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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뮤지컬 ‘베토벤’의 도전, 베토벤은 호탕하게 웃고 있을까

입력 2023-01-23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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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토벤
뮤지컬 ‘베토벤’ 이단비 대본 수퍼바이저·드라마트루기(왼쪽부터), 김문정 음악감독, 문성우 안무감독, 루드비히 반 베토벤 역의 박은태·카이, 안토니 브렌타노 조정은·옥주현·윤공주, 카스파 반 베토벤 이해준·김진욱(사진=허미선 기자)

 

“분명 베토벤님께서는 하늘에서 우리 작품을 보면서 호탕한 웃음을 짓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베토벤 음악 중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교향곡 9번-합창’(Symphony no. 9, “Choral”)은 클래식 음악사에서 사람의 음성을 악기화시킨 최초의 음악이에요. 이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당시의 관중들은 ‘불경스럽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죠.”

뮤지컬 ‘베토벤; Beethoven Secret’(이하 베토벤, 3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루드비히 반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카이·박은태·박효신, 이하 프레스콜 참석·시연 순)으로 분하고 있는 카이는 작품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뮤지컬 ‘베토벤’은 50여년을 함께 하며 ‘모차르트!’ ‘레베카’ ‘엘리자벳’ ‘마리 앙투아네트’ 등 선보인 작가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 콤비 신작으로 베토벤의 원곡을 그대로 살린 넘버와 음악들로 꾸렸다. 

 

“위대한 예술은 늘 이질감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베토벤 음악을 뮤지컬 스타일로 변형시킨 실베스터 르베이의 도전 정신에 박수를 보내며 베토벤님 역시 하늘에서 응원과 힘을 주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뮤지컬 베토벤
뮤지컬 ‘베토벤’(사진=허미선 기자)

 

어린 시절의 불행한 기억으로 마음의 문을 닫고 평생을 고독하게 살았던 베토벤의 이야기로 그의 사후 유품에서 발견된 3통의 편지와 2통의 유서, 그 중 ‘내 불멸의 연인이여’라 칭한 이에게 보내는 편지 한통에서 출발한다. 베토벤과 창작진이 편지 속 ‘불멸의 연인’으로 정의한 안토니 브렌타노(이하 토니, 윤공주·조정은·옥주현)의 사랑보다 깊은, 사람을 구원하는 사랑이야기다.

카이는 “저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 가장 정확하게 보인다는 걸 철칙으로 음악을 듣고 있다”며 “베토벤의 음악이 완벽에 가깝기 때문에 무엇을 하려고 하기 보다는 그가 만들어놓은 그 상태 그대로를 가만히 들어내고 있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클래식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며 듣는 것을 취미로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베토벤의 음악이 얼마나 완벽한지,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더 무겁게 느껴진 것 같습니다.”

이어 “그의 음악이 뮤지컬이라는 장르로 소화됐기 때문에 그 안에서 제가 연기하는 베토벤이 가진 강점이 대사, 음악과 어우러지도록, 그 끈이 끊이지 않도록 이어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베토벤
뮤지컬 ‘베토벤’ 루드비히 반 베토벤 역의 카이(왼족)와 박은태(사진=허미선 기자)

 

“베토벤이라는 인물에 너무 빠지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베토벤이라는 인물 그리고 토니와의 사랑과 고뇌, 인간적인 감정의 변화, 삶의 변화들을 관객들이 체감하시면서 그 음악이 주는 감동을 함께 느끼고 공감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로도 무대에 섰던 박은태는 베토벤과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어떤 상황이나 변화들을 모차르트는 나무 뒤에 숨어서 씩 웃으면서 본다면 베토벤은 그 안으로 뛰어들어 부딪히고 아파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원곡이나 음악의 힘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음악에 묻힐 수도 있다는 생각에 드라마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이 작품이 베토벤의 음악을 전달하려는 것뿐 아니라 뮤지컬로서 드라마를 전달해야 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최대한 인물로서 다가가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리곤 “극 자체가 베토벤마다 되게 다르다”며 “카이씨와 저 그리고 (박)효신씨가 하는 작품이 다른 느낌인 것 같다”고 말을 보탰다. 이에 김문정 음악감독은 “세 분 모두 처음부터 롱코트를 입고 연습하셨다”며 “성격이나 말투 등이 캐릭터에 완벽하게 맞춰가는 과정이 있었다”고 전했다.

 

뮤지컬 베토벤
뮤지컬 ‘베토벤’ 안토니 브렌타노 역의 윤공주(왼쪽부터), 조정은, 옥주현(사진=허미선 기자)

 

“박효신씨는 두말하면 잔소리로 대중에게 사랑받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가지고 계시죠. 그래서 베토벤의 절규나 사랑에 대한 절절함을 표현하는 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박)은태 배우는 아주 섬세한 감정 연기로 베토벤의 환희에 찬 목소리, 분노 등을 여러 가지 색깔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이 배우는 클래식을 베이스로 하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서 베토벤의 선율을 표현하는 데 전통성을 가지고 있죠.”

베토벤을 만나 변화를 맞는 토니를 연기하는 조정은은 “그 변화를 어떤 한 신이 아니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녀의 여정에서 자연스럽게 느끼시길 바라는 마음”을 털어놓았다.

“대사에서 (토니가 변화를 맞는) 그런 것들을 좀 봤는데요. 제가 토니를 연기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부끄럽지 않다’는 대사였어요. 지금 공연에서는 사용되지 않고 있지만 토니가 남편에게 ‘우리 관계는 거짓이 아니다’라면서 하는 말이죠. 베토벤과 토니는 사실 정상적인 관계는 아니에요. 도덕적으로 잘못된 관계죠. 이때의 ‘부끄럽지 않다’는 자신의 부도덕한 선택에 대한 게 아니라 사랑하는 감정에 대해 부끄럽지 않다는 의미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토니의 가장 큰 변화라는 생각이 들었죠.”  

 

뮤지컬 베토벤
뮤지컬 ‘베토벤’(사진=허미선 기자)

 

이단비 대본 수퍼바이저이자 드라마 투르기는 뮤지컬 ‘베토벤’이 1810~12년을 배경으로 하는 데 대해 “청력 상실이라는 가장 절망적인 상황과 불멸의 연인이라는 환희의 순간들이 가장 극적으로 교차하는 시기로 감정의 수직과 상승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날 수 있는 시기”라며 “극적인 순간들로 구성되는 뮤지컬이라는 장르 안에서 다양한 감정들을 관객들과 공유하기 위한 시도”라고 털어놓았다.

“이 작품의 구성이 한통의 편지에서 출발했다면 작품 자체는 ‘위대한 음악가가 청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어떻게 더 위대한 작품들을 탄생시킬 수 있었는지’라는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작품 개발 초기 단계에서 쿤체씨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사랑에서만 찾았지만 이후 베토벤의 음악 세계도 좀더 조명돼야 한다고 깨달았다고 하셨죠.”

이어 “쿤체씨는 사랑의 힘, 사랑의 한계 그리고 그것이 인간을 어떻게 움직이고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그렇기 때문에 베토벤의 이야기를 보면서 관객들이 그의 절망과 고통을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절망과 고통 안에서 탄생된 베토벤의 음악이 아름다운 것처럼 우리의 절망과 고통도 결국 아름다운 순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용기와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순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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