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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SVB 사태, 금융시장 영향 면밀히 살펴야

입력 2023-03-13 14:08 | 신문게재 2023-03-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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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6번째 규모의 실리콜밸리은행(SVB)의 갑작스러운 파산 이슈 이후 첫 장이 열린 13일 ‘블랙먼데이’(월요일 증시 폭락)가 덮치지 않나가 관심사였다. 걱정보다는 국내 주식시장 영향이 크지 않았다 해도 지켜봐야 한다. 이스라엘 증시가 3%대 급락한 사례도 있었다. 자산 규모 2090억 달러 규모의 SVB가 공적 관리로 넘어가면서 파산에 걸린 시간은 극히 짧았다. 예금 인출 사태(뱅크런)로 자금난에 빠진 지 이틀 만이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이 방아쇠가 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현될 정도는 아니지만 경각심은 가져야 한다. 미국 스타트업의 ‘돈줄’ 폐쇄에 대한 어떤 속단도 이르다.

해외시장의 변동성에 관한 부분은 성급하게 예단해서도 안 된다. 국내에 미치는 파산 영향이 제한적이란 것과 신용위험이 확대된다는 것이 지금 해볼 수 있는 전형적인 두 전망이다. 어느 전망을 취하든 정부와 한국은행은 SVB 파산 사태가 시장 변동성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대비해야 한다. 은행권 전반으로의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미 당국의 전망은 원만한 해결이 전제된 가정이다. 금융위기의 도화선에 불이 붙여질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하면 나쁜 선택만 남을 수도 있다.

불확실하다면 국내 금융·실물경제에 나쁜 쪽도 대비하는 게 좋다. 주로 스타트업 대출에 특화된 SVB 파산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악재다. 위험한 것과 덜 위험한 쪽이 있을 뿐이다.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은 막연한 대처법이다.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높고 민감하다. 해외시장의 변동성이 주가나 환율 등 국내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빨리 전이된다. 우리 경제에 부작용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물가, 금리, 환율, 그리고 부채 관리를 더 잘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붕괴한 워싱턴뮤추얼 다음으로 미국 내 파산은행 중 규모가 크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전운을 상시 모니터링하며 위기 전염을 막는 게 지금 할 일이다.

단기적일 수 있지만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매파 기조로 가는 미 연준(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긴축 행보 여부도 주시할 대목이다. 미국 내 중소 규모의 지역은행이 다음 순번이 된다면 ‘특수한 사례’는 일반화된다. 국내외 금융상황에 선제 대응을 소홀히 하면 ‘블랙 먼데이’는 그냥 과거의 일이 아닐 수 있다. 직접적인 영향이 없어 보인다 해서 방심하면 약한 고리에서 출발해 눈덩이처럼 확대재생산되는 위기의 함정에 빠진다. 국내 벤처투자 시장 위축도 우려된다. 사태 진행 추이를 면밀히 살펴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기민하게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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