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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외적 형식과 내적 본질의 어울림, 군자를 닮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입력 2023-03-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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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설립 이래 처음으로 선보이는 도자기 주제 기획전입니다. 조선 500년 동안 만들어진 도자기 전체를 한 자리에 모아놓고 그 특징을 살피는가 하면 조선 사람들이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여기던 군자의 상이 백자의 풍모에 담겨 있다는 저의 해석을 더한 전시입니다. 국가지정문화재인 조선백자 59점(국보 18점, 보물 41점) 중 31점(국보 10점, 보물 21점)을 만날 수 있죠.”

리움미술관의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5월 28일까지 리움미술관 기획전시실)을 기획한 이준광 책임연구원이 말한 31점과 그에 준하는 국내 백자 3점, 일본 등 해외에서 소장하고 있는 백자 8점까지 42점이 첫 섹션인 블랙박스 전시장을 채운다. 

 

리움미술관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을 기획한 이준광 책임연구원(사진=허미선 기자)

이 블랙박스 전시장에 대해 “완전히 밀폐돼 빛이 들어오지 않아 다이내믹하게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한 이 연구원은 “각 도자기별로 360도에서 돌아볼 수 있는 쇼케이스 활용으로 관람객이 들어가자마자 눈 닿는 곳, 손 닿는 곳 어디나 국보와 보물인 특별한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도자기 42점이 한꺼번에 펼쳐지며 압도되는 화면 감상 뒤 한 작품 한 작품 보실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최근 관람객들의 감상 추이를 지켜본 결과 한 작품 한 작품을 감상하는 것 뿐 아니라 화려한 공간 속에 스스로가 위치해 있다는 경험 또한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거나 자체발광하지는 않는 고미술도 이런 군집 속에서는 화려할 수 있다는 의외성을 제공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대표작들로 꾸린 챔피언스 리그”와도 같은 블랙박스에는 높이, 각도 별로 다른 뷰로 42점의 대표작들을 조망할 수 있는 계단도 마련돼 있다. 이 연구원의 설명처럼 이번 전시의 특징 중 하나는 “일본 기관과의 협력”이다.

그는 “호암미술관 시절부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오사카 시립동양도자미술관을 비롯한 6개 기관과의 협력으로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일본 채색 자기와 일본에 소재해 있는 우수한 조선백자 22점을 소개해드릴 수 있게 됐다”고 부연했다.

그렇게 이번 전시에서는 국가지점 문화재 31점, 일본에 소재한 34점의 백자 등을 포함한 청화백자, 철화·동화백자, 순백자, 달항아리 등 185점이 총망라된다.

블랙박스 감상 후 그라운드 갤러리로 내려서면 청화백자, 철화·동화백자, 순백자 섹션이 펼쳐진다. 각 섹션은 제작 지역에 따라 중앙과 지방으로 나뉘지만 값비싼 안료를 써야 하는 청화백자는 모두 중앙에서 제작된 작품들이다. 이 섹션에서는 왕실의 위엄을 드러내는 데 활용된 용 항아리 등과 유학자적 품격을 담은 사대부 및 왕실 도자기들을 만날 수 있다. 


리움미술관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조선은 유교사회로 유학을 공부한다는 건 출세를 하기 위함이 아니라 군자가 되기 위한 인격 수양 과정이었죠. 독서와 그의 실천 등으로 군자로서의 덕목을 쌓는 조선사람들의 생활이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도자기 안에 반영됐다고 생각합니다. 매화, 대나무 등 군자의 기개를 상징하는 사군자, 인격 수양 도구 중 하나였던 시서화 등이 도자기 문양으로 들어가 있죠.”

이 연구원은 “이들 중 당나라 이백의 시가 인상 깊다”며 “동양도자미술관 대여 작품으로 술을 권하는 내용이 아주 운치있게 담겼다. 시 중 ‘그 술독에 달 떠 있게 하지 마시게’라는 말이 있는데 아주 품격 있게 술 한잔을 권한다”고 전했다.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처럼 이번 전시는 도자기 안에서 군자의 모습을 찾기 위함입니다. 제가 찾은 군자 표현 중 주역의 ‘군자는 변화하기를 표범과 같이 한다’가 가장 와닿습니다. 신속하게 털갈이를 하는 표점처럼 군자는 빠르게 변화하고 개선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조선이 폐쇄적인 국가라고 알고 있지만 중국 일본과 끊임없이 교류하고 있었습니다.”

