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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노화, 피할 순 없지만 느리게 늙을 순 있다

입력 2023-02-14 07:00 | 신문게재 2023-02-1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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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고령자의 소망은 ‘건강하게 살다 죽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죽기 전까지 10년 전후 동안 질병이나 인지장애를 앓아 몸져눕거나 누군가의 돌봄 속에서 살아간다. 평균적으로 하나 이상의 질병을 달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무병장수’는 언감생심이다. 병들고 늙는 것을 막을 순 없다. 그렇지만 노화 속도를 늦추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한다. 노인건강 분야의 전문가들이 말하는 ‘늙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방법’에 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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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독’


<80세의 벽>을 쓴 일본 노인정신의학 권위자 와다 히데키 박사는 “85세 이상 유해를 부검해 보니 거의 모두에게서 암이 발견되었다”고 전했다. 대부분 뇌에서는 알츠하이머 병변이, 혈관에서는 동맥경화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우리 모두가 몸 속에 지닌 심각한 질병도 알지 못하고 산다는 것이다. 그래서 와다 박사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암이나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고 억지로 참아봐야 의미가 없다’.

우린 ‘오래 살아야 한다’는 강박 탓에 먹고 싶어도 참고, 무리하게 운동하고, 술 담배를 삼간다.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이 나이에…”라며 참는다. 효과도 못 느끼면서 습관적으로 약을 찾는다. 그는 “좋아하는 것을 먹고 마시는 게 오히려 스트레스를 줄이고 면역력을 높여 암의 진행을 늦춘다고 말한다. 인지장애도 ‘병’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오는 ‘노화 현상’이라며, 새롭거나 좋아하는 일을 하면 인지장애 발현을 늦출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80세가 넘으면 건강검진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개인마다 정상치 범위가 다를 수 있는데, 정해진 정상치만 절대시해 의사 말을 맹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이제 ‘투병’보다는 ‘병과 함께 살아가기’가 더 현명할 수 있다며, 이곳 저곳 병원을 찾아 떠도는 ‘의료난민’이 되지 말고 자기 신조를 이해하고 진지하게 치료해 줄 동네의사를 찾아 평생 주치의로 삼으라고 권한다.

그는 ‘노년에 그만 두어야 할 3가지’로 약 참기와 함께 식사 참기, 관심거리 참기를 들었다. 먹고 싶은 걸 참으며 체중조절하는 것은 영양부족으로 노화를 촉진시켜 수명만 깎는 행위라며 비판한다. 무언가에 흥미를 느낀다면 아직 뇌가 젊다는 증거라며, 실행력을 높이면 뇌도 활성화되고 몸도 건강해 진다고 말한다. 술은 저녁 반주 정도면 충분하며, 도박은 노화예방 효과는 있지만 돈이 들지 않는 게임 정도를 권했다. 담배는 계속 피워왔는데도 ‘아직 살아 있다면’ 굳이 끊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마음의 안정’을 강조한다. 특히 과거의 싫었던 감정에 사로잡히지 말라고 조언한다. 억지로 그런 기억을 지우기 보다는 새로운 생각으로 덧씌우라고 권한다.

와다 박사는 ‘오래 살기’와 ‘남은 인생’ 중 후자를 권고했다. 건강할 때 즐겨야 노화 면역력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하루 30분 편하게 걷기, 심호흡 하기, 많이 씹기, 혼자만의 시간 갖기, 좋아하는 일 하고 싫어하는 일 않기, 무엇이든 조금 씩 자주 하기, TV와 이별하고 더 많은 햇빛 쬐기, 10분 이내 따끈한 입욕하기, 하고 싶은 말 거리낌없이 말하기, 배우기 멈추지 않기, 그리고 ‘렛 잇 비(있는 그대로) 함께 웃으며 낙천적으로 살기를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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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속노화의 시대, ‘내재역량’ 키워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는 신간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에서 느리게 나이 들기 위해 당장 준비해야 할 ‘4M 건강법’을 소개했다. 신체기능을 되돌려주는 ‘이동성(Movility)’, 인지기능의 회복탄력성을 높여주는 ‘마음건강(Mentation)’, 잘못 알려진 건강 상식을 바로잡아주는 ‘건강과 질병(Medical issues)’,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는 ‘나에게 중요한 것(What Matters)’이 중요한 네 가지 요소라고 강조했다. 특별히 어렵지 않지만 곧 개선 효과가 나타나 최대 12년 정도는 수명 연장이 가능할 것이라 자신했다. 그리고 “지금이 가장 이른 때”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지금의 생활습관이라면 현대인들은 평균수명이 늘어도 고통스러운 노년을 피하기 어렵다고 단언한다. 지금처럼 ‘가속노화’의 시대가 된 것은, 고통을 최소화하고 쾌락의 양을 쉽게 최대한 늘리려는 ‘자본주의의 편안함’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우리 몸은 애초에 많이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는데도 엘리베이터와 택시 등을 애용하고, 클릭 한 번으로 자극적인 음식을 주문하고, 스마트폰으로 인한 뇌 과부하와 자극 탓에 결국 ‘아픈 노년’과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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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는 ‘당장은 불편하지만 장기적으로 더 평온하고 덜 고통스러운 삶’을 위해선 ‘내재역량’ 강화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내재역량이란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개념으로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기능 요소 모두를 고려해 얼마나 건강하게 나이 들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다. 질병 유무와 혈압, 운동시간 등 가시적인 건강지표에 적절한 휴식, 마음 챙김, 인생의 목표 등 비가시적 변수까지 고려한 것이다.


그는 “내재역량은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자, 신체기능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힘”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노화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근본적인 힘이라고 강조한다. 노화 방지 효과를 선전하는 많은 요법들이 있지만, 진짜 노화 방지 요법은 이동성의 내재역량을 보존하면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편안함을 얻기 위한 습관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운동’과 ‘이동’을 굳이 분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정 교수는 ‘MIND 식단’을 권고한다. Me diterranean-Intervention for Neuro degenerative Delay(신경변성 질환 늦추는 지중해식 식단)의 앞 글자를 따 지어진 이 식단은 10개의 음식 군에 속하는 15개의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견과류와 채소, 곡물, 생선 속의 천연 유분, 흰 육류, 와인 등이 포함된다. 패스트 푸드와 빨간 육류, 정제당과 버터 등은 섭취량을 줄여야 할 음식이다.

이를 실천한 사람들은 최악의 식습관을 가진 사람들보다 무려 10년 당 7.5년치의 뇌 노화지연 효과가 있었다고 말한다. 뇌 노화속도가 4분의 1로 느려진 셈이다. 그는 앞으로 내재역량을 꾸준히 관리하면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상당히 좋은 몸과 마음을 유지할 수 있으며, 심지어 뇌 위축이 상당히 진행되더라도 치매를 앓지 않으며 90대에도 평균적인 젊은 성인보다 나은 신체기능을 보이기도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내재역량을 넘어서는 정도로 ‘스트레스호르몬’이 몸 안에 축적되면, 수면의 질은 떨어지고 자극적인 음식과 술을 탐닉하게 되며 운동이나 명상 독서 같은 휴식 활동이 줄어들게 된다고 지적한다. 장기적으로는 집중력과 판단력 등 인지기능이 떨어져 오래 일해도 업무 성과는 떨어져 결국엔 여러 가지 만성질환을 앓기 시작하며 가속노화 상태에 빠진다고 경고한다.

조진래·안상준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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