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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미국식 어도, 국내 하천에 부적합… 생태계 파괴 주범"

[브릿지 초대석] 한국형 다기능 어도 제작, 이영재 경북대 교수

입력 2020-11-10 07:10 | 신문게재 2020-11-1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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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 경북대 토목공학과 교수가 한국형 다기능 어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내수면어업법 25조 2항에는 ‘보, 댐, 저수지 등 내수면에 어도(물고기 이동통로)를 미건설시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30년간에 걸쳐 건설된 3만4000개 보 중에 어도가 건설된 것은 전체의 16%에 불과한 5400개에 불과하다. 이 중 95% 이상이 홍수때 어도 기능이 작동되지 않아 흉물화 되고 갈수기에는 미니 웅덩이를 만들어 물고기가 부패하고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온상으로 변한다. 이는 미국식 아이스하버형 어도를 국내 표준으로 삼아 마구잡이식으로 하천에 건설한 게 원인이라고 이영재 경북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진단한다. 

 

이 교수는 30여년간 한국형 어도를 연구, 특허를 획득한 전문가이다. 그는 최근 노벨생리의학상에 도전하겠다는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어도 기능 마비가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의 핵심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노벨생리의학상 후보로 손색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를위해 제약업계 연구소, 미생물학계 등과 협업 네트워크 구축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 교수는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엉터리 어도와 태양광의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 어도는 무엇이며 어떤 기능을 하나. 

 

“어도는 한마디로 물고기가 이동하는 통로를 말한다. 하천에서 보나 댐 건설을 하면 하천 생태계가 파괴된다. 이 때문에 어도를 설치해서 폭포나 급류와 같이 어류 이동에 대한 장애물을 극복하게 하고 하천에서 어종의 보존이나 어류분포의 확산을 도울 수 있도록 물고기 이동통로를 인위적으로 설치하는 것이다. 어도가 있어야 보나 댐과 같은 수공시설물에도 불구하고 물고기들이 생존과 산란을 위해 상류와 하류, 하천과 바다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 현재 전국에 설치된 어도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일반 국민들의 관심이 어도에 미치지 않은 것을 악용해 엉터리 기능을 지닌 어도가 내수면 곳곳에 설치되었다. 엉터리 어도는 국민세금 낭비는 물론이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조류 인플루엔자(AI)를 확산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30년간 국내 하천과 보에는 미국에서 개발된 아이스하버형 어도 5400개가 건설돼 있다. 아이스하버형 어도의 문제점은 유입물 차단시설과 지하 이동통로가 없다는 것이다. 

 

홍수때 물이 불어나면 블록과 블록 사이로 모래, 자갈, 쓰레기 등이 유입돼 어도 기능이 마비되면서 미니 웅덩이가 조성된다. 원래 하천의 먹이사슬은 바이러스-박테리아-플랑크톤-물방개, 소금쟁이 등 수생 생물-물고기-조류 등으로 이어지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엉터리 어도 때문에 물고기와 플랑크톤이 전멸되고 먹이사슬이 파괴되면 바이러스는 곧바로 조류 몸에 달라붙는다. 따라서 물길이 끊기지 않고 어도 기능이 완벽하게 수행되면 정상적인 먹이사슬을 형성하게 된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적절하게 통제되고 관리될 수 있는 여건이 비로소 마련되는 것이다.”

 

 

- 문제 투성이 미국식 어도를 대체할 어도는 있나. 

 

“원래 미국 아이스하버형 어도는 1962년 물의 양이 많고 유속이 빠른 미국 워싱턴주 스네이크강 아이스하버댐에서 연어처럼 몸집이 큰 어류의 회유를 돕기위해 만들어진 어도 블록의 한 종류에 불과한 것이다. 이는 수량이 부족한 국내 하천에는 전혀 맞지않는 형식이다. 이를 국내 표준 어도로 국토교통부는 지정했다. 마치 미국옷을 한복의 표준형으로 지정한 꼴이다. 

 

지자체들은 아이스하버형 어도를 살짝 개조한 어도 설치업자들과 수의계약하는 일이 30년간 이어지고 있다. 나는 기존의 어도를 대체할 수 있는 한국형 어도를 개발, 경북 김천시 직지천 등 4곳에 설치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의 이해 부족으로 한국형 다기능 어도가 설치된 곳은 극소수다. 국가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 올 여름 산사태가 빈발했던 태양광에도 문제가 많다는데.

 

“올 여름 긴 장마로 속출했던 산사태의 주범으로 태양광이 지목되면서 올해 국회 국감장에 전문가 자격으로 출석했다. 지자체들이 구성하는 태양광 인허가 심사위원회에 자주 참여했던 경험을 들어 국감장에서 태양광 부실 문제를 소신껏 지적했다. 산지 태양광의 99%는 부실공사라는게 문제의 핵심이다. 사면 안전성 검토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태양광이 설치되는 산지의 흙 종류에 따라 마찰각과 단단한 정도, 단위 ㎠당 물을 흡수하는 포화도가 다르다. 이를 감안해서 태양광 패널 무게, 받침대 숫자를 계산해내는 것이 바로 사면안전성 검토이다. 태양광 받침대는 가로 세로가 50㎝, 깊이 80㎝ 이상 콘크리트로 고정하므로 폭우나 강풍에도 끄떡없이 견디도록 설계해야 정상이다. 산사태로 태양광이 무너졌다는 것은 부실공사임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꼴이다.”

 

 

- 태양광이 문제투성이가 된 원인은 무엇인가. 

 

“제도적인 문제와 관행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태양광 인허가 심사위원회에 들어가보면 사면안전성 검토가 강제조항이 아니어서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 태양광 설치업자와 발주 담당자들이 한 통속이 되어 얼렁뚱땅 넘어가도 그만이라는 얘기다. 실제 지자체가 주관하는 심사위원회에 들어가 안전성 미비를 이유로 퇴짜를 놓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심사위원 임기 만료로 물러나면 여지없이 사업 인허가가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부실 태양광은 2017년 이후 3년간 232만 그루 나무를 벤 터에 빼곡이 들어섰다. 훼손된 산지 면적이 4407㏊에 달한다. 친환경 에너지를 표방하는 태양광이 오히려 환경을 망가뜨리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이영재 교수는… 바다풀장 특허 등 '한국 발명왕'

 

이영재 교수는 경북대학교 토목공학과에서 ‘어도 & 해양시설물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다. 그는 30여년 교수생활을 하는 동안 수십건의 특허를 따낸 발명왕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한국형 다기능 어도를 설계, 특허를 획득한 것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한국형 다기능 어도는 미국 아이스하버형 어도를 대체하기 위해 30년 연구 끝에 나온 역작이다. 호주 ‘울릉공’ 공대 교환교수로 갔던 1990년대 초반 현지에서 눈여겨 봤던 바다풀장을 한국 여건에 맞게 개발, 특허를 획득하기도 했다. 호주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바닷가에 자연 해수풀장을 만들어 국민휴양시설로 보급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2005년 국토해양부 R&D 국책과제(콘크리트 교량의 성능평가 기술개발 및 원격관리 시스템) 사업단장으로 3년간 34억9700만원의 연구자금을 받은 것은 국책과제 연구개발비 공개수혜 랭킹 1위로 기록됐다.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 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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