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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선 떼면 안 되는 유럽 빅스텝·미 FOMC

입력 2023-03-19 14:10 | 신문게재 2023-03-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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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3.0%에서 3.5%로 0.5%포인트 인상함으로써 석 달째 빅스텝을 유지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의 충격이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로 밀어닥치는 데도 정책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어두워진 한국 경제 전망과 곁들여 주시할 부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 성장률을 2.6%로 0.4% 높이면서 한국 성장률 전망은 1.6%로 낮췄다. 침체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어서다.

유로화를 쓰는 유럽 20개국 중앙은행인 ECB의 기준금리 인상은 예정된 것이었다.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거라는 일각의 예상은 금융 안정보다 물가 안정을 택한 배경을 다소 등한시한 견해다. 경기가 악화됐는데도 하반기 물가상승률 둔화까지 점치며 금리를 동결한 우리와는 상당히 대비된다. 미국의 경우는 물가 안정 목표 달성 가능할 수도 있다. 고강도 긴축 영향이 본격화되면 말이다. 우리 사정은 여러 모로 좋지 않다. 유로권 은행도 주변국, 소규모 은행 중심의 유동성 악화를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재무 건전성이 다소간 강화된 상태다. 채권 보유 비중도 낮다. 일정 부분 완충 장치가 구비돼 있다고 봐도 된다.

그에 비할 때 고금리와 고물가 둘 다 악재가 되는 우리는 진퇴양난이다. 기준금리 인상 행진의 브레이크를 놓게 되면 실물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총생산을 1.4%포인트나 끌어내리는 등 성장률 둔화에 본격적으로 가세한다. 경기 침체 속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 들고 있다. 어느 보고서 제목처럼 ‘깨지기 쉬운 회복’(Fragile Recovery)조차도 아직 아니다. 한국 경제가 된서리를 맞지 않게 해야 한다. 지난해 4월 이래의 금리 인상 흐름을 멈춘 건 안개 가득할 때 차를 잠깐 세워둔 데 비유될 딱 그런 정도다.

가긴 가야 한다. 그런데 경제 향방이 오리무중인 게 지금의 문제다. 한·미 금리 격차는 원화 약세, 외국 자본 유출, 수입물가 상승과 직결된다. 미국 기준금리를 의식해본들 역할이 제한적이긴 하다. 그러나 그럴수록 수출 증대, 구조 개혁, 서비스 산업 혁신 등 우리 할 일은 많다. 미국의 최종 금리 수준은 이전 전망보다 높을지 모른다. 일련의 매파적 발언을 새겨볼 때다. 이럴 바엔 우리도 기준금리 인상을 미리 내비쳐 시장 충격을 흡수하는 편이 낫다. 미국 금리는 한국 경제에 파장이 크다. 정부와 정치권이 시선을 떼면 안 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격인 미 FOMC는 이번 주(21~22일) 정례회의에서 빅스텝을 밟을 게 예견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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