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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초대석] 추경호 “이재명 기본소득, 국민에게 용돈 주자는 발상”

"재난지원금은 정치적 대책, 경제효과는 회의적…경제활성화는 재정 아닌 규제개혁 해야"
"한국판뉴딜, 정부가 무책임하게 불확실한 사업하고 세금으로 손실 메꾸는 것"
"재정건전성, 非기축통화국은 유지 않으면 금융위기 촉발"
"기본소득, 의미있는 금액 주려면 한 해 살림 다 바쳐야 해…보편 증세 자신 없으면 하지 말아야"

입력 2020-09-21 17:03 | 신문게재 2020-09-2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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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추경호의원[정경부]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기자)

 

국회는 지금 예산관련 업무를 주로 하는 ‘예산철’이다. 22일 코로나19 대응 4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처리할 예정이고 11월에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돌입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제1 야당으로서 ‘브레이크’ 역할을 자임하는데, 그 선두에 서있는 이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추경호 의원이다.

코로나19 국난(國亂)으로 재정의 역할이 커지면서 국민의힘도 재정건전성에 대한 목소리를 낮춰왔다. 그럼에도 최근 추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럴 때일수록 재정건전성 유지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재정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는 반면 재정이 무너지면 우리 경제도 함께 무너질 수 있어서다.

때문에 추 의원에게 이재명 경기지사가 말하는 기본소득은 우려스럽다. 제대로 된 기본소득 개념이 아니라 실효성은 없는데 나랏빚만 늘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이 지사는 고소득층의 연간 조세감면을 절반으로 줄여 약 25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해에 50만원을 지급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그는 또 내년도 예산안의 핵심인 한국판 뉴딜에 대해선 “무책임하다”고 일갈했다. ‘자산운용사’도 아닌 정부가 특정 사업을 선정하고 펀드를 마련해 세금으로 손실을 메운다는 건 비정상적이고, 설사 성과가 나온대도 ‘소가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격’으로 공공재 외 사업 투자는 민간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추경호의원[정경부]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기자)

 

-국회의원 재선 소감은.

초선에 비해 책임감이 두 배 이상 무거워졌다. 경제가 좋지 않고, 거대여당이 출현해 현 정권이 일방 독주하는 상황이라 야당으로서 국민의 어려움과 목소리를 대변하며 견제하는 데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 지역의 여러 현안들을 해결키 위해서도 주민과 소통을 더 활발히 하며 노력할 것이다.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중앙무대에서 남보다 뒤지지 않고, ‘잘 뽑았다’는 평가를 받도록 열심히 하겠다.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위한 4차 추경이 심의되고 있다. 재난지원금 효과를 어떻게 보나.

전 국민에 무차별적으로 뿌린 1차 재난지원금은 정치적으로 탄생한 대책이었다. 경제적으로 보면 효과가 적어 맞지 않은 방법이다. 이전지출의 일반적 승수효과(정부지출의 수요 창출)는 대체적으로 20%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세금을 내온 고통 받는 국민에 일정한 자금을 무차별적으로 지원한 건 정치적으로는 평가받지만, 경제적으로는 14조원 빚을 내 지출한 재정이 과연 얼마나 생산적으로 쓰였는지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올해만 네 번째 추경이 편성됐다. 내년 예산안이 555조원에 달함에도 추경이 또 남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금년 본예산을 방만하게 편성해놓고도 코로나19로 초유의 4차 추경을 편성했다. 코로나가 내년까지 지속된다면 어려움은 지속될 것인 만큼 방역이나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위한 재정지원은 인정한다. 다만 금년 세입은 마이너스고 4차 추경까지 사상 최대 재정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인 만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실효성 있는 사업인지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특히 경제활성화의 경우 예산만으로 대응되는 게 아니라 규제를 풀어 기업의 환경을 좋게 만들어줘야 한다. 무슨 일만 나면 정부가 재정을 쏟고 규제를 해 직접 해결하려고 하는데, 정부는 그리 유능하지 않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시장실패를 보완하는 데 집중하고 민간 부문이 움직이기 쉽도록 규제나 제도의 빗장을 푸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그런데 내년 예산안을 보면 정부는 재정을 투입하는 이른바 ‘한국판뉴딜’을 통해 경제활성화에 나서려 한다.

