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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결혼이주여성들이 직접 생산한 아열대 채소, 이제는 제주 농산물이죠”

[스타트업] 이주여성들에게 일자리 제공하고 아열대 채소 생산·판매하는 ‘공심채’

입력 2020-07-15 07:00 | 신문게재 2020-07-1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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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공심채 대표는 지속가능한 농업에 대한 고민 끝에 2018년 공심채를 창업했다.(사진제공=공심채)

 

“한국에 시집온 결혼 이주여성분들이 직접 아열대 채소를 생산하고 판매해요. 점점 더워지는 제주도는 동남아지역의 채소의 생산지이자 소비지로 최적이라고 봅니다.”

이름부터 독특한 ‘공심채(共心彩)’. 홍창욱 대표는 ‘함께 마음을 모으면 빛이 난다’라는 의미를 회사명으로 삼았다. 공심채는 동남아 아열대 사람들의 식탁에 늘 올라오는 친근한 채소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리고 홍 대표가 세운 농업법인 공심채는 이주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아열대 채소를 생산·판매하고 그 수익으로 취약계층의 자립과 성장을 돕는 사회적기업으로써 제주도에서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주여성들에게 일자리…아열대 채소 생산·판매

공심채를 이끄는 홍창욱 대표는 창업 전 지역 내 외국인들에게 매주 제주의 제철 식자재를 공급하는 일을 했다. 그간 먹어보지도 못한 생소한 아열대 채소들이 많았던 터라 호기심이 가득했다. 더구나 기후 변화에 따라 제주 농업도 변화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지속가능한 농업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때다.

홍 대표의 머릿속에서 불이 켜졌다. 결혼 이주여성들이 직접 고향 채소의 씨를 뿌려 농사를 짓고 판매 수익까지 올릴 수 있겠다는 아이템이 번뜩인 것이다. 이 아이템은 2017년 10월에는 제주지역 소셜벤처 발굴 프로젝트인 ‘클낭 챌린지’에서 최고의 사회혁신 아이디어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8년에 ‘공심채’ 창업에 나선다.

창업에 이르기까지 발품은 필수였다. 농업 전문가와 사회적 기업가들을 찾아다녀야 했고 지역 결혼 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이 모인 영농문화협동조합과도 손을 잡았다. 그렇게 공심채, 고수 등 아열대 채소의 농사를 본격화했다. 나름대로 아열대 채소의 전문가가 된 것이다.

공심채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늘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다문화가정이 직접 생산한 친환경 아열대 채소를 직거래로 판매한다. 수익은 사회적 취약계층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역 생산자와 소비자를 서로 연결함으로써 선순환 지역 소비 생태계를 갖추게 됐다.

지역 농산물 직거래 판매도 병행한다. 감귤류, 초당옥수수, 딸기 등 제철 농산물과 지역 사회적기업 제품까지 판매하며 제주지역 상생에도 적극적이다. 하지만 아직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아직은 창업 초기라 경험도, 자본도 부족하다 보니 힘든 점이 많아요. 창업 첫해에 글로벌 가족과 함께 공심채와 고수를 키웠고요. 다음 해에는 공심채, 바질을 키웠어요. 생각보다 너무 잘 자랐는데 친환경으로 재배하려다 보니 수익이 저조했어요. 그래서 3년 차인 올해는 그나마 수익성 있는 바질만 생산하고 있죠. 앞으로는 기후대로 보면 아열대 채소를, 기능으로는 향신 채소들을 더 많이 재배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생산한 아열대 채소…전 세계 역수출 목표

 

공심채
공심채 홍보 이미지. (사진제공=공심채)

 

창업 3년 차에 직원 2명의 공심채는 지난해 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빠듯한 살림이지만, 올해는 작년 대비 4배 성장이 목표라고 한다. 그러나 궤도에 오르기까지 아직 그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일례로 작년에는 어렵게 키운 공심채를 예초기로 세 번이나 베어 버렸다. 문을 닫을까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였다.

“공심채 빨대를 보급하고 싶었어요. 무해한 자연소재여서 동남아시아에서는 널리 사용되고 있죠. 음식이나 생활용품 외에도 아이들이 비눗방울 장난감으로 쓰일 수 있어서 반응이 좋아요. 하지만 아직은 판로 확보가 힘들어요. 높은 단가는 요식업체 입장에선 부담이고, 또 장기 보관이 어려운 채소 특성상 아직은 수익성이 저조한 거죠.”

그럼에도 공심채의 성장 가능성은 높다. 지난해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주최의 ‘로컬푸드 기반 사회적모델 발굴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we-star’에 선정됐고, 같은 해 12월에는 롯데면세점의 ‘청출어냠’ 프로젝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는 제주도에서 지정하는 제주형 사회적농장 선정에 이어 서귀포스타트업베이의 입주기업으로도 발탁되면서 사회적 인정도 받고 있다.

로컬푸드가 점점 더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홍 대표는 현장에서 답을 찾고 있다. 농장과 식탁이 바로 연결되는 세상이다 보니 어떻게 하면 농장의 이야기를 식탁에 제대로 전달하고, 거꾸로 식탁의 욕구를 농부에게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홍 대표에게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를 물었다.

“농업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항상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생산된 아열대 채소를 해외에 수출도 하고 SNS를 통해 다국어로 알리려고 해요. 또한 경관, 디자인, 재미가 결합한 감귤농장도 운영할 계획에 있습니다. 크리에이터, 요리사 등 더 많은 사람과 지속해서 성장해 제주 농업, 나아가 우리 농업이 더욱 활성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공심채의 최종 목표입니다.”

양세훈 기자 twonew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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