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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10가지 거대한 위협, 재앙을 피할 순 없다… 닥터 둠의 끔찍한 경고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누리엘 루비니 '초거대 위협'

입력 2023-02-25 07:00 | 신문게재 2023-02-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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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누리엘 루비니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경제학자다. 낙관론자와 비관론자 모두 ‘반대론자’로 몰아 ‘닥터 둠(Dr.Doom)’이란 별칭을 얻었지만, 본인은 자신을 ‘닥터 리얼리스트’(Dr. Realist)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직면한 10가지 ‘초거대 위협’을 경고한다. 부채 증가, 과도한 저금리 정책과 양적 완화, 스태그플레이션, 통화 붕괴, 탈세계화, 미중 갈등, 고령화, 불평등, 인공지능의 위협, 기후 위기 등이다. 그는 “이를 자초한 것은 우리 자신들”이라고 꼬집는다. 명확한 비전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이 위험들이 우릴 파멸시키지 않도록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쩌면 생존을 위해 개인의 자유보다 공공과 국가, 세계의 이익을 더 중시해야 할 지도 모른다고 조언한다.



◇ 눈 먼 시장이 부른 부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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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부채’를 최대 위협으로 꼽는다. 부채 탓에 재정적 재앙을 맞았던 아르헨티나를 전 세계가 닮아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선진경 부채가 GDP의 420%를 넘어 증가 중이며, 빚으로 성장해 GDP의 330% 채무를 진 중국도 ‘부채 쓰나미’를 피하진 못할 것이라 전망한다. 생산량의 4배에 달하는 빚과 막대한 상환 비용이 경제성장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국가와 기업, 가계가 상환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저자는 ‘부채 펜데믹’이 이미 시작됐다고 단언한다. 투자를 위한 차입은 합리적일 수 있지만, 소비를 위한 과다한 차입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정책입안자들도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종종 의도치 않게 ‘도덕적 해이’를 만들어낸다고 꼬집는다. 2022년 상반기의 많은 증시 약세장이 자산 거품 종료의 신호라며, 높은 부채와 약한 통화를 지닌 신흥시장은 참담한 미래를 앞두고 있다고 예언했다.


◇ 민간 및 공공부문 정책의 실패

경제성장과 결합된 ‘신중한 부채’는 좋은 부채다. 하지만 흔치 않다. 저자는 “부채 위기를 치유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해결책이 독한 약과 고통스런 재활을 전제로 한다”고 말한다. 그는 잘못된 정책이 낳은 세가지 불일치, 즉 만기·통화·자본구조의 불일치가 지급불능 위험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차입자가 경상소득의 한계를 넘어 부채를 더 쉽게 축적할 수 있게 하고 결국 구조조정과 채무불이행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는 잘못된 구제금융은 자칫 도덕적 해이를 부추겨, 이익은 사유화되고 손실은 사회화되며 납세자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며 반대했다. 통화량을 늘려 경제안정을 꾀하려는 정책도 거부한다. 저금리는 더 많은 빚을 가져오고, 쉬운 돈은 자산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결국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대로라면 미래에 인플레이션이든 완만한 채무불이행이든 거대한 부채 붕괴시대가 도래할 것임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 저금리 함정과 거대 스태그플레이션의 도래

저자는 금융위기 같은 격변을 만든 장본인이 정책입안자들이라고 성토한다. ‘신중함’을 내던지고, 지난 40년 동안 거품 붕괴의 모든 충격과 위기에서 늘 더 쉽게 빌릴 수 있는 돈, 국가 재정 그리고 신용 창조라는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한 탓이라고 질타한다. 과도한 차입을 야기할 것을 알면서도 ‘야성적 충동’을 조장하는 정책을 폈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사실상 금융 붕괴는 ‘경제적 실패’가 아니라 ‘인재(人災)’였다고 일갈한다.

저자는 앞으로 10년 내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며, 이는 1970년대보다 훨씬 심각한 경제적 혼란과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에 대규모 재정적자와 화폐발행 같은 ‘부채의 화폐화’에서 탈피해 중앙은행들이 중심을 잡으라고 촉구한다. 물가안정과 성장, 실업 등 상충하는 의제와 목표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간 통화가치마저 위태로와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암호화폐와 탈중앙화 금융에 대한 그릇된 맹신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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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과 바이든이 야기한 미중 갈등과 신냉전은 당분간 해결되기 어려운 난제가 될 전밍이다.(연합)

 

