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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정선아의 '이프덴'… "열아홉의 미미가 아니었더라도…"

[人더컬처] 뮤지컬 ‘이프덴’ 정선아

입력 2023-01-16 18:00 | 신문게재 2023-01-1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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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아
뮤지컬 ‘이프덴’ 엘리자베스 역의 정선아(사진제공=팜트리아일랜드)

 

“제 어린 시절에서 뮤지컬을 빼면 아무 것도 없어요. 그런 생각을 해요. 제가 어릴 때 ‘렌트’의 미미로 미디어에서 표현해주셨던 것처럼 ‘혜성처럼’ 등장하지 않았다면.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렌트’의 미미가 아니었어도 다른 작품으로 혜성같이 등장했을 것 같아요. 언제든,”

뮤지컬 ‘이프덴’(If/Then, 2월 26일까지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엘리자베스 역의 정선아에게 던진 “만약 고등학생이던 열아홉에 ‘렌트’의 미미로 데뷔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로 주목받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이랬다.

TV, 드라마, OTT 등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무대 배우들의 매체 진출이 잦아진 데 대해 “반갑고 멋있다”면서도 스스로는 “뮤지컬을 하기 위해 태어났나 싶을 정도로 아직까지는 무대가 너무 좋다”는 정선아 다운 것이었다. 

 

정선아_이프덴 [제공=팜트리아일랜드] (1)
뮤지컬 ‘이프덴’ 엘리자베스 역의 정선아(사진제공=팜트리아일랜드)

그는 19세에 ‘렌트’ 미미로 데뷔해 ‘맘마미아’ ‘지킬앤하이드’ ‘드림걸즈’ ‘모차르트!’ ‘아이다’ ‘에비타’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드라큘라’ ‘킹키부츠’ ‘데스노트’ ‘웃는남자’ 그리고 ‘정선아 글린다 보유국’이라는 극찬을 받을 정도인 ‘위키드’까지 다양한 무대에서 사랑받는 배우다.  

 

“뮤지컬은 제 인생이기 때문에 뮤지컬로 언젠가는 멋지게 등장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나이가 조금 더 먹었을 때라도요. 이걸 안하면…무대 말고는 제가 잘 하는 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뮤지컬 ‘이프덴’은 이혼 후 12년만에 뉴욕으로 돌아온 엘리자베스(박혜나·유리아·정선아, 이하 가나다 순)가 사랑을 따르는 리즈와 도시계획가로서의 경력을 쌓는 베스, 선택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결국 만날 사람, 하고자 했던 일은 하게 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퓰리처상, 토니상 등을 수상한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의 작가 브라이언 요키와 작곡가 톰 키트 그리고 ‘디어 에반 핸슨’ ‘렌트’ 등의 연출가 마이클 그리프가 의기투합해 2013년 트라이얼 공연 후 다음해 3월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결혼과 출산 후 1년 6개월여만의 복귀작인 ‘이프덴’에 대해 정선아는 “행복한 공연”이라고 했다. “오랜만의 복귀에 예전만큼 사랑받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무대에 서니 너무 좋다”며 “이전과는 다른 느낌의 사랑을 받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정선아 잘한다’ ‘노래 정말 잘한다’ ‘멋진 배우다’ 등 정말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런데 지금은 ‘너무 공감한다’ ‘내 이야기 같다’ 등의 리뷰가 많아서 놀라면서도 ‘내가 이 작품이 가진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있구나’ 싶어서 행복하게 무대에 오르고 있어요. 작품이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로 즐겁게 무대 위에서 선택하고 고민하고 사랑하고 분노하고 있죠.”
 

뮤지컬 이프덴_정선아 배우 공연사진_제공 쇼노트 (1)
뮤지컬 ‘이프덴’ 엘리자베스 역의 정선아(사진제공=쇼노트)

 

정선아는 “지금까지는 글린다(위키드), 암네리스(아이다) 등 캐릭터가 강한, 좀 특별하고 화려한 모습들을 많이 보였드렸는데 언젠가는 연기적인 것, 드라마적인 것들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고 늘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큰 가발과 진한 메이크업을 줄이고 관객분들과 좀 더 가까이서 만나보고 싶었어요. 연극도 해보고 싶고…하지만 좀 두려웠던 것 같아요. 관객분들이 뮤지컬 배우 정선아를 보러 오시는 이유는 우렁차고 뻥 뚫리는 고음을 듣고 싶어서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용기가 부족했죠.”
 

그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니 용기가 좀 생기더라”며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서 한번 가보자라는 마음이 들었을 때 만난 작품이 ‘이프덴’이었다”고 전했다.  

