해요. 이렇게 노래하는 배우를 찾기란 쉽지 않거든요. 특히 ‘베토벤’의 음악은 폭넓어요. 그런 음악을 한국 배우들은 크게 힘들어하지 않으면서 편안하고 자연스레 소화하죠. 전세계 어디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드문, 재능이에요.”

더불어 르베이는 ‘베토벤’의 월드프리미어를 한국에서 하는 또 다른 이유로 한국 관객들을 꼽았다. 그는 “지난 몇년 간 한국 뮤지컬 관객들을 만나면서 느낀 건 감정적 표현에 주저함이 없다는 사실이었다”며 “저희들에게는 매번 특별한 경험”이라고 털어놓았다. 쿤체 역시 “한국 관객들은 선입견 없이 열린 마음으로 작품 받아준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을 보탰다.

“한국의 관객들이라면 베토벤을 어떤 식으로 구현하는지에 가치 판단 기준을 두기 보다는 작품 자체의 의미나 중요성을 봐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쩌면 이 모던한 현대 뮤지컬 안에서 베토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은, 그 자체로 새롭다는 확신이 드는 콘셉트를 전세계 관객에게 보여주기 전 한국 무대에서 초연하는 게 의미가 깊다는 생각이 듭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