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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한국문학번역상 수상자들의 이구동성 “한국문학 붐, 지금처럼만 건전하고 견실하게!”

입력 2022-12-0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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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번역상
5일 한국문학번역원은 ‘2022 한국문학번역상’ 수상자를 발표했다.(사진=허미선 기자)

 

“현재 미국 내에서는 한국문학 붐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어요. 한국문학이 건전하고 견실하게 추세를 가지고 가고 있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진행된 2022 한국문학상 기자간담회에서 영어권 번역대상 수상자인 마시 카라브레타 칸시오 벨로(Marci Calabretta Cancio-bello)는 미국 내 한국문학 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문학번역대상은 지난해까지와는 달리 올해부터 언어 파급력과 한국문학 수용도를 기준으로 3개 그룹으로 나눠 심사를 진행했다. I그룹(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II 그룹(러시아어, 아랍어, 베트남어, 일본어, 중국어) 작품은 각각 4년, 5년 주기로 심사해 번역대상 수상자를 선정하며 III 그룹(I, II 그룹에 속하지 않은 언어권)은 언어권별 누적 출간 종수를 반영해 수상주기를 결정한다.

올해는 2021년 5개 언어권에서 출간된 54종의 번역서를 대상으로 1차 외국인 심사, 2차 내국인 심사를 거쳐 번역대상 4인(작품 3종), 번역 신인상 문학부문 9인, 웹툰과 영화 부문 각 4인, 공로상 1인의 수상자를 선정했다.  

 

한국문학번역상
2022 한국문학번역상 영어권 번역대상 수상자 마시 카라브레타 칸시오 벨로(사진=허미선 기자)

I 그룹 번역대상은 지난해 제프리 프레스(Zephyr Press)에서 이원 시인의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The World Lightest Motorcycle)를 공동번역해 영어권에 소개한 고은지와 마시 카라브레타 칸시오 벨로(이하 마시)가 수상했다.

 

II 그룹은 중국어권에 한국의 근현대를 대표하는 이태준, 박완서, 손창섭, 오정희, 이청준, 천운영, 공선옥, 정찬의 단편소설이 실린 ‘한국문학전집(2)’를 대만 맥전출판사에서 번역출간한 유신신, III 그룹은 인도네시아어로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을 번역출간한 잉리아나 탄이 번역대상을 수상했다.

기자간담회에는 영어권 수상자인 마시를 비롯해 중국어권 수상자 유신신, 공로상 수상자인 일본의 김승복 쿠온 대표의 대리수상자인 사사키 시즈요가 참석했다. 

 

마시는 “미국은 유명인이 주도하는 문화가 굉장히 강하다”며 “그래서 BTS(RM·진·슈가·제이홉·지민·뷔·정국) RM이 읽을 만한 책들(리딩리스트)을 공개했을 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같은 책들이 미국에서 굉장히 크게 주목을 받았다”고 전했다.

“K드라마, ‘기생충’, BTS 등 모든 한국 예술이 번역되면서 한국문학도 호응을 얻은 측면도 있어요. 그렇게 대중문화 관련 번역서가 미국 내 한국문학 붐의 한축을 이루고 있고 조금 더 고급문화로 이원 시인의 작품이라든가 최돈미 시인이 번역한 김혜순 시인의 작품 등이 또 다른 축을 이루고 있죠. 문학의 변화를 선도하는 것은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고 여러 언어권을 넘나드는 번역도 미국의 문학계에서는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렇게 전한 마시는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Pachinko)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이민진 작가의 영어소설 ‘파친코’가 드라마로 제작돼 여러 언어로 번역돼 시청됐다”며 “이를 통해 한국계 미국인의 서사가 한국어를 비롯한 다른 언어로 번역돼 출간되고 다른 매체를 관통하는 것도 미국에서는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출판사들은 단순하게 요즘 한국문학이 주목받는다는 이유로 한국작가의 작품을 발굴해 번역출판하지 않아요. 대단히 신중하게 시간과 공을 들여 번역출판할 책들을 선정합니다. 최첨단을 달리는 한국 문학에서 영감을 얻고자 하는 출판사들이나 작가들도 많죠. 작은 소규모 독립 출판사들이 리스크 테이킹을 하면서 한국 문학계의 트렌드가 되는 작가들의 작품을 출판하고 그것이 많은 인기를 얻음으로서 대규모 출판사들도 점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신신
2022 한국문학번역상 중국어권 번역대상 수상자 유신신(사진=허미선 기자)

