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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폐플라스틱, 쓰레기 아닌 최고의 친환경 연료죠"

[브릿지 초대석] 민남규 자강산업 회장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 4억톤…우리나라도 '플라스틱 강국'
7가지 플라스틱 중 두 가지 이상 섞이면 재활용 불가
"생분해·광분해 등 친환경 플라스틱 시도했지만 아직 한계 많아"
"폐플라스틱을 대체연료로…선진국도 일찍부터 자원 재활용 나서"

입력 2020-12-22 07:10 | 신문게재 2020-12-2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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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초대석]민남규 자강산업 회장
민남규 자강산업 회장이 17일 서울 강남구 소노펠리체 컨벤션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는 어떻게 하나?’란 주제로 강연한 뒤 브릿지경제 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터뷰는 마스크를 한 상태로 진행했고, 동의를 얻어 잠시 마스크를 벗은 상태로 사진촬영을 했다. (사진=이철준 기자)

 

저렴하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난 플라스틱은 현대인의 일상을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물질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이 내린 선물’로 찬사를 받아왔다. 하지만 플라스틱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전 세계에서 폐플라스틱으로 인한 심각한 환경오염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배달 용기 등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이 증가하면서 폐기물에 대한 우려는 더욱 심각해 지고 있다.

 

50년간 플라스틱 제조업에 몸 담은 자강산업 민남규 회장은 폐플라스틱에 대한 고민을 일찍부터 한 사람이다. 과거에는 미래 산업이었던 플라스틱이지만,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그는 플라스틱 제조 이후를 고민하게 됐다.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만난 민 회장은 생분해·광분해 플라스틱 등 다양한 시도를 해봤지만, 결국 ‘폐플라스틱은 연료 자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서는 이미 폐플라스틱을 유연탄의 대체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라며 “온실가스 절감이라는 환경성과 경제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플라스틱 제조업을 하게 된 계기는.

 

“1960년대만 해도 플라스틱이 미래 산업이라는 얘기를 많이 했었다. 대학 졸업 후 취직이 안 돼서 고민하던 때 교수님이 플라스틱 공장을 창업하면서 일자리를 제안했고, 그렇게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요즘에는 플라스틱을 워낙 사회의 악처럼 취급하다 보니까 비난을 많이 받는다. 우연히 2066년이 되면 지구가 플라스틱에 덮인다는 그림을 본 적이 있는데, 저도 참 걱정스러워서 고민이 많다. 그래서 요즘에 많이 하는 생분해·광분해 플라스틱, 단일재질 플라스틱도 시도했다. 단일재질 같은 경우는 불가리아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발주를 했다. 연구소에서는 폐플라스틱을 가스화해서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를 만드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의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

 

“그렇다. 사람들이 요즘 많이 사용하는 마스크 보관 케이스도 플라스틱이다. 오래전부터 삼성전자에 냉장고와 에어컨 등 가전제품 외관물을 납품하고 있는데, 가전제품이 사실은 플라스틱에 여러 개의 반도체를 넣은 것이나 다름없다. 자동차 부품도 플라스틱이 많고 가구도 마찬가지다. 특히 의자 부품 같은 경우 우리 회사에서 제일 많이 생산한다. 우리가 매일 입는 이 옷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초기에는 플라스틱을 석탄으로 많이 만들었다. 지금은 대부분이 원유에서 플라스틱 원료를 뽑아낸다. 원유의 94%를 휘발유와 경유 등 연료로 사용하고, 나머지 6% 중 4%를 플라스틱 원료로 쓴다.”

 

[브릿지초대석]민남규 자강산업 회장
민남규 자강산업 회장이 17일 서울 강남구 소노펠리체 컨벤션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는 어떻게 하나?’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어느 정도인가.

 

“1년에 4억톤이다. 2050년쯤이면 한 해 12억톤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한다. 플라스틱 원료는 아시아가 전체 중 51%를 만들고 그중에서도 중국이 30%로 플라스틱 생산 세계 1위다. 미국이 20%, 유럽, 오세아니아 순이다. 플라스틱을 본격적으로 생산한 것은 1950년인데 지난 70년간 플라스틱 누적 생산량은 80억톤에 달한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플라스틱과 땅에 매립한 양,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을 모두 합한 양이다. 인류가 한 사람당 1톤가량의 플라스틱 지분이 있는 셈이다. 2050년이 되면 340톤이 누적돼 한 사람당 플라스틱 4톤이 돌아간다. 우리나라도 플라스틱 강국이다. 한국인 1명이 연간 소비하는 플라스틱은 세계 1위다. 국내에서 연간 1600만톤을 생산하는데, 이 중 1000만톤은 수출하고 600만톤을 국내에서 가공한다. 여기에 해외에서도 플라스틱 원료를 약 100만톤 수입한다. 국내 플라스틱 가공 업체는 약 2만 곳, 종사자는 24만명에 달한다. 제조업체 중에서 플라스틱을 취급하는 업체가 가장 많은 상황이다.”

