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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한국’을 닮은 뮤지컬 ‘캣츠’ 브래드 리틀·조아나 암필·잭 댄슨① ‘젤리클다운 젤리클’ 그리고 ‘나다운 나’

[컬처스케이프]

입력 2023-02-24 18:30 | 신문게재 2023-02-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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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캣츠’ 오리지널의 올드 듀터러노미 브래드리틀(왼쪽부터) 럼 텀 터거 역 잭 댄슨, 그리자벨라 조아나 암필(사진=이철준 기자)

 

“‘젤리클’(Jellicle)이라는 자체가 어떤 부족의 이름이잖아요. 가족이죠. 그 안에 속할 수 있는 것은 충성심 같아요. 우리 가족이 그렇듯 다른 고양이들한테 무엇이든 줄 수 있는 충성심과 그 안에서의 철칙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럼 텀 터거로서 팀워크도 중요하고 하지만 내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가족 구성원으로서 서로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뮤지컬 ‘캣츠’(Cats, 3월 1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오리지널 공연에서 럼 텀 터거(Rum Tum Tugger)로 분하고 있는 잭 댄슨(Jack Danson)은 ‘젤리클다운 젤리클’에 대해 “충성심과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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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캣츠’ 오리지널 공연장면(사진제공=에스엔코)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Old Deuteronomy) 역의 ‘캣츠 베테랑’ 브래드 리틀(Brad Little)의 표현을 빌자면 “캣츠 베테랑이 될”(Be Veteran) 잭 댄슨은 웨스트엔드에서 ‘맘마미아!’ 스카이 역으로 데뷔해 ‘캣츠’ 무대에 오른, 이번 내한 공연으로 처음 한국을 찾은 가능성 넘치는 뮤지컬 신예다.

뮤지컬 ‘캣츠’는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오페라의 유령’ ‘에비타’ ‘러브 네버 다이즈’ 등의 뮤지컬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와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Cameron Mackintosh)의 첫 의기투합작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영국 시인 T.S 엘리어트(Thomas Stearns Eliot)의 우화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를 바탕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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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캣츠’ 오리지널의 올드 듀터러노미 브래드리틀(왼쪽부터) 럼 텀 터거 역 잭 댄슨, 그리자벨라 조아나 암필(사진제공=에스앤코)

 

앤드류 로이드 웨버, 카메론 매킨토시 그리고 2018년 세상을 떠난 발레리나 출신의 안무가 故 질리언 린(Gillian Lynne)이 고양이들의 습성들을 안무화해 1981년 런던 초연 후 이듬해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일년에 단 한번 천상으로 보내져 새로 태어날 기회를 얻을 고양이를 선택하는 무도회 ‘젤리클 볼’(Jellicle Ball)에 모여든 각양각색의 고양이들이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브래드 리틀)를 기다리며 털어놓는 저마다의 사연을 담은 성스루(Song Through, 대사 없이 노래로 이루어진 형식의)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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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캣츠’ 오리지널의 올드 듀터러노미 브래드리틀(사진=이철준 기자)

◇한국을 닮은 ‘캣츠’, 젤리클다운 젤리클

 

“‘캣츠’라는 뮤지컬 자체가 되게 한국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적 정서가 많이 묻어난달까요.”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 역의 브래드 리틀은 “한국 사람들이 잘 이해할 수 있는 철칙이 젤리클 안에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김가네, 박가네, 최가네…그 가문만의 철칙 같은 게 있잖아요. 제리클도 그런 것 같아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철칙에 반한 혹은 벗어난 친구가 그리자벨라(Grizabella)죠. ‘Jellicle Songs for Jellicle Cats’에 나오는 12개명에 함축된 젤리클 바이블 안에 있는 것들을 하지 않겠다고 떠났던 한 아이(그리자벨라)가 자신을 수용해 달라고 해요. 이 호소를 우리가 수용을 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산을 같이 넘어가는 과정이 극의 후반부 같아요. 결국 우리가 그녀의 호소를 수용하는 것이 ‘캣츠’의 성공포인트죠.”

2005년 ‘오페라의 유령’ 내한 공연으로 한국과 첫 인연을 맺은 후 “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살고 있는 저의 한국살이(코리안 라이프)”에 빗대기도 했다. 꾸준히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왔지만 한국의 어느 가문에도 속하지 않았던 브래드 리틀은 한국인 아내와 결혼하면서 “지금은 (그리자벨라처럼) 수용된 상태”라고 표현했다.

매혹적인 고양이였지만 초라하고 늙은 모습으로 돌아와 고독 속에 지내고 있는, ‘캣츠’의 대표 넘버 ‘메모리’(Memory)의 주인공인 그리자벨라를 다섯 번째 만나고 있는 ‘캣츠 베테랑’ 조아나 암필(Joanna Ampil)은 ‘젤리클다운 젤리클’에 대한 질문에 “젤리클 볼에 참여할 수 있는 자들, 거기에 참여해 자신이 어떤 고양이인지 뽐내는 자들”이라고 밝혔다.