세부적으로 보자. 우선 그린뉴딜. 청전연료인 원전은 무리하게 폐기하면서 친환경적이지 않은 화력발전은 더 늘리고, 태양광 발전으로 산림이 훼손되고 있다. 이런 현 정책을 고려하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사업이다. 디지털뉴딜은 여러 프로젝트들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민간이 나서야 하는 내용들이라 제도적 제약요인을 풀어 시장의 여건을 개선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테슬라·아마존·구글 등 대표적인 세계적 혁신기업이 정부가 직접 나선 뉴딜로 만들어진 건가. 민간 생태계에서 나온 건데, 정부가 끼어들수록 필연적으로 비효율이 생겨 이 생태계는 번창할 수 없다.

여기에다 정부가 펀드를 마련해 사업들을 선정하고 세금으로 손실을 막아주겠다는 발상은 무책임하고 무모하다. 어느 사업이 수익이 날지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데, 정부가 어느 사업이 좋다며 홍보하고 투자를 유도하며 세금으로 손실 최소화 장치를 마련하는 게 말이 되나. 시장이 유동성이 풍부해 좋아 보이지만 나중에 반대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나. 설사 성과가 나온대도 이는 소가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격으로, 신사업에 대한 도전적 투자는 민간 모험자본의 역할이다. 정부가 자산운용사도 아닌데 그 책임을 어떻게 지려고 하나. 정부·여당이 구설수에 오를 수밖에 없고 관여한 공직자들도 나중에 책임을 질 소지도 커진다. 

 

국민의힘추경호의원[정경부]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기자)

 

-역할에 이견이 있더라도 재정확대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은데, 그럼에도 재정건전성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역대 정부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재정건전성을 금과옥조로 여겨왔다. 이유는 가정 살림과 같은 원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번 것보다 더 쓰면 빚이 늘어나고, 빚이 늘어나면 금리가 높아지다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추가로 돈을 못 빌리고 오히려 상환하라는 요구를 받게 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기축통화국이라면 발권력을 동원해 돈을 찍어내도 국제시장에서 거래가 된다. 사실상 무한한 경제적 자산을 가진 것이고 그게 힘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기축통화국이 아닌 국가는 부채가 늘어 채무상환 가능성이 낮아지면 쉽게 금리가 오르고 신용등급이 떨어진다. 그러면 투자자들의 자금이 이탈되면서 외환이 부족해지고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금융위기가 촉발된다. 그래서 스웨덴과 덴마크 등 소위 ‘복지국가’라는 나라들도 기축통화국이 아니기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0%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정부·여당에서 언급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가채무비율 평균은 발권력으로 빚을 감당할 수 있는 미국·일본·영국 등 기축통화국과 PIGS(유럽국가 중 재정적자를 겪는 국가, 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가 올려놓은 것이지, 상당수 국가들은 50% 밑에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또 우리나라가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점도 있다. 세금을 낼 사람보다 쓰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진다. 현재 생산가능인구 5명이 1명을 부양하는 데 반해 20~30년 뒤에는 5명이 4명을 부양하는 상황이 된다. 이는 현재 복지 수준을 유지만 한다고 했을 때다. 현 정부가 지금 우리 재정이 건전하니 더 쓰자는 건 미래세대에 엄청난 세금폭탄을 안기자는 것이다. 실제로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세 정권 동안 늘어난 국가채무비율은 약 16%인 데 반해 문재인 정부는 지금 속도라면 임기가 끝나는 2022년 기준 15% 안팎이 늘어날 전망이다. 속도가 너무 빠르다.



