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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
밴처캐피탈이 스타트업 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은 ‘도전정신’과 ‘선견지명’이다. 도전정신이 얼마나 충만한지,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얼마나 뛰어난지 계산기를 두들겨보고 시리즈 투자를 결정한다. 지난 2016년 증강현실(AR)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시기에 AR 대중화를 꿈꿔온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뜻하지 않았던 코로나19 사태가 비대면 트렌드와 함께 AR 대중화의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공학도의 아이디어, 어반베이스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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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 (사진제공=어반베이스) |
하 대표는 건축공학도다.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건축사무소에서 전공을 살리던 중, 3D를 건축에 적용해보면 놀라운 결과를 얻어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건축주와 도면과 모형을 통해 설계 과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번번이 비효율성을 느꼈던 터다. 3D를 활용한다면 시간 절약은 둘째 치더라도, 누구나 손쉽게 건축 도면을 이해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었다.
이러한 생각은 어반베이스 창업으로 이어졌다. 2014년 6월 어반베이스는 설립 이후 여러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끌어내며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신세계아이앤씨, 우미건설 등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전략적 투자까지 더해지면서 누적 투자액 100억원을 달성했다. 비대면 기반 산업의 급부상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라는 디지털 전환 흐름이 어반베이스의 가치를 한껏 높이는 중이다.
어반베이스의 핵심 솔루션은 누구라도 손쉽게 ‘3D 홈디자인’을 접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종이 형태의 건축 도면을 3D로 단 몇 초 만에 자동 변환하는 기술(오토 스케치)을 바탕으로 국내 아파트 대부분을 3D 홈디자인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다.
고객들은 가상의 공간에서 자신의 집부터 미래의 집까지 모두 꾸며볼 수 있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3D로 불러와 가전과 가구를 배치할 수 있고 장판, 벽지 등의 건자재까지 깔아볼 수 있다. 3D 홈디자인은 2016년 일반 소비자용(B2C)을 무료로 처음 선보였고, 최근에는 기업들의 요청 쇄도에 발주·견적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기업용(B2B)을 출시했다.
◇3D에 AR을 더한 ‘시너지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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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베이스 ‘AR 뷰어’ 서비스. (사진제공=어반베이스) |
3D 홈디자인은 ‘AR 뷰어’를 탑재하면서 본격적인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AR 뷰어는 이동과 회전, 크기 확대와 축소, 제거 등의 다양한 조작 기능부터 세션 관리, 화면 캡처, 공유하기 등 각종 편의 기능을 제공한다. 3D 데이터를 실제 공간에 배치할 수 있게 한 핵심 도구다. 기업들은 AR 뷰어를 API 유료 서비스로 사용할 수 있으며, 일반 소비자들은 앱스토어와 구글스토어에서 ‘어반베이스 AR’을 내려받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AR 뷰어는 2017년 가상현실(VR) 체험 디바이스인 HMD(VR 헤드셋)에 대한 회의론 대두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 대표는 “HMD의 비싼 가격과 어지럼증, 착용 불편함 등에 VR의 주류 시장 편입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됐다”라며 “이러한 흐름은 AR이 VR의 대체 기술로 주목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었고, 어반베이스의 모바일 AR 개발에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라고 말했다.
하 대표의 직감은 맞아떨어졌다. 기존 3D 홈디자인 서비스와 AR 뷰어가 결합하면서 경쟁 기업보다 빠른 속도로 서비스 확장에 나서고 있다. 하 대표는 “개발을 진행하면서 AR의 성장 잠재력을 더욱 확신했다”라며 “3D 기반 서비스는 사용자 몰입을 극대화한다는 장점이 있고, AR은 스마트폰만으로 간편하게 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서비스 고도화에 해외 진출까지 ‘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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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베이스 ‘3D 홈디자인’ 서비스. (사진제공=어반베이스) |
어반베이스의 기술력은 기업들이 가장 먼저 알아봤다. LG전자를 비롯해 퍼시스그룹, 에이스침대 등 40여 개 가전·가구 및 인테리어 브랜드에서 어반베이스의 기술을 활용해 공간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이다.
하 대표는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서비스 도입이 필수가 되면서 접근성과 확장성에 강점을 가진 AR 서비스에 많은 기업이 관심을 두고 있다”라며 “덕분에 어반베이스 서비스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많이 늘어났으며, 지난해 8월 설립한 일본 법인에서도 다양한 기업이 파트너십을 요청하는 등 현지화 서비스 구축이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어반베이스는 앞으로 ‘가상을 현실로’ 만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설 생각이다. 기존 프로젝트가 3D 공간을 만들고 가상 홈인테리어를 해볼 수 있게 한 ‘현실을 가상으로’ 만든 것이라면, 이와 반대되는 서비스도 구축해 관련 서비스를 고도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는 연말까지 가시적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하 대표는 “현실을 가상으로 구현하는 것은 기술로 가능하지만, 가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것은 수많은 이해 관계자와의 협업이 필수”라며 “어반베이스에서 인테리어의 전 과정을 ‘현실→가상→현실’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 대표는 어반베이스가 탄력이 붙은 것처럼, AR 솔루션은 이미 흐름을 탔다고 강조했다. 하 대표는 “시기가 문제였을 뿐 5G 인프라가 확보되면서 AR 등의 ‘실감경제’는 반드시 찾아올 것이라고 확신했다”면서 “코로나19가 그 시기를 훨씬 앞당겼고 앞으로 AR 글래스 등의 ‘게임 체인저’가 등장하면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고 AR 시대가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왔음을 강조했다.
김상우 기자 ks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