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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마이클 리의 “천국”, 김성수 음악감독의 “고향”

입력 2022-12-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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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김성수 마이클 리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김성수 음악감독(왼쪽)과 지저스 역의 마이클 리(사진=이철준 기자)

 

“지난 3년여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조금, 솔직히는 많이 힘들었어요. 그러면서 생각은 깊어졌죠. 이 일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를 항상 묻곤 했어요. 그걸 정확하게 모르면 큰일이 나요. 항상 마음 속에 그 이유와 목표를 품고, 잃지 않으면 뭐든 할 수 있어요.”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2023년 1월 5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이하 지크수) 지저스 역의 마이클 리는 “그 목표와 이유는 돈도, 인기도 아니다”라며 “모든 예술가들은 다른 사람이 아닌 스스로를 위해 예술을 한다. 어떻게 보면 이기적인 일이지만 그걸 다른 사람과 나눌 때 제일 행복하다”고 털어놓았다.


마이클 리
뮤지컬 ‘지저스 지저스 역의 마이클 리(사진=이철준 기자)

◇점점 커지는 사랑, 마이클 리의 ‘천국’

 

미국의 명문인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의대에 진학해 조기졸업까지 했던 그에게 가족을 비롯한 지인들은 “춥고 배고픈 일이니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취미로 하라고들 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못해요. 시작할 때부터 생계는 불안했지만 잘해도 못해도 해야하는 일이라는 마음이 컸거든요.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이었죠. 이 일을 못하거나 안하면 죽을 거거든요.”

그래서 시작해 지금까지 묵묵히 무대에 오르고 있는 마이클 리는 “예술가들은 언제나 생계의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것이 늘 고민이고 위기”라며 “하지만 마음 속에 항상 목표를 품고 있으면 어떤 위기나 고민도 넘길 수 있다”고 말을 보탰다.

“물론 지저스처럼 내가 맞는 길을 가고 있을까, 좀 더 안정적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등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이제 열네살, 열두살 된 우리 아이들의 눈을 보면 잘했다고 생각해요. 이제 소년이 된 두 아들이 너무 잘 크고 있어서 자랑스러워요. 혹여 제가 모든 데서 망한다고 해도 이들은 존재하겠구나 싶어요.”

이어 “롤러코스터 같은 예술가의 길을 걸으면서 고민은 점점 심해지기 때문에 마인드 콘트롤을 잘 해야한다”며 “그런 위기와 고민에도 괜찮을 수 있는 이유는 사랑”이라고 단언했다. 이는 ‘지크수’가 전하고자 하는 보이지 않고 증명할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하지만 쉽사리 잊혀지고 깨지는 것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지저스로 분하고 있는 마이클 리(사진제공=블루스테이지)

 

“그 사랑은 바뀌거나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더 커지거든요. 예술은 저의 첫사랑이에요. 그리고 아내를 만났죠. 예술에 대한 사랑이 아내에게 옮겨 가는 게 아니라 (아내를 향한 사랑) 그만큼 커지는 거예요. 그리고 첫째, 둘째를 낳으면서 그 사랑은 더 커졌죠. 그렇게 사랑은 커지면서 예술에 대한 첫사랑도 여전히 존재해요.”

그리곤 “힘들 때면 그 사랑들을 생각한다. 그러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코로나로 너무 힘들었다. 예술가들 뿐 아니라 모두가 힘들었지만 저는 괜찮다. 저에겐 너무 익숙한 고민이고 위기”라고 털어놓았다.

“브로드웨이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공연을 하면서 일을 할 수만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축복이라는 걸 항상 느껴요. 근데 그 일이 너무 좋은 프로젝트인데다 좋은 회사, 사람들과 할 수 있으면 더 좋긴 하죠. 그냥 일만 할 수 있어도 축복인데 ‘지크수’는 좋은 작품이고 우리 회사에서 제작을 했고 사랑하는 배우들, 창작진들, 스태프들과 함께 하고 있어요. 이번 ‘지크수’는 말 그대로 ‘천국’이죠.”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가 갈 곳’에 대한 믿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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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김성수 음악감독(사진=이철준 기자)

“결국 진심으로 마음을 보여주고 교류하는 것, 그래서 느낄 수 있는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우리를 살게 하는 것 같아요. ‘지크수’ 연습기간은 사실 너무 힘들었어요.”