 

중국어권 수상자인 유신신은 “대만은 한국과 사회적, 정치적으로 비슷해서 한국 서적이 많이 출판되고 있다”며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결혼한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고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 ‘댓글부대’ 등은 젊은이들이 좋아한다”고 전했다.

“대만에서의 한국문학 번역출판 수량이 수직상승하고 있어요. 최신 베스트셀러 뿐 아니라 몇 년 전 호평받은 책까지 수입해 출간하는 독립출판사도 있죠. 더불어 한국의 영화, 웹툰 등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일본도 뛰어넘었죠. 한국문학 번역가도 전보다 크게 증가했어요. 한국 문학 붐 초창기에는 대부분 저에게 번역의뢰가 왔었다면 이제는 젊은 층으로 분산되고 있죠. 그럼에도 저는 일년에 4종의 책을 번역하고 있어요. 다른 분들 번역 수량까지 고려하면 크게 증가했죠.”

사사키 시즈요는 “일본 내 한국문학 붐의 큰 전환점으로 여겨지는 작품은 ‘82년생 김지영’이고 다음 붐을 이끌어가는 것은 50만부 이상이 팔려나간 김수현 작가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다”라고 밝혔다.

“2020년부터 힐링 에세이가 인기여서 일본에서도 3, 4권이 번역돼 1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힐링 에세이가 인기를 끄는 가운데 2022년에는 시가 급부상하고 있고 SF소설, 입문서 등으로 장르가 확대 중이죠. 김승복 대표와 K북 진흥회가 2019년부터 진행 중인 K북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출판사 수치도 이를 증명합니다. 2019년에는 19개 출판사가 방문했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2년간 온라인으로 진행하다 3년만에 오프라인으로 치러진 올해 페스티벌에는 47개사가 다녀갔죠.” 

 

사사키 시즈요
2022 한국문학번역상 공로상 수상자인 쿠온출판사 김승복 대표를 대리해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사사키 시즈요(사진=허미선 기자)

 

이어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가는 한강으로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6권이 번역출간됐다. 올해는 시집도 출판됐는데 시집이 잘 팔리지 않는 일본에서 쿠온출판사 책들 중 가장 빠르게 2쇄를 찍었다. ‘한강’이라는 이름만 보고도 책을 사는 일본 사람들이 생겨날 정도로 인기”라고 부연했다.

“한강 작가를 비롯해 정세랑, 김혜란, 박민규, 김연수, 장강명 등의 작품 서너권이 계속 출판 중이죠. 일본에서는 마치 일본 책을 읽듯 한국 작가의 작품을 읽고 있어요. 드라마, 영화, K팝 뿐 아니라 한국 요리, 식품들 등이 슈퍼에 진열되는 수준이 됐죠. 그만큼 한국문화와 한국문학이 친숙해졌죠,”

이어 “한국어를 배우려는 젊은 사람들도 늘고 있고 그들이 실력을 키워 번역가가 되려고 하고 있다. 더불어 대행 번역사가 많아진 것도 한국 문학 정착 요인 중 하나가 된 것 같다” 덧붙이며 일본 내 한국문학 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좋은 작품을 계속 출판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많은 출판사들에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매력적인 한국 작품들이 더 많다는 걸 계속 알리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희도 그런 것들을 발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상황이죠. 또 번역가가 되고자 하는 이들이 좋은 작품을 찾아서 역으로 출판사에 제안하는 흐름도 만들어지고 있어서 일본 내 한국문학 붐은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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