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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반가운 고향사랑기부제

입력 2023-01-10 14:52 | 신문게재 2023-01-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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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철(사진)
권순철 정치경제부장
필자는 충남 홍성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곳에서 쭉 자랐다. 어릴 적 산과 들로 뛰어다니면서 동무들과 놀고, 개울가에서 고기 잡고 멱감던 일이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대학교를 서울로 진학하면서 20년 가까운 시골 생활은 끝이 났고 이제는 고향생활보다 대도시 생활을 많이 한 나이가 됐다. 그래도 1년에 두세 번은 꼭 내 고향을 방문한다. 설과 추석 전후로 부모님 묘 앞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주변도 정리한다. 그렇게 돌아가신 부모님을 뵈러 갈 때는 부모님과 함께했던 고향 생활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만큼 고향은 나의 추억이 그대로 간직해 있는 보물창고와 같다.

나이가 들면서 고향생각은 더 간절해지고 고향과 후배들을 위해 조금만 일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해보곤 한다. 하지만 생각만 머릿속에 빙빙 돌 뿐 바쁜 일상에 젖어 금세 잊어버리곤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올해부터 고향사랑기부제도를 실시한다는 소식이 무척 반가웠다.

고향사랑기부제는 현재 살고 있는 주소지를 제외한 다른 지방자치단체(광역·기초자치단체)에 일정액을 기부하면 세액공제 혜택과 답례품을 받는 제도다. 기부자는 연 500만원까지 기부할 수 있으며 10만원 이하는 전액 세액공제되며, 10만원이 초과될 경우 16.5%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예를 들어 안양시민 A씨는 1년에 홍성군에 300만원, 충남에 200만원을 기부할 수 있다. 기업이나 단체는 할 수 없다. 또 현행법에 국내 지자체에 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는 참여할 수 없다.

기부자는 주로 지역 특산물로 구성된 답례품을 받는 것이 다른 기부와는 다르다. 기부자는 해당 지역 특산품 등을 기부금액의 30% 이내에서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다. 해당 지자체는 기부금을 사회취약계층 보호, 청소년 보호, 문화·예술·보건 증진, 지역공동체 활성화, 주민 복리 증진 등의 목적으로 사용한다.

이웃나라인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먼저 지난 2008년에 고향납세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의 고향세 운영방식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사실 우리나라가 앞서 시행한 일본의 사례를 그대로 도입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고향세금이 처음에는 822억원에 불과했으나 점차 늘어 2017년에는 3조7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비약적으로 성장해 지방재정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기준 일본 고향세 참여율은 전체 납세자의 15∼18%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로 간다면 일본의 고향세 납세율은 30%까지 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한 우리나라도 초기에 정착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 대다수가 고향사랑기부제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지방세연구원에 따르면 이럴 경우 연간 650억원∼1000억원의 기부금을 예상했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홍보로 인식도가 30%까지 오르면 2000억원∼3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20여년간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써왔지만 주거, 교육, 문화 등 대부분 분야에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아직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인구감소와 이도현상으로 지방소멸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 고향을 지키기 위한 국민들의 기부금이 모이고 쌓인다면 지방에서는 큰 힘이 될 것이다. 특히 고향사랑기부금은 지역 특징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지역에서는 출산과 육아지원 및 귀농·귀촌 사업에 사용할 수 있고, 문화생활을 제대로 영위할 수 없는 지역에서는 문화 인프라를 건설하고 관광객 유치를 위한 지역바로 알리기 홍보사업도 할 수 있다.

권순철 정치경제부장 ike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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