글로벌 이슈가 된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작곡가로 한층 바빠지는 김성수 음악감독은 “‘지크수’를 비롯해 국립무용단의 ‘왕자 호동’, 뮤지컬 ‘드라큘라’(1월 15일까지 우리금융아트홀), 김태용 감독님과 탕웨이·공유·수지·박보검 등의 영화 ‘원더랜드’, 추성훈 등 몸짱이 총출동하는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 12월 아마존 프라임과 티빙에서 공개될 김남길·이다희·차은우 등의 드라마 ‘아일랜드’를 같은 시기에 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로 밀리고 밀려서 ‘지크수’ 개막 시기에 전부 몰려 버렸어요. 게다가 아들 대학입시도 겹쳐버렸죠. 정말 너무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지크수’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깨달았어요. 결국 이 모든 것들이 잘 지나가게 두면 잘 지나간다고. ‘이러다 사고를 치겠다’ 싶을 정도의 상황이었는데도 신기할 정도로 잘 지나갔거든요. 보이지도, 증명할 수도, 알 수도 없지만 그 힘은 분명 존재하는구나 싶어요. 그게 믿음이든, 신앙이든, 진심이든 제일 중요하죠.”

김성수 감독은 “그렇게 만신창이가 돼서 ‘지크수’에 가면 고향에 온 것 같다”고 표현했다. 이어 “예를 들어 우리가 찾는 집이 있다. 오른쪽으로 돌기만 하면 그 집이 나오는데 그냥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지금이 끝이다 싶을 때 한 템포만 참으면 우리가 갈 곳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습기간이 정말 너무 힘들지만 마이클 뿐 아니라 우리 ‘지크수’ 구성원들 모두가 믿고 있었어요. 이 시기를 참으면 천국이 온다고. 그런 희망이 저를 가게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우리가 가고자하는 곳이 아닐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그 과정은 분명 가치가 있죠.”

이어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우리가 필요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많았다. 우리가 하는 일이 없으면 우리도 존재할 수 없는데 우리가 하는 일이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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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지저스로 분하고 있는 마이클 리(사진제공=블루스테이지)

“역설적으로는 이만큼 중요한 일도 없어요. 과학과 기술, 인류의 발전은 우리가 만드는 예술에서 영감을 얻곤 하거든요. 예술이 없었다면 인류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을까 싶다가도 예술이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는데 싶기도 했죠.”

이 같은 양가적인 감정들로 “여전히 고민은 진행 중”이라는 김성수 감독은 “지금은 저한테 중요한 기점”이라며 “예술적 고민이 많아졌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계에서는 그래도 저에 대한 신뢰를 담보로 제 예술적 방향성을 어필할 수 있지만 OTT나 영화 등 업계에서 저는 루키예요. 결국 예술적 성취를 위한 결정이 중요한 건지, 신뢰와 인지도를 쌓는 게 먼저인지에 대한 고민이 커요.”

예술가의 본능과 안정적 생계 사이에서 고민이 더 커졌다는 그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에 근접할 수 있는 성취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무대부터 OTT까지, 꿈을 향해!


김성수 음악감독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김성수 음악감독(사진=이철준 기자)

 

“한국 뮤지컬이 잘되기 위해서는 K뮤지컬만의 맛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는 K팝이나 드라마, 영화 등을 보면 한국만의 특별한 느낌이 있거든요. 예전엔 우리가 다른 나라 콘텐츠를 보고 배워서 만들었지만 지금은 신기하게 너무 잘 만들어서 전세계가 우리를 스승 삼고 있어요. 웹툰도 그렇고 완전히 한국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잖아요.”

K뮤지컬의 글로벌 진출에 대해 이렇게 의견을 밝힌 마이클 리는 “우리 뮤지컬 배우들은 최고이고 그 중 열정은 제일 높을 것”이라며 “보편적으로 공감이 가능하면서도 한국에서만, 한국이라서 만들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이클 리의 말에 김성수 감독은 “전세계에서 인정받은 K무비, 드라마는 상업적인 시스템으로 만들어지기보다 작가주의로 만들어졌다”고 의견을 보탰다.  

