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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노후 건강관리? 걷기만으로도 충분하다

[100세 시대] 건강한 노후 첫발은 '걷기'

입력 2023-03-07 07:00 | 신문게재 2023-03-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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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5일 제주시 절물자연휴양림에서 나들이객들이 삼나무숲길 산책을 즐기고 있다.(연합)

나이가 들수록 ‘걷기’부터 생활화할 것을 조언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규칙적인 걷기는 당뇨와 심장병, 암은 물론 우울증까지 완화해 준다고 한다. 때문에 걷기의 효능이나 바로걷기 방법 등 관련 서적들도 넘쳐난다. 이 가운데 영국의 작가이자 생활연구자인 애나벨 스트리츠가 쓴 <걷는 존재>가 최근 주목을 끈다. 걷기에 관한 가장 지적이고 과학적인 탐구 결과가 돋보인다. 그는 1년이 52주 임을 고려해 52가지의 서로 다른 걷기를 제안한다.



◇ 걷는 것 자체가 건강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누구나 빠르게 12분 정도만 걸어도 건강에 극적인 변화가 온다. 빠르게 걸은 뒤 대사물질의 80% 이상이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12분 운동은 심장병과 당뇨 등을 유발하는 글루탐산염 농도를 29%까지 낮춰준다고 한다. 하루에 한 번 걸을 수 있으면 아침에 10여분 정도가 가장 좋다고 한다. 빛이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잠에서 깬 후 처음 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지가 그날 밤 수면의 질을 결정한다. 우리 몸에 좋은 음이온이 도시에선 아침 시간에 가장 풍부한 것도 한 이유다.

‘가장 배고플 때 걸어라’는 말도 있듯이 공복(空腹)에 걷기를 추천하는 이들도 많다. 지방을 더 태울 수 있는데다 혈당과 인슐린 수치도 훨씬 개선해 준다고 한다. 식전 60분 걷기로 식후 운동 때보다 지방이 2배 이상 연소된다는 보고도 있다. 2020년 한 연구는 공복 걷기 같은 저강도 운동이 고강도 운동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더 좋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알츠하이머부터 암까지 많은 질환을 일으키는 염증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 함께 코 호흡하며 걷기가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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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혼자 걷기는 자유와 편안함을 주지만 함께 걷기도 상당한 효과를 준다. 도파민,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기분을 좋게 만들 준다. 유대감이 단단해지면서 신체와 정신건강, 인지능력, 수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몸무게와 체질량 지수를 줄여주고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춰준다. 신경과학자 다니엘 레비틴은 “하이킹과 새로운 장소, 새로운 만남이 두뇌를 젊게 유지해 주는데 이 셋을 모두 합친 게 함께 걷기다”라고 말했다.

코 호흡이 중요하다. 코로 숨 쉬면 병원균이나 알레르기 유발물질 등이 걸러진다. 비강에서 만들어지는 산화질소를가 폐로 흐르는 혈액의 흐름을 증가시켜 산소량을 증폭시킨다. 천천히 코로 숨을 들이마시며 입이나 코로 내쉬는 게 좋다. 5.5초 동안 숨을 들이마신 후 같은 시간 동안 내뱉는 느리고 깊은 숨쉬기가 권고된다. 걸을 때 콧노래까지 부르면 산화질소가 15배나 생성된다고 한다.

최근 인기몰이 중인 맨발 걷기도 좋은 방법이다. 이 때는 발꿈치를 조금 더 약하게 딛고 체중을 고르게 분산시키며 발이 땅에 더욱 가볍게 닿게 된다. 걸음 수는 훨씬 많아진다. 그 동안 두꺼운 밑창과 쿠션 신발 때문에 잃어버렸던 놀라운 감각들이 열린다. 발이 신체에서 가장 촉각에 예민하고 감각적인 부분임을 증명해 주면서, 발 밑에 있는 새로운 우주를 경험하게 된다.

 


◇ 독특하고 다양한 걷기 경험을 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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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유목민처럼 걷기’가 있다. 아프가니스탄 유목민들은 12일 만에 700km, 하루에 무려 60km를 걷고도 피곤해 하지 않는다고 한다. ‘호흡 의식 하이킹’이라는, 발걸음에 맞춰 완전히 코로만 호흡하는 걷기 법 덕분이다. 한 걸음에 한 번 씩, 세 번 숨을 들이마신다. 네 번째 걸음에는 숨을 참는다. 그리고 다음 세 걸음에 다시 코로 숨을 내뱉는다. 그 다음 한 걸음에는 숨을 들이쉬지도 내쉬지도 않은 채 폐를 비운다. 총 여덟 걸음에 들숨 한 번(세 걸음), 날 숨 한 번 (세 걸음), 숨 참기 두 번을 반복한다.

