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Encore Career(일) > Challenge(창업‧창직)

[프랜차이즈 이슈] 프랜차이즈 성공·실패 가른 '초심'

'초심 치킨' 교촌치킨 뜨고, '성공 취한' 카페베네 지고

입력 2021-03-03 07:10 | 신문게재 2021-03-03 13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정보공개서를 들여다보면 무려 5626개(2019년 기준)에 이르는 가맹본부가 등록돼 있다. 이들 가맹본부가 등록한 브랜드수는 무려 7052개, 영업하고 있는 가맹점수는 25만7913개에 달한다. 허수를 감안하더라도 인구 5200만명의 내수시장에서 5600개가 넘는 가맹본부가 활동한다는 것은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이 포화상태임을 말해주는 단적인 증거이다. 이런 상황에서 업종별 선두권에 올라서기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맹본부 창업은 그칠줄 모른다. 교촌치킨, 이디야, 카페베네, 놀부, 맘스터치 등 프랜차이즈 창업자들이 만들어냈던 성공신화에 꽂힌 사람들이 끊임없이 가맹본부 창업에 나서고 있는 까닭이다. 교촌치킨과 카페베네, 두 브랜드의 역사를 통해 프랜차이즈 사업 성공·실패의 갈림길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이미지 001


◇초심을 잃지않는 창업자와 자아도취한 창업자

교촌치킨은 1991년 권원강 회장이 창업했다. 경북 구미시의 공단 지역 귀퉁이 33㎡짜리 작은 가게에서 ‘교촌통닭’을 열었다. 여기서 치킨점주로 5년간 장사했다. 2년간은 하루 1∼2마리 파는게 고작이어서 한달 매출이 30만원에 그쳤다. 3년째 되던 어느 날, 장사가 순풍을 달게된 사건이 일어났다. 오후 늦게 인근 공장 직원 10명이 갑자기 들이닥쳤다. 가게 안에는 4인용 탁자가 3개 있었고, 그 중 한개는 두명이 이미 닭을 먹고 있었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10명을 돌려보냈다. 치킨을 먹고있던 두사람이 불편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손해가 막심했지만 먼저 온 손님을 배려한 행동이었다. 그 두 사람이 바로 인근 전자공장 생산직 사원들이었다. 가게 주인에게 감동받은 그들은 공장에 소문을 내 야근때 간식을 ‘교촌통닭’으로 통일했다.

통닭집 가게주인으로 지낸 5년의 경험은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발전하면서 빛을 발했다. 가맹점주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읽었기 때문이다. 폐점률 0.2%의 비결이다. 그는 교촌치킨 1호점 점포를 사들여 지금도 보존하는 한편 경기도 오산의 본사 3층 벽에 1호점 일러스트를 그려놓았다. 권 회장은 “점주 하던 시절의 애환을 생각하면 교만심이 사라지고 그 초심이 지금의 교촌치킨을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회상했다.

카페베네는 2008년 김선권 회장이 창업했다. 1968년생이니 창업 당시 40세였다. 그는 카페베네를 창업하기전 이미 ‘장사의 달인’으로 통했다. 26세때 레스토랑 사업에 뛰어든 이래 게임장, 노래방, 삼겹살집 등으로 업종을 바꿔가며 장사의 원리를 터득했다. 맨 처음 프랜차이즈 사업에 손을 댄 ‘추풍령감자탕’도 삽시간에 200개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여기서 자신감을 얻은 그는 카페베네로 승부수를 띄웠다. 2013년 8월 드디어 국내외 합쳐 1000호점 테이프를 끊었다. 김 회장은 “해외매장에서 한해 110억원의 로열티가 들어오고 현금흐름도 좋아지고 있어 2020년까지 전 세계에 1만개 점포망 구축을 완성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그는 이미 식당 주인이 아니었다. 최고급 베이커리 ‘마인츠돔’,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와 같은 식음료 사업은 물론 복합쇼핑몰이나 드럭스토어와 같은 유통사업을 다루는 청년 사업가였다. 김 회장 주변에는 좋은 자리에 가맹점을 내려는 연예인들이 진을 쳤다. 그는 한번도 서울 변두리에서 장사하던 시절의 애환을 털어놓은 적이 없다. 카페베네 창업 후 욱일승천하던 5년간 그는 초심을 잃어버리고 자아도취에 빠진 듯했다. 2014년 이후 자금난에 허덕이던 그는 사옥과 자택을 팔고 자구책에 나섰으나 실기, 2016년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겨야 했다.

 



◇글로벌 전략 추진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이 포화상태를 이루면서 해외시장을 뚫어야 하는 글로벌 점포망 구축은 한국 프랜차이즈 기업의 해묵은 숙제로 꼽힌다. 하지만 기업의 체력에 걸맞지 않은 해외사업이나 사업다각화 추진은 종종 몰락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그 생생한 사례가 카페베네다. 김 회장의 의욕은 대단했다. 스타벅스가 버티고 있는 미국 경제의 심장부인 뉴욕부터 진출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뉴욕에서도 중심부인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광장에 해외 1호점을 내겠다는 구상을 실천에 옮겼다. 해외 1호점에 무려 150억원이 들어갔다. 2013년 영업이익을 웃도는 과잉투자였다. ‘2020년까지 전 세계에 1만개 점포망을 구축하겠다’는 글로벌 전략을 펼치느라 부채비율은 1000%를 훌쩍 뛰어넘었다. 국내 가맹점이 급속히 확대된 것도 ‘오더맨’들의 영업 결과라는 논란이 많았다. 영업수수료에 눈이 먼 오더맨들이 점포입지나 가맹점주 이력 등을 무시하고 마구잡이 영업을 펼친 결과, 충성도와는 거리가 먼 건물주 자녀 위주로 가맹점이 모집됐다는 후문이다. 글로벌 전략을 외치다가 기업이 휘청한 사례는 카페베네뿐만이 아니다. 윤홍근 비비큐 회장도 “2020년 전 세계 5만개 점포망을 구축해 맥도날드를 따라잡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지금은 국내 3위 브랜드로 내려앉았다. 기초체력이 허약한 기업의 글로벌화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프랜차이즈 업계가 생생히 일깨워주고 있다.

강창동 유통전문 대기자·경제학 박사 cdkang1988@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