 

마이클 리
뮤지컬 ‘지저스 지저스 역의 마이클 리(사진=이철준 기자)

“(인터뷰 장소로 오면서) 마이클과도 얘기했는데 ‘기생충’ ‘미나리’ 등 영화는 몇몇 감독이 잘해서 물꼬가 트였어요. ‘오징어게임’도 황동혁 감독이 10년을 준비하고 좌절하면서 잘 된 거잖아요. 저에겐 꿈이 있어요. 마이클과 ‘미나리’ 같은 작품을 만드는 거죠. 사실 발리우드도 하고 싶어요. 얼마나 좋은데요. 잘 할 자신도 있고.”


이렇게 밝힌 김성수 감독은 “마이클과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초연 당시 김성수 감독이 창작한 새 넘버) ‘까마귀’를 싱글로 해외에 소개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제 음악에 대한 장점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같은 소속사(LMTH)의 정재일 감독이 매번 그래요. ‘형이 기록에 안 남는 걸 자꾸 쓰는 게 속상하다’고. 그래서 요즘은 기록을 남겨보려고 고심 중이에요. ‘까마귀’를 녹음한다면 (2016년 초연의 포) 마이클, (2017년 ‘에드거 앨런 포’에서 포를 연기한 비투비 멤버) 이창섭이랑 해보고 싶어요.”

이렇게 꿈을 전한 김성수 감독은 뮤지컬 ‘지크수’와 ‘드라큘라’, 오픈을 앞두고 있는 영화 ‘원더랜드’, 드라마 ‘아일랜드’, 예능 ‘피지컬: 100’ 등을 비롯해 밝힐 수는 없지만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영상 작업을 마무리 짓는 대로 “올해 선보일 예정이던 뮤지컬 ‘패스트’와 극작·작곡·연출까지 하려던 ‘회전 반사 대칭’이라는 피지컬 시어터 등 밀어뒀던 프로젝트를 차분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음악감독이 왜 대본이나 연출까지 하려고 하냐는 목소리도 있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은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남 탓 하지 않고 내 안에서 찾는 게 되게 중요하거든요. 스스로가 뭘 사랑했는지를 기억하면 돼요. 마이클 조던이 그 못하는 야구를 계속 하는 게 다른 누구도 아닌 그에겐 매우 가치 있는 일인 것처럼요.”

 

김성수 음악감독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김성수 음악감독(사진=이철준 기자)

 

이어 “코로나 시기 동안 많은 생각들을 하면서 제 안을 더 들여다보게 됐는데 제가 사랑했던 건 음악이 아니라 뭔가를 표현하고 만드는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지금 당장 음악을 그만둬도 상관이 없거든요. 진짜 2, 3년 전 목표가 음악을 그만두는 거였어요. 음악을 그만 둬야 다른 걸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근데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음악을 열심히 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여 있죠. 저도 이제 소속사가 생겨서 책임감을 좀 더 가지고 해보려고 해요. 아무튼 궁극적으로는 음악을 그만두는 게 목표입니다.”


마이클 리는 촬영을 마친 넷플릭스 시리즈 ‘엑스오 키티’(XO Kitty)로 글로벌 시청자를 만날 예정이다. 한국계 미국인 제니 한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넷플릭스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To All The Boys)의 스핀오프 시리즈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 주인공 라라 진(라나 콘도어)의 동생인 키티 커비(안나 캐스카트)를 타이틀 롤로 내세운 하이틴 드라마로 마이클 리는 키티가 다니는 국제학교 교사로 분한다.

 

마이클 리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지저스 역의 마이클 리(사진=이철준 기자)

 

한국에서 촬영을 진행한 ‘엑스오 키티’에는 마이클 리를 비롯해 이 학교의 교장으로 ‘로스트’ 등의 김윤진이 출연한다. 더불어 지난해 리마프로덕션스이라는 회사를 세워 프로듀서 데뷔작으로 선보였던 ‘마이클 리&라민 카림루 콘서트’(12월 19일)가 네이버TV 온라인 중계를 앞두고 있다.

“지금은 ‘지크수’에 집중하고 내년에는 개인 회사(리마프로덕션스)를 통해 영화, 뮤지컬, 콘서트 등을 포함해 몇개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정말 잘 하고 싶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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