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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고시원 박차고 창업 올인… 식권앱으로 평창에 깃발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기업용 식대관리 ‘벤디스’ 조정호 대표

입력 2018-02-19 07:00 | 신문게재 2018-02-1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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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디스 조정호 대표가 '식권대장'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벤디스)

 

“고시생 시절이었던 2009년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습니다. 어느 날 친구가 가져온 걸 봤는데, 신세계였죠. 세상이 이렇게 바뀌고 있는데 두꺼운 책의 판례만 외우고 있는 게 갑갑했습니다.”

 

모바일 식권을 만드는 회사 ‘벤디스’의 조정호 대표는 ‘고시생 출신’ 스타트업 대표다. 법대를 졸업하고 2년 간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그는 지난 2011년 독서실을 뛰쳐 나왔다. 전공을 살려 법조인을 꿈꿨지만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외향적이고 대외적인 본인의 성격이 공부보다는 사업을 하는 게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길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고시생활을 접고 시작한 스타트업은 시작부터 녹록지 않았다. 조 대표는 모바일 식권 사업을 시작하기까지 이것저것 사업을 벌이며 여러 차례 고배를 마셨다.

첫 사업은 ‘통근용 전세버스’였다. 수험생 시절, 버스를 기다리는 직장인들을 보고 떠오른 아이디어다. 그러나 사업자 등록 등 규제에 부딪혀 사업이 활성화되지는 못했다. 이후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포인트 적립 서비스 ‘숨포인트’를 론칭했지만 당장의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로 소상공인들의 외면을 받았다.

다른 아이디어를 고심하던 때, 한 대형 게임사에서 사내 모바일 복지 포인트 제작을 의뢰했고 조정호 대표는 이를 계기로 ‘종이식권을 모바일로 바꾸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2014년 1월 벤디스를 설립했고 그 해 9월 현 식권대장의 모태인 ‘밀크’를 내놨다. 그리고 이듬해 배달의민족, 본엔젤스의 투자를 받아 2016년 2월 ‘식권대장’이 세상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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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삼동에 위치한 벤디스 사무실 모습. (사진=이해린기자)

 

“처음에는 종이 식권 대신 모바일로 식권을 보여주고 소진되는 간단한 앱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수많은 기업을 만나다 보니 회사마다 정책이 다르더라고요. ‘12시에서 1시까지만 7000포인트 지급’, ‘오후 1시 넘으면 소멸’, ‘한달 치 식대 한꺼번에 지급’ 등 다양한 요구가 있었습니다. ‘식대를 운영하는 종합적인 서비스가 되겠구나’ 직감했습니다.”

식권대장은 기존 장부에 적던 아날로그 식권을 모바일로 바꾼 기업용 식대관리 서비스다. 이 회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 식대 시장은 1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식권대장이 차지하는 ‘파이’도 날로 커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고객사 수 100개에 연간 거래액이 240억원을 넘어서며 월 평균 거래액이 20억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 거래액이 껑충 뛰어 1월만 30억원의 월 거래액을 달성했다.

현재 고객사는 아시아나항공, 한국타이어, 한미약품, 제주항공, 녹십자 등 160개사다. 주요 프랜차이즈 포함 1300여 개를 제휴 식당으로 보유하고 있다. 조 대표는 “사업 초기에 기업 인터뷰와 제품 개발에 올인했고, 론칭 4년차인 지금은 웬만한 식대 정책은 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됐다”고 자신했다.

식권대장은 현재 평창 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올림픽 경기장 주변 등 전국 숙소 40여 곳에 머무는 자원봉사자 1만8000여 명에게 모바일 식권을 지급하는 프로젝트다. 약 65만끼, 45억원 가량의 식대다.

지난해 12월 평창올림픽 조직위가 나라장터에 입찰 공고를 올렸고, 최종적으로 벤디스가 선정됐다. 모바일 식권이 ICT올림픽에 걸맞는다는 취지다. 이를 계기로 조 대표는 청와대 만찬에 초대받기도 했다. 조 대표는 “이번 입찰 때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올림픽이라는 큰 행사를 치르면 서비스 운영이나 안정성에 있어서 가산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자부심과 자신감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우리에겐 도전이고 의미있는 시도였고, 지금까진 잘 해내고 있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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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진행 중인 벤디스 조정호 대표. (사진제공=벤디스)

 

조 대표는 연내 월 거래액 1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지난해 초 세웠던 ‘월 거래액 30억원’ 목표는 지난달 달성했다. 그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까지 식권시장이 의미 있는 성장을 하는 게 이 사업의 핵심이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과 내부 지표를 지켜보고 있고 더 많은 사용성 개선, 제품 업그레이드 등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초기 단계다 보니 안정은 사치고 매일이 불안하지만, 기업을 만날 때마다 인지도가 상승했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는 게 그의 확신이다.

조 대표는 또 ‘식권대장이 국내 첫 모바일 식권사업’이란 자부심을 강조했다. 모바일 식권을 관리·운영하는 경험이 축적되다 보니 시행착오에 대한 대응 능력, 안정적인 운영 능력에서 경쟁업체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의미다.

지역 상권과의 호흡도 활발하다. 서비스 모델 자체가 영세한 자영업자들과 제휴돼 있기에 연로한 백반집 사장님 등 주로 소상공인들과 접촉한다. 조 대표는 “기업에서 종이 식권이나 장부를 사용할 경우 식대를 거래하겠다는 계약서를 쓰진 않기 때문에 식당 주인분들은 대부분 ‘을’의 위치에 있다”며 “식권대장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식당과 계약을 하고 안정적인 매출 유지를 도와 식당 주인 분들이 고마움을 전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벤디스의 식권대장을 키우기까지 오랜 시간 실패와 성공을 반복한 조정호 대표. 그는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한 번 해 볼까’란 가벼운 마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처음 모바일 식권을 만들었을 때, 예상과는 다르게 1년 넘게 고객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때 지레 판단하고 관뒀다면 지금의 식권대장은 없었겠죠.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면 사람들은 세상에 이게 있는지조차 몰라서 안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애초에 고객 중심으로 홍보를 하고 뛰어야 하며, 식권대장도 신뢰를 얻기까지 1년 넘게 걸린 만큼 끈기 있게 두드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해린 기자 le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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