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Encore Career(일) > Challenge(창업‧창직)

[비바100] 생리대 나눠주는 남자, “왜냐고요? 남들이 안하면 제가 해야죠”

[스타트업] 취약계층 아동에게 ‘착한 생리대’ 나누고, 제3세계 아동의 희망을 그리는 ‘업드림코리아’

입력 2019-06-26 07:00 | 신문게재 2019-06-26 16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스타트업 산들산들
업드림코리아 산들산들 생리대.(사진제공=업드림코리아)

 

“생리대 가격이 생각보다 너무 비싸요. 더구나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제일 생리대 가격이 비싼 나라에 속합니다. 취약계층 아이들에게는 부담되는 가격이죠.”

ROTC 출신 해병대 장교가 여성용품인 생리대를 만든다고 한다. 처음에는 “변태냐, 그걸 왜 만드느냐”라는 소릴 심심치 않게 들을 정도로 주위 시선이 따가웠다. 하지만 그 속사정을 알고 나니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이 사람 정말 사내대장부다.

이지웅 업드림코리아 대표는 생리대 만드는 남자로 유명하다. 그렇다고 그가 처음부터 생리대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남들이 안하면 내가 하겠다”는 배짱과 솔선수범이라는 군인정신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깔창 생리대’ 충격에 ‘산들산들 생리대’ 기획
 

이지웅 스타트업
이지웅 업드림코리아 대표(사진제공=업드림코리아)

그러니깐 약 3년 전인 2016년 일이다. 당시 ‘깔창 생리대’ 사태가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연인 즉 홀아버지 밑에서 자란 어느 초등학교 고학년 여학생이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월경 때마다 생리대를 사 달라고 차마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휴지와 신발 깔창으로 생리대를 대신해야 했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기사로 접했어요. 그런데 댓글로 사람들이 싸우고 있더라고요. 어른들이 너무 무책임하다고 느꼈어요. 정작 인터넷으로 싸울줄만 알았지 그 누구도 해결하려 하지 않았어요. 그래? 그럼 내가 해보자.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하는 사람이 없다면 내가 하면 되는 거죠. 용기라는 게 별거 아닙니다. 남들이 안할 때 하는 게 용기죠.”

착한 생리대 산들산들 프로젝트의 시작은 크라우드펀딩이었다. 결과는 대성공. 236명 총 1억3698만원의 자금이 모였다.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은 생리대를 만들고, 생리대 한 팩을 판매할 때마다 동일제품 동일수량 한 팩이 NGO 굿네이버스를 통해 국내 저소득층 여아에게 지원되는 것이 핵심이다. OEM 방식으로 높은 품질의 생리대를 제조하고, 과도한 유통거품을 뺐다. 하지만 생리대가 의약외품이라 만들고 허가받는 과정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면서 벌써 3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이제 이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 설 준비가 한참이다. 지난 5월 사회적기업진흥원 사회적기업 인증을 시작으로 7월부터 본격적으로 공식홈페이지에서의 판매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오랜시간 공들인 만큼 제품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 민감한 사람들도 믿고 쓸 수 있는 뛰어난 흡수력과 부드러운 탑시트, 그리고 여러차례의 안전검사를 거치며 제품 인증까지 받았다. 여기에 좋은 품질의 안전한 생리대를 합리적인 가격에 전달한다는 자긍심까지 있다. 실제로 산들산들의 생리대 라인업(라이너, 중형, 오버나이트) 한 팩의 가격은 3900원이다. 충분한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했다.

 


◇딜럽(D’LUV)으로 제3세계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다

 

스타트업 딜럽
업드림코리아 임직원들은 제3세계 아이들을 위해 꾸준히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사진제공=업드림코리아)

 

업드림코리아는 딜럽(D’LUV)이라는 디자이너 브랜드로 ‘산들산들’ 브랜드 보다 앞서 2015년에 시작됐다. ‘Draw+Love’의 합성어로 ‘사랑을 그리다’라는 뜻이다. 제3세계 아이들에게 지속가능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이다. 그래서 빈민가 아이들에게 미술교육과 위생교육을 실시하고, 아이들의 그림을 디자이너 손을 거쳐 트렌디한 패턴으로 리디자인해 패션의류와 액세서리에 적용하고 있다. 제품 판매 수익금의 최대 40%를 기부하면서 현재 캄보디아 깜뽕짬 지역에 한 채의 마을학교와 세 채의 집을 지었다. 지금도 백화점을 비롯해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많은 소비자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업드림코리아는 산들산들과 딜럽 브랜드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지만 경영상 힘든 상황도 많은 게 사실이다. 크라우드펀딩이나 소셜 섹터에서의 이벤트적인 성과는 많지만 지속적인 현금흐름은 생기지 않는 것이 문제다. 수익과 함께 사회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 사회적기업의 숙명이자 풀어야할 숙제다. 업드림코리아는 우수한 제품력과 디자인으로 경쟁력을 갖추다 보니 이런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실제로 2015년 창업 당시 매출이 겨우 500만원에 불과했지만 2016년에는 2200만원, 2017년에는 2억5700만원까지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더니 2018년에는 약 1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15억원이 목표라고 한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지웅 대표의 대답은 이렇다. “올해는 생리대 판매와 더불어 아마존 진출, 투자연계 등 크게는 2개의 미션이 있어요. 장기적으로는 매년 다양한 여성용품을 생산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전달하는 ‘소비를 통한 기부문화’ 정착이 목적이고요. 마지막으로는 늘 하는 말인데 저희가 풀려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결국 저희 회사도 사회문제와 함께 사라지는 게 가장 큰 목표이자 계획입니다.”

업드림코리아의 ‘업드림’은 ‘꿈을 키우다’라는 뜻의 ‘UP DREAM’과 ‘낮고 겸손한 자세로 일하자’는 ‘엎드림’이라는 2가지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세계 속으로 뻗어나가 한국을 알리자는 의미로 뒤에 코리아를 붙였다.

양세훈 기자 twonews@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