가끔은 뒤로 걷기도 필요하다. 완전히 다른 코어 및 하체 근육을 사용하므로 하체가 더욱 강화되고 균형 감가이 향상된다. 앞으로 걷기 보다 열량이 더 많이 소모된다. 허벅지 근육을 더욱 유연하게 만들어 주어 자세 교정에도 좋다. 류머치스 및 무릎 관절염, 뇌졸중, 뇌성마비, 척추나 무릎 부상 경험자들에게 특별히 효과가 크다고 한다.

일부러 길을 잃고 헤매며 걷기는 공간지각능력 향상에 좋다. 길을 잃더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새로운 뉴런이 생성되고 도파민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진다. 익숙하지 않은 지형을 지도 없이 ‘탐험’을 하면 공간 이해도가 깊어진다. 방향을 찾는 능력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심해지는데, 걸으면서 길을 찾다 보면 두뇌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게 만든다.

종이 지도를 보며 걷는 것도 유용하다. 뇌 과학에서는 길을 찾을 때 활용하는 뇌 부위 ‘해마’는 활용 않을수록 약해진다고 말한다. 위성 내비게이션 때문에 망가진 두뇌 운동을 증진함으로써 알츠하이머와 치매 가능성을 낮춰줄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걸을 때 특히 좋다. 지도 안에 있는 모험을 좋아할 뿐만아니라 탐색에 관련된 두뇌 근육을 발달시킬 기회도 된다.

춤추며 걷거나 점프하면 걷기도 있다. 둘 모두 혈액 흐름과 심장박동에 좋다. 캐나다 맥마스터대 연구소는 ‘뇌 건강을 지키려면 4분 동안 빠르게 걷고 3분 동안 천천히 걷기를 세 번 정도 반복하는 게 좋다”고 했다. 점프하며 걸으면 뼈가 스스로 재 형성 과정을 진행한다. 빠르게 움직일수록 발이 지면에 닿을 때 충격이 커져 뼈가 받는 이점이 크다. 걷다가 한 번씩 두발로 뛰어주는 것으로 족하다고 한다.

노래를 부르면 천연 진통제인 ‘베나 엔도르핀’ 같은 신경화학물질이 분비된다. 폐를 움직여야 하므로 호흡기 근육이 강해져 더욱 원활하게 숨을 쉴 수 있다. 그 자체가 유산소 운동이다. 함께 노래 부르며 걸으면 우정과 유대감을 만드는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그림 그리며 걷기도 권장된다. 스트레스와 번 아웃, 우울감 등을 억제해 준다. 특히 뇌 세포를 계속 자극해 준다. 작은 연필이나 펜, 그림장만 있으면 된다.

쓰레기를 주으며 걷기가 최근 유행이다. 선한 일을 했을 때 보상으로 기분을 좋게 하는 도파민을 듬뿍 만들어내 쾌감 상태를 경험케 한다. 신경학자들은 이를 ‘핼퍼스 하이(helper’s high)’라고 부른다. 물 속에서 걷기는 고령자나 만성질환자에게 좋다. 물은 밀도가 높아 땅에서 보다 저항력이 14배나 커, 무리하지 않게 근육을 기르거나 열량을 태우고 싶어하는 임산부나 노약자, 관절염 및 골다공증 환자에게 특히 좋다.

 


◇ 악천후는 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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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과학자들은 적당히 추운 날 걷기가 몸과 두뇌에 영향을 주어 의외로 건강에 좋다고 말한다. 특히 가벼운 추위에서 활성화되는 ‘갈색지방’이 효과적으로 지방을 태우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두 시간 가량 노출되면 배와 허벅지에 많은 ‘해로운 백색지방’이 갈색지방으로 바뀌고, 고혈압과 울혈성 심부전, 관상동맥 질환에 도움이 되다는 연구결과도 최근 보고됐다. 추운 느낌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빗 속을 걷는 것은 의외로 낭만적인데다 ‘촉’을 깨워준다. 이런 날에는 공기 중 음이온이 증가해 이를 들이마시는 것만으로 건강과 행복에 도움을 준다. 후각도 깨어난다. 비 온 뒤 흙냄새를 ‘페트리코(petrichor)’라고 지칭할 정도로 빗 속 걷기는 남다르다. 인도에서는 건기에 가장 강렬해지는 이 페트리코를 향수로 팔기도 한다. 빗물은 특히 돌이나 콘크리트에 갇혀 있던 향을 깨운다.

 

조진래·안상준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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