-그런데 여야를 막론하고 기본소득 도입 목소리가 나와 복지지출은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기본소득은 원래 개념이 모든 국민에 차별 없이 일정소득을 모두 현금으로 주는 것이다. 기존 취약계층을 위한 현금성복지에 누수가 많고 집행 비용이 들어 비효율적이니 일정 소득을 깔아주자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해온 복지프로그램이 있어 실효성과 부작용을 감안해 신중해야 한다. 기존 복지제도를 그대로 두고 의미 있는 금액을 드리려면 한 해 나라살림과 맞먹는 재원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자동화로 수요가 사라질 수 있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는데.

새로운 경제·사회 환경에 납는 교육·훈련을 통한 인력 재배치 노력이 해법이지 현금을 줘서 해결하겠다는 건 경제 역동성을 해치는 안일한 발상이다. 지속 성장을 담보하며 어려운 계층을 보듬는 쪽으로 가야지, 마치 소득이 저절로 생기는 것처럼 여겨 무차별적으로 나눠 먹다 원천이 마르면 다음은 어떻게 하나.



-이재명 경기지사는 우선 일부 재원을 마련해 ‘맛보기’를 해보자고 한다.

그것은 기본소득이 아니라 수당을 신설하는 개념이다. 한 달에 10만원이나 준다는 정도로, 소득이 아니라 용돈을 주듯 하는 것이다. 이를 기본소득이라고 현혹해선 안 된다. 1차 재난지원금으로 한 사람당 30만원 꼴로 주는 데 14조원이 들었다. 이걸 매달 준다고 하면 1년에 160조원이 넘는다. 우리 한 해 법인세·부가가치세·소득세 등 국세 수입이 290조원 정도밖에 안 된다. 이걸로 국방과 치안까지 다 해야 하는데 160조원이 어디서 나오나. 이 지사는 기존 나라살림을 절약해서 50조원을 빼 쓰자고 하는데 이 돈들도 국가를 유지하는 데 쓰이는지라 결국에는 빚을 낼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모두 미래세대에 세금폭탄을 넘기는 게 된다.



-그래서 증세 이야기도 나온다.

증세는 정부가 돈을 제대로 쓰고 있다는 국민적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 지금처럼 성장잠재력도 키우지 못하고 불공정하게 돈을 뿌리면 증세를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 재정의 비효율을 찾아 마른 수건 짜듯 알뜰하게 쓰고 그러고도 국민을 위한 사업에 돈이 부족하다고 하면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것이다. 현 정부가 뭔가 제대로 하려고 한다면 빚을 내는 게 아니라 정공법으로 증세의 필요성을 이야기해야 하고, 그게 자신이 없다면 이렇게 쓰지를 말아야 한다.

문제는 현 정부가 숫자가 적은 부유층에 핀셋증세를 해 재원을 마련하려 한다는 것이다. 증세는 이렇게 쉽게 접근할 게 아니라 필연적으로 다가올 숙제로서 넓은 세원·낮은 세율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근로자 40%가 세금을 안 내는 구조인데 특정 좁은 세원에 세율을 인상하는 게 정의로운가. 복지국가인 스웨덴이 국가채무비율이 40%밖에 되지 않는 건 모든 국민이 엄청난 세금을 부담하기 때문이다. 보편증세를 할 자신이 있을 때 복지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를 늘리는 것도 정부만 나서는 게 아니라 민간이 스스로 복지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를 만들면서 그럼에도 생기는 사각지대를 재정으로 보완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김윤호 기자 uknow@viva100.com


◇ 추경호는 누구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역구가 대구 달성군인 재선 의원이다. 추 의원은 기획재정부 전신인 경제기획원에서 주요 경력을 쌓은 경제관료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대통령 경제금융비서관으로 근무했고 2011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전임 박근혜 정권에선 2013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지내고 이듬해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을 맡았다.

그러다 2016년 총선에서 처음 국회에 입성해 원내에서는 주로 기획재정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활동했고, 당내에서는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원장 및 전략기획부총장을 맡았다. 2020년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해 현재도 국회 기재위와 예결위에서 전문성을 펼치고 있다. 특히 예결위에서는 간사를 맡아 야당을 대표해 여당과 조세와 예산 정책 협상에 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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