 

“극 중 리즈와 베스가 하는 임신과 출산, 일에 대한 고민과 선택들에 ‘이걸 내가 안하면 누가 하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세심하게 연기할 수 있을까, 진짜 공감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등 고민도 많았죠. 하지만 제가 굳이 연기를, 뭔가 표현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저와 맞닿는 부분들이 많아요. ‘혼자가 되는 법’이라는 넘버에서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저도 모르게 슬퍼지는 것처럼요. 정말 적당한 때에 ‘이프덴’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선아_이프덴 [제공=팜트리아일랜드] (1)
뮤지컬 ‘이프덴’ 엘리자베스 역의 정선아(사진제공=팜트리아일랜드)

정선아는 휴식기를 가졌던 1년 6개월여 동안 결혼과 출산을 경험했고 김준수가 이끄는 매니지먼트사 팜트리아일랜드와 새로 계약을 하는 등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 변화에 대해 그는 “제가 원해서든 원하지 않았든 제 인생이 어느 길로 잘 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저는 비혼주의자였고 아이를 그리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원한다, 원하지 않는다를 의식하지 못하고 저도 모르게 스스로 개척해 가니까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실전 경험이 있는 것과 없는 건 연기할 때 정말 다르더라고요.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깊어지고 넓어지고 풍성해졌달까요. 정말 긍정적인 변화라는 생각들이 들어요. 자만처럼 들리실 수도 있지만 스스로 ‘나 정말 한발짝 성장했다’는 생각을 감히 해보는 것 같아요.”

임신과 출산으로 체중이 22kg이나 늘었던 정선아는 혹독한 다이어트와 노래 연습을 하며 “1년 6개월이나 자리를 비우는데 관객분들이 나를 잊으시면 어쩌나,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났을 때 이전만큼 사랑받을 수 있을까, 출산을 하면 근육은 물론 성대도 달라진다는데 노래가 이전만큼 나올까” 등 많은 고민을 했다.  

 

“정선아 아기 낳더니 목소리가 이상해졌어, 노래가 옛날 같지 않아 등의 얘기를 들을까봐 그래서 상처받고 제 선택들을 후회할까봐 두려웠어요. 지금까지 뮤지컬 중 여자 캐릭터 대사가 이렇게 많은 경우가 없었어요. 그 대사도 정말 빨리 지나가고 음악도 엄청 어렵죠. 연습을 하면서 ‘너무 좋은 작품을 잘 만났다’ 하다가도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지. 미쳤다’ ‘정선아 왜 저래, 완전 별로인데…라고 하면 어쩌지’…. 하루에도 몇 번씩 울다 웃다 천국과 지옥을 오갔어요.”

그 고민과 두려움은 연습이 끝나고도 “뮤지컬 배우를 하면서 처음으로 따로 연습실을 잡을 정도”로 혹독한 연습으로 떨쳐낼 수 있었다. 그는 “어느 순간에는 우울했고 또 어떤 때는 ‘여기 천장 내가 다 뚫을 거야!’ 다지기도 하면서 진짜 베스와 리즈처럼 계속 왔다 갔다 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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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이프덴’ 엘리자베스 역의 정선아(사진제공=팜트리아일랜드)


“이제는 어떤 것도 무섭지 않다, 어떤 작품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어느 정도 붙었어요. 걱정과 고민 속에서 선택한 제 길을 잘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처음 같아요. 지금의 저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져 무대 위에서 그냥 나대로 할 수 있는, 제 인생의 2막과 맞물린 ‘이프덴’은 진짜 제 얘기 같아요. 리즈와 베스가 쉬지 않고 무대에 오르며 경력을 쌓아오던 정선아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지금의 정선아 같거든요.”  

 

스스로의 표현처럼 “제 인생의 1막이 기자님들이 써주신대로 ‘19세에 혜성처럼 등장한 고등학생’으로 시작했다면 결혼해서 아이 엄마가 된 정선아 인생 2막의 첫 단추가 ‘이프덴’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정선아에게 ‘이프덴’은 “지금까지의 화려하고 강한 모습을 보여드렸어도 너무 좋았겠지만 언젠가 해보고 싶었는데 용기가 없어서 못했던 것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로서 참 도움이 되는 작품”이자 “인생 2막을 함께 여는, 두고두고 정말 많이 생각이 날 작품”이다.

 

“이 작품을 하면서 배우로서의 지향점이 바뀐 것 같아요. 예전에는 내가 잘하니까 또는 내가 제일 잘할 때 좋았다면 지금은 내 얘기 같다는 평이 가장 기뻐요. 어려서는 하고 싶은 것도, 욕심도 많았죠. 그때 원하던 것들을 많이 이루기도 했고 ‘이프덴’을 통해서 정선아가 드라마적인 것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릴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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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이프덴’ 엘리자베스 역의 정선아(사진제공=팜트리아일랜드)

  

이어 정선아는 “이 작품을 하면서 관객분들이 아직도 절 사랑해주신다는 걸, 드라마가 강한 역할을 해도 좋아해주신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이제 두려울 게 없다”며 “ 이러다가도 또 두려워지겠지만 큰 욕심없이 지금처럼 제가 하고자 하고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잘 전달하는 책임감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털어놓았다. 

 

“예전에는 짧고 굵게, 박수 칠 때 떠난다고 했는데 죄송해요. 젊었을 때 패기로 센 척 했던 것 같아요. 무대 배우는 제 천직입니다. 이제는 얇고 길게, 사랑받으면서 재미있게 하지만 인간미는 버리지 않고 즐겁게 공연하고 싶어요.”

 

그리곤 “그렇게 관객분들께 사랑도, 행복도, 기쁨도 드리면서 저 또한 동료들과 행복하게 공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일을 우선시하며 지금까지 달려온 베스 같은 저의 모습도 좋아요.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고 공연을 계속했어도 분명 좋은 삶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정말 많은 변화를 겪은 2022년, 2023년의 지금 이대로의 정선아도 너무 좋아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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