“저, 그리자벨라는 사람들한테 용서받고 수용받는 것 그리고 다른 고양이들 같은 경우엔 다시 태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젤리클 볼을 제 인생에 빗대자면 오디션 같아요. 젤리클 볼은 구원받아 다시 살 기회를 얻기 위한, 오디션은 배역을 얻기 위한 경쟁구도잖아요. 다만 오디션과 젤리클 볼의 차이는 있죠. 오디션은 때때로 제가 이 역할에 합격했다는 걸 싫어하는 친구도 있을 수 있어요. 당연해요. 그게 인간의 본성이니까요. 하지만 젤리클 볼은 누가 선택을 받든 기꺼이 기뻐해주고 응원하죠.” 

 


◇‘나다움’을 담은 그리자벨라, 올드 듀터러노미, 럼 텀 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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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컬 ‘캣츠’ 오리지널의 그리자벨라 조아나 암필(사진=이철준 기자)

 

“살아온 게 다르니 배우들마다 같은 역할을 표현해도 얼마나 다르겠어요. ‘캣츠’에는 각 캐릭터마다 참고하는 핵심 단어가 있어요. 그리자벨라는 ‘상처’ ‘당당함’ 그리고 ‘포기할 줄 모르는 것’이죠. 그 단어가 주어졌을 때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하는지는 배우마다 달라요. 제 인생의 경험을 빗대는 게 제일 진실되게 표현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나다움’을 담은 그리자벨라를 연기 중이라는 조아나 암필은 “그래서 저는 아직 발전시키는 과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조아나 암필의 말에 브래드 리틀 역시 “인생을 살면서 계속 새로운 일이 생기기 때문에 매일 새롭게 배우고 있는 과정”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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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캣츠’ 오리지널의 럼 텀 터거 잭 댄슨(사진=이철준 기자)
“얼마 전 딸이 생긴 저는 늦둥이 아빠예요. 이제 세살이 된 딸을 가르치고 키우는 게 제 인생의 새로움이죠. 그로 인해 저 역시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의 성장에 아빠로서 가져야 하는 책임감, 순간순간 내려야 하는 결정 등이 저의 올드 듀터러노미에 반영되면서 새로워지는 것 같거든요.”

올드 듀터러노미에 새롭게 반영되는 것들을 “딸이 알려주는 새로움들”이라고 표현한 브래드 리틀은 “매일매일 기분도, 생각도 새로운 것들이 생긴다. 공연을 하면서 항상 딸을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딸이라는 존재가 생기고 아빠가 되면서 올드 듀터러노미도 달라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예전의 올드 듀터러노미도 다른 고양이들이 배우고 깨닫기를 바라는 부모이자 대장으로서의 좋은 마음이 있었어요. 하지만 주입(Push)하려던 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반면 지금은 그들이 스스로 깨닫기를 바라고 스스로의 의지로 그를 향해 갈 수 있게 가이드해주는 것 같아요.”

잭 댄슨은 “럼 텀 터거를 비롯한 어떤 역할이든 신선하게 임하려고 한다”며 “어떤 역할이나 작품을 만났을 때 신선하게, 저만의 것을 만들기 위해 아무 선입견 없이 접하려 노력한다”고 털어놓았다.

“이전에 선배들이 이 역할을 연기한 것을 보지 않고 임했던 것 같아요. 그 작품 자체에 대한 정보도, 노래도 듣지 않은 상태에서 만나야 저라는 사람이 럼 텀 터거 안에 녹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야 관객들도 시늉이 아닌 진짜라고, 가장 진실 되게 받아들이실 것 같아서 항상 신선하게 임하려고 노력했죠.”


◇이구동성 “다시 살 기회가 주어져도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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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캣츠’ 오리지널의 럼 텀 터거 잭 댄슨(왼쪽부터), 그리자벨라 조아나 암필, 올드 듀터러노미 브래드 리틀(사진=이철준 기자)

 

“구원되더라도 지금과 똑같이 살고 싶어요. 감사하면서 지금 삶을 유지하고 싶어요. 3살 때의 꿈인 ‘우주에 가고 싶다’거나 ‘과학자가 되고 싶어’ ‘뇌수술을 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 등으로 아주 특이하게 가볼까도 싶지만 사실은 구원받아도 지금 이대로 어제와 같이, 오늘과 같이 살고 싶어요. 그래서 구원을 못받나 봐요.”

잭 댄슨은 뮤지컬 ‘캣츠’ 중 그리자벨라처럼 “구원을 받아 다시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이라는 질문에 “지금처럼”을 선택하며 웃었다. 조아나 암필도 “저 역시 그렇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다만 구원을 받아서 시간이 주어진다면 음악공부를 좀 더 많이 하고 싶어요. 피아노도 칠 수 있고 악보도 더 빨리 한눈에 볼 수 있게끔요. 그리고 춤도 잘 춰서 ‘캣츠’가 좀 더 쉽게 다가왔으면 좋겠어요.”

브래드 리틀 역시 “지금처럼”을 외치면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여자가 출산할 때의 고통, 그때 아기와 갖게 되는 유대감이 도대체 무엇인지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그 고통이나 유대감이 피부로 와닿지를 않거든요. 도대체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면 너무 경이로울 것 같아요. 죽을 것 같은 산고를 이겨내야 하겠지만 그 역시 경험하고 싶어요. 지금은 제가 무덤에 묻힌다 해도 알지 못할 느낌이잖아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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