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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대기자의 자영업이야기] 자영업 ‘엑소더스’ 시작됐다

입력 2022-05-11 07:00 | 신문게재 2022-05-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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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유통전문 대기자·경제학 박사
‘엑소더스(Exodus)’는 탈출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로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특정 장소를 떠나는 상황을 의미한다. 증시에서 투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경우에도 엑소더스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는 내용을 담은 성서의 ‘출애굽기’를 말하기도 한다. 국내 자영업시장에도 ‘엑소더스’가 시작됐다. 만 2년을 넘긴 코로나19 쇼크가 엑소더스를 촉발한 원인이다. 전체 자영업자의 절반에 가까운 사업자들이 빚으로 2년여를 버텼다. 무작정 점포를 닫고 폐업하면 권리금이 허공에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2021년 12월말 현재 909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 빚을 떠안은 자영업자수는 262만명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말 684조9000억원이었으나 2년새 224조3000억원 급증했다. 총 대출액의 70%가 다중채무자가 진 빚이어서 상환도 만만치않다.

이들 262만명이 일상회복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1인당 평균 3억4700만원에 달하는 채무상환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금리도 가파르게 치솟아 상환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자영업을 지속하면서 꾸준히 빚을 갚을 것인지, 아니면 점포인수 대기수요가 많은 시점에 권리금을 제대로 받고 손을 뗄 것인지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온라인 카페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이달 들어 ‘점포 매도’ 게시글이 지난달의 2배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다. 일상회복을 자영업시장 탈출의 호기로 여기는 사업주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자영업을 그만두겠다는 사람들이 급증한 데는 채무상환 부담이 첫 번째 원인인 것으로 관측된다. 소득 대부분이 은행에 들어간다는 데에 생각에 미치면 자영업을 이어가고 싶은 의욕이 사라질 것이다. 정치권이나 행정권력에 대한 분노와 실망도 자영업을 접겠다는 결심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카페에는 “공약 1호를 파기하고 소상공인을 정치판 표팔이에 이용한 새 정부에 분노한다”는 글부터 “석달동안 방역지원금 신청-이의신청-부지급 통보로 허송세월 하면서 문 정권에 치를 떨었다”는 글까지 자영업자들의 다양한 속내가 드러나있다. 대상은 다르지만 ‘자영업자·소상공인을 가지고 노는’ 정치권과 행정권력으로부터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다는 내용이 공통점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원부자재 비용이 버겁다’ ‘한달 월급 300만원에도 종업원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푸념들이 카페에 가득차있다. 여기에 코로나19와 같은 보건위생 이슈는 기후위기가 사라지지 않는 한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영업자들도 부지기수다.

단기적으로 일부 황금상권을 중심으로 점주 교체가 활발하게 일어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자영업 엑소더스가 불가피한 이유다.

강창동 유통전문 대기자·경제학 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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