세 번째 섹션에서는 청화백자를 기반으로 빨간색 동 안료와 진갈색이 나는 철화 안료, 세 가지를 조합해 화려하게 표현된 백자들을 만날 수 있다. 자기 수양을 상징하는 문양과 동시에 민화적 요소 등이 반영되는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청화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철화가 전면에 나서는 17세기 작품들로 같은 소재도 다르게 표현된 백자들을 만날 수 있다.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단정하고 깨끗하며 매끄러운 청화백자와 달리 거침없는 색과 힘이 느껴지는 작품들로 구성된 이 섹션에서는 대담하면서도 세련되고 기품과 개성이 넘치는 중앙 백자들과 개궂은 아이들이 그린 듯 자유분방한 지방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특히 같은 용, 국화, 물고기 등을 그려 넣었지만 구상화와 추상화처럼,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중앙과 지방 백자를 비교하는 재미가 적지 않다.

야자수처럼 보이는 국화, 무섭게까지 느껴지는 용, 다리 달린 물고기, 8면의 균등한 모양새가 아닌 들쭉날쭉 다각형의 형태 등 관상용이 아닌 실제로 사용하기 위한 지방 백자들의 자유분방함과 기발함이 절로 웃음을 자아낸다. 

 

리움미술관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마지막 섹션에서는 백자 본연의 미를 담은 순백자들을 만날 수 있다. 장식이 아닌 깎아내고 새기는 음양각으로 조화를 이루는 백자들이 중앙과 지방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설백색 혹은 유백색에서 회백색, 청백색으로 변화하는 경향 등도 살펴볼 수 있다.

이준광 연구원은 “중앙의 순백자들은 본령을 넘어서지 않으면서 기운을 응축하듯 담겨 있다면 지방백자들은 반대로 확산하는 색”이라고 설명했다. 

 

리움미술관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지방의 순백자들은 한꺼번에 펼쳐지듯 전시돼 있는데 이에 대해 이 연구원은 “고미술 전시에서 작품이 노출되는 경우는 드물다. 당연히 쇼케이스 안에 보호하고 정갈하게 보여드리는 게 효과적이지만 지방에서 만든 순백자들은 쇼케이스 안에 따로 전시하는 게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졌다”고 털어놓았다. 

 

“이 자기들은 미술품이나 고급 생활용품이라기 보다는 서민들이 밥과 국을 먹을 때 쓰던 그릇들이에요. 분청사기가 백자로 이행되면서 지방에서는 그렇게 사용됐죠. 임진왜란으로 백자들이 일본으로 유입돼 그들 고유의 차 문화를 만나면서 고급화됐지만 우리가 생활용품으로 썼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될 도자기의 한 측면이죠. 그렇게 생활용품이라는 본질을 잃었지만 기억해야할 지방 백자들은 한꺼번에 펼쳐서 군집으로 보여드리는 게 그 아름다움을 분명히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죠.”

 

리움미술관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전시 끝자락에는 군자와의 연관성이 함축된 최고급 백자를 쇼케이스 없는 명상적인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준광 연구원은 “여러 전시를 통해 우리 관람문화가 성숙했다는 걸 알고 있다. 이에 좋은 백자로 마무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백자와 군자의 연관성을 아우를 수 있는 말이 공자의 ‘문질빈빈, 연후군자’(文質彬彬 然後君子)입니다. 외적인 형식과 내적인 본질이 서로 잘 어울린 뒤에야 군자라고 할만하다는 뜻인데요. 우리 백자는 그릇의 바탕이 좋으면 그에 걸맞는 안료와 기법으로 장식을 하고 그릇이 조금 나빠지면 위트있는 작품들로 구색을 맞춥니다. 그릇의 질이 더 나빠지면 단순한 색과 모양만으로 본질을 찾아내죠. 이것이 우리 조선 백자를 관통하는 핵심 본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어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마무리하면서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또다른 새로운 이야기’라고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시대가 지나면서 고미술은 우리 생활과 멀어지고 있고 관람객들은 생소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 하나하나도 중요하지만 어떤 분위기가 만들어내는 현대적인 효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철학적인 메시지 혹은 앞서 살아온 우리 선조들이 갖고 있던 유학자적 메시지를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리움미술관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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