 

 

-폐플라스틱은 어떻게 처리하나.

 

“국내에서는 플라스틱을 원료에 따라 △PET △HDP △PVC △LDPE △PP △PS △PC 등 7가지로 분류한다. 플라스틱은 동일한 원료로 만들어진 제품만 따로 모아서 가공해야 재활용이 가능하다. 두 가지 이상의 원료가 섞이면 플라스틱 성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플라스틱은 선별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2ℓ짜리 물 페트병만 하더라도 용기는 PET, 뚜껑은 HDPE, 라벨은 PP인 식이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원유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폐플라스틱을 분류해 재활용하는 것보다 새 플라스틱을 만드는 게 훨씬 싸다. 현실적으로도 플라스틱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 재활용 처리 현장에서 7가지나 되는 플라스틱 종류를 일일이 확인하고 분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플라스틱을 선별할 수 있는 기술자도 없다. 플라스틱만 50년째 다루고 있지만 어떤 때는 이게 PP인지 PE인지 헷갈린다. 실제로 소각장에 가보니 그냥 다 섞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는 폐플라스틱을 주로 매립했다. 그런데 수년이 지나면 매립장에서 대표적 온실가스인 메탄가스가 나온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매립 처리 방식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예 법적으로 매립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최근에는 폐플라스틱을 물리적으로 회수해서 재활용하거나 소각해서 에너지화하는 방법들이 활발하다.”

 

[브릿지초대석]민남규 자강산업 회장
민남규 자강산업 회장이 17일 서울 강남구 소노펠리체 컨벤션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는 어떻게 하나?’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친환경 플라스틱은 없는 건가.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친환경은 대부분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말한다. 미생물에 의해서 분해될 수 있는 이른바 ‘잘 썩는 플라스틱’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섭씨 58도에서 6개월 동안 90% 이상이 분해되면 생분해성 인증을 해준다. 그런데 이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요즘 제일 많이 나오는 게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플라스틱인데, 문제는 썩는 속도가 굉장히 느리다는 것이다. 일정한 환경 조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100년이 걸린다. 100년이면 일반 비닐봉지도 자연 분해가 가능한 시간이다. 또 바다에서는 10년이 지난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분해되지 않고 여전히 떠돌기도 한다.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생분해 플라스틱이 오히려 미세플라스틱의 원흉이 될 수 있다. 또한 생분해 플라스틱은 다른 플라스틱과 섞이면 재활용이나 분해가 안 된다. 플라스틱 제조업을 하면서 항상 환경과 사회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다. 그런데 과연 정말로 친환경적인지에 대해서 회의감이 들었다. 생분해 플라스틱의 제조 단가는 일반 플라스틱보다 30~50% 더 비싼데, 완전히 분해가 된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 오히려 플라스틱 쓰레기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가장 바람직한 처리 방법은 무엇인가.

 

“연료화해서 에너지로 회수하는 방법이다. 모든 물질은 섭씨 1500도에서 완전 분해가 돼 폐기물이 안 나온다. 보통 소각로는 섭씨 850도에서 폐플라스틱을 연소하기 때문에 유해물질이 나오고, 타다 남은 플라스틱 찌꺼기가 있다. 하지만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쓰이는 소성로의 작업 온도는 섭씨 2000도에 달한다. 폐플라스틱을 완전 분해할 뿐 아니라 유해물질 배출도 없다. 쌍용양회나 삼표시멘트 등 주요 시멘트 회사들은 현재 국내에서 연간 400만톤에 달하는 폐플라스틱 중 약 180만톤을 소모하고 있다. 폐플라스틱을 대체연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지난해 3월 미국 CNN에서 보도한 경북 의성의 17만톤이 넘는 거대한 쓰레기산 역시 시멘트 업계가 나서서 51.5%가량을 가져갔다.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시멘트 공장에서 폐플라스틱 등으로 유연탄을 대체해왔다. 국내에서도 폐플라스틱을 대체 연료로 더욱 활발하게 사용한다면 에너지 수입을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후환경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이 총수입의 37%나 차지하는데 귀중한 순환자원연료인 폐플라스틱을 활용한다면 에너지 수출국으로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남규는 누구

 

민남규 자강산업 회장은 1972년부터 약 50년간 플라스틱 제조업에 몸을 담았다. 고려대학교 농화학과를 졸업해 1974년 플라스틱 필름 공장을 창업하고, 플라스틱 사출업·유기액상안정제·전자부품·BOPP필름·BOPA(나일론) 필름 등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가전제품과 자동차 부품을 생산에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며 핵심 협력업체로 활동하고 있다.

 

정밀화학소재 전문기업 케이디켐의 회장을 역임하며 수입에 의존하던 유기액상안정제를 국산화해 국내 시장점유율 60%, 아시아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올해의 아시아 기부 영웅 48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글=윤인경 기자 ikfree12@viva100.com
사진=이철준 기자 bestnews201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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