◇ 지정학적 갈등과 새로운 냉전의 시작

저자는 “신 냉전에는 승자도 결말도 없다”며 동맹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며 냉전이 더 심각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신 냉전은 군사적 경쟁보다는 경제와 기술 즉, 글로벌 공급망과 수요에 큰 혼란과 파괴를 초래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경쟁국과 동맹국들 사이의 탈 통합·탈 동조화를 신 냉전의 큰 특징이라 지적하면서, 파편화된 경제가 세계를 두 개의 경쟁적인 경제체제로 분열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탈 동조화의 비싼 대가를 우려했다. 무력충돌의 가능성도 언급하며, 미국이 대만을 구하려 중국과의 전쟁을 불사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미중 경쟁의 향방은 부분적으로 향후 10여 년간의 성장 추세에 달렸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시기의 문제일 뿐, 중국이 세계 최대 경제가 될 것임을 의심하진 않았다. 따라서 그는 미국인들도 이제 1위를 유지하지 않고도 번영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 인공지능(AI)과 사라진 일자리

저자는 “창의성이 인간의 전유물이라고 여기지 말라”고 말한다. 이제 디지털과의 경쟁이라고 경고한다. 우수한 두뇌와 힘을 지닌 새로운 하이브리드 인간 종(種)이 호모 사피엔스를 대체할 것이라며, 맞춤형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그나마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자리까지 채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지식에 대한 독점권을 잃었다”며 “인간을 위한 일자리도 남겠지만 누가 그 직업을 원할 지 모를 일”이라고 우려했다.

인간을 뛰어넘어 범용인공지능, 즉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시대도 가까워 지고 있다. MIT 연구에 따르면 노동자 1000명당 로봇이 한 대 추가될 때마다 고용은 0.2%, 임금은 0.5% 감소한다. 인공지능 혁명이 일자리와 임금을 파괴하고, 초지능 기계가 인간을 능가하는 ‘지능 폭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자동화가 빼앗아간 일자리를 새로운 일자리가 대체하는 행복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 인류 통계학적 시한폭탄

고령화는 노동력 공급을 줄이고 생산성을 둔화시킨다. 일자리가 해외로 이전되고 로봇이 확산되면 젊은 노동자의 고용률도 낮아진다. 젊은 세대의 낮은 지출과 저축률은 경제 성장에 제동을 건다. 국민소득이 점점 더 젊은 노동자가 아닌 은퇴자의 삶을 유지하는데 사용된다. 급여와 생산 가능인구가 줄고 노령연금은 급증한다. 사회안전망이 이제는 현재와 미래 세대에게 산더미 같은 부채가 되어 심각한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저자는 ‘이민’을 한 해법으로 제시한다. 자유로운 이주가 무역과 자본이동 또는 금융서비스 자유화 보다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하지만 새 이민자들은 교육과 주택, 의료 서비스 등 공공서비스의 부담을 가중해 반발을 부르기도 한다. 저자 역시 선진국에서 전례 없는 규모의 이민자를 흡수하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정부는 고령 노동자에게 연금 및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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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 빙하에서 떨어져나와 바다에 떠다니는 거대한 얼음 덩이들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 거주 불가능한 지구

기후변화 피해는 당장의 문제다. 기온과 해양 온도 상승은 혹서와 폭풍, 홍수와 화재를 더 많은 곳에서 더 자주 발생시킬 것이다. 이는 전례 없는 규모의 이주를 초래하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이익 충돌도 첨예해질 전망이다. 저자는 가능한 빨리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완화정책’을 주된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려면 대부분 국가가 수십년 간 제로 또는 마이너스 성장을 감내해야 한다. 개도국도 설득해야 한다.

다음 해결책은 ‘적응’이다. 기온이 섭씨 2.5~3도나 그 이상 오를 가능성을 인정하고 피해를 낮추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태양지구공학(solar geoengineering)이다. 태양광의 일부를 차단해 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방법이다. 적극적인 탈 탄소화를 위해선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보다 다양하고 전망성 있는 친 환경 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 저자는 민간 분야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디스토피아냐 유토피아냐

우리가 재앙을 맞을 것이란 사실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이에 저자는 하나 또는 여러 개 초거대 위협이 현실화되어 우리 문명사회가 심각한 불안정과 혼돈을 향해 뒷걸음치는 디스토피아, 반대로 올바른 판단과 건전한 정책으로 초거대 위협을 일부 모면하는 유토피아의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그 가운데 가능한 유토피아에 가까운 미래 해법을 제시한다.

최선의 방법은 ‘성장’이다. 선진경제의 5~6% 장기적 고성장을 위해선 무엇보다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혁신이 중요하다. 강력한 성장의 핵심은 첨단기술에 달려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세계경제 통합의 필요성도 강조한다. “협력은 더 크고 넓은 협력을 낳는다”고 말한다. 이런 유토피아 혹은 그나마 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가 훨씬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전례 없는 집념과 끈기가 전제되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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