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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입력 2023-01-17 14:01 | 신문게재 2023-01-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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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선 문화부장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모든 것이 그렇듯 이 명제는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금은 승기를 못잡고 있지만 승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기도 하며 지금까지는 안정적이고 평화롭지만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백화점들이 온라인 중고 플랫폼과 손잡거나 독자적으로 중고품 전문관, 리셀 아이템 매장 등을 앞 다퉈 오픈했다는 소식들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신촌, 강남, 잠실 등 소비의 중심인 MZ세대들이 자주 찾거나 고가의 명품, 신상 등이 팔려나가는 지역을 비롯해 미아 등 주택이 밀집한 곳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 수백억원대를 투자하거나 인수하는 백화점 유통사들도 생겨났다. 이들은 철저한 진품 검수, 관리 등으로 온라인 중고 플랫폼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비단 백화점 뿐 아니다. 국내 최대 포털은 미국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을 인수했다. 이제 ‘중고품’이 온오프라인 유통사들의 핵심 경쟁력이 되는 ‘상품’인 셈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마스크를 낀 채로 특정 채소 이름을 외치던 풍경과 더불어 중고 명품, 한정판 혹은 단종된 중고 아이템을 사기 위해 백화점으로 향하는 현상이 공존하는 시대다. 그렇게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24조원 규모로 성장했고 한 증권사는 2025년에는 4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뿐 아니다. 인구 최대 국가 중국 역시 2015년 3000억 위안(한화 약 56조원, 칭화대 에너지환경경제연구소 발간 2021 중국 유휴 자원 중고거래 탄소배출 감소 보고서)에서 5년만인 2020년 1조억 위안(한화 약 188조원)을 넘어섰다. 프랑스의 중고거래 시장 역시 100억 유로 돌파(Xerfi 연구분석)를 예상할 정도로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중고시장 성장은 오롯이 경제적인 사정으로 형제는 물론 친척들까지 물려 입고 쓰거나 헌옷들을 모아 극빈국으로 보내는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기)의 차원은 아니다.

중고시장의 성장은 팬데믹 장기화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기를 비롯해 비대면 시기가 길어지면서 급속 발전한 디지털 및 네트워크 기술, 트렌드가 돼버린 ‘친환경’ 소비, 기업들의 ESG경영 등의 합작품이기도 하다.

주목해야할 지점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디깅(Digging) 소비 트렌드다. 이 소비 트렌드의 중점은 ‘디깅’ 자체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이라는 데 있다. ‘내가 원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가치 소비는 MZ세대들의 아트테크 열풍의 원인이기도 했다.

최근 몇년 사이 각종 국내 페어에서 해당 페어 출품작은 물론 해외 페어에 선보이기 위해 분배해둔 작품들까지 완판시키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 독일 갤러리 아시아 총괄은 MZ세대들의 아트테크 열풍에 대해 “직접 봐야 구매로 이어지거나 아트어드바이저가 사라면 사는 이전 세대들과는 다르다”며 “자신이 원하는 데 투자하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하고 고화질 이미지, 동영상 등으로 본 후 미리 연락해 구매하곤 한다”고 경향을 짚었다. 중고거래 시장의 확산 역시 다르지 않다. ‘내가 중심이 되는 가치 소비’. 그렇게 중고시장의 성장은 중점을 두는 가치 기준의 전환이기도 하다.

 

허미선 문화부장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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