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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뷰티 콘텐츠를 만드는 20대 헤어디자이너 ‘클로이’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배경려(클로이) 헤어루아르 대표

입력 2018-09-10 07:00 | 신문게재 2018-09-1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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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보다 빠르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거 같아요”

 

‘가로수길 클로이쌤’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헤어루아르 배경려 대표는 그가 제작한 뷰티 영상 콘텐츠가 네이버 메인에 오르며 소위 ‘대박’이 났다. 이후 국내 대형 모델 기획사의 헤어 스타일링 담당부터 각종 SNS의 수 만 명의 구독자 보유, 강남의 개인 헤어샵 운영까지 이루게 됐다. 20대의 젊은 나이로 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위치까지 올랐지만 요즘도 그는 매일 새로운 콘텐츠와 사업구상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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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루아르 대표 배경려(클로이)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 말 싫지만, 그게 제가 걸어온 길이에요”


클로이 대표는 처음부터 헤어디자이너가 돼야겠다는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다. 20살에 서울에서 살고 싶다는 일념으로 뷰티학과에 진학해 무작정 대구에서 상경했다. 이후 대학을 다니며 피부관리실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20대 초반에는 갑질이란 갑질은 다 당하면서 일했던 거 같다”며 “사투리 고치라고 지적하는 고객부터 청소 밀대를 일부러 숨겨서 무릎 끓고 온 매장 바닥을 닦게 했던 사장까지 셀 수가 없다”고 말했다.

우연치않게 ‘임금 체불’ 사건으로 헤어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그는 “청담동의 유명 피부관리샵에서 몇 달간 일한 월급을 받지 못해, 그 길로 노동청에 신고했지만 되려 업계에 소문이 안 좋게 퍼졌다”며 “그 김에 다른 분야인 헤어 쪽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한 미용실의 오픈멤버로 입사해 컨설팅 업무를 맡게 됐다. 업무에 재미를 느껴 직급도 금세 올랐다. 하지만 어린나이에 높은 직급은 같은 나이대의 다른 직원들의 시기를 샀다.

클로이 대표는 “하루는 그 미용실에서 일하던 동갑내기 직원이 저한테 ‘니가 그렇게 힘든 게 뭔데’라고 쏘아붙였다”면서 “나도 힘든데 본인만 힘들다고 하니 억울했다. 그 친구는 매일 서서 일했고 나는 앉아서 지시만 했으니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그렇게 말한 직원을 매일 관찰했고, 미용일이 재미있어 보였던 그는 그 길로 다른 미용실 인턴이 되기로 마음 먹었다.



◇“악랄한 사수 덕에 2년 만에 디자이너 달았죠”

클로이 대표는 인턴 시절 매일 하루에 한 번씩 눈물을 쏟았을 정도로 혹독한 나날을 보냈다. ‘니 밥그릇 니가 챙겨라’라는 말을 달고 살던 사수 때문에 그는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서 깨우쳐야 했다.

클로이 대표는 “그때가 인생 중 가장 힘들었다고 할 정도로 매일이 고통스러웠다”며 “악에 받쳐서 노력했던 게 결과적으로는 덕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막연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면, 사수를 만나고 구체적인 목표를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기술적으로 부족하던 인턴시절에는 친절함으로 무장해 서비스로 승부를 봤다. 그는 “그때 맺어진 고객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걸 보면 전략이 통한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런 근성 덕분에 그는 보통 3년에서 길면 5년에 달 수 있는 디자이너를 2년도 채 되지 않아 달게 됐다.



◇“디자이너 달고 영상 콘텐츠에 눈을 뜨게 됐어요”

한창 활약하던 중 잘 되던 매장이 문을 닫게 되면서 디자이너 인생에도 제동이 걸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동안 기술, 매출, 고객 수 등 모든 면에서 앞서있던 터라 업계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디자이너 1년차 때 국내 3대 헤어 체인샵을 비롯해 청담동 유명샵들까지 스카우트 제의가 왔고, 이 가운데 인턴시절 가고 싶었지만 면접에서 탈락했던 곳도 있었다.

클로이 대표는 “떨어졌던 곳에서 이직 제의가 오니 상황이 너무 아이러니했다. 죽도록 열심히 하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싶었다”면서 “하지만 자유로움을 가장 중요시 여겼기에 큰 곳으로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규모는 작지만 자유로운 곳에서 입지를 탄탄히 다져나가면서 영상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네이버에서 ‘뷰스타’라는 뷰티 콘텐츠를 만드는 플랫폼에 스타일링 영상 미션에 지원하게 됐고, 발탁돼 네이버 메인에 콘텐츠가 올라가는 영광을 얻었다.

클로이 대표는 “네이버 뷰스타에 선정된 이후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 등 SNS 구독자가 급격히 늘었고 네이버에서도 강연 요청이 오는 등 대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면서 “영상을 보고 찾아오시는 고객들도 상당히 많았다”고 말했다.

현재도 뷰티 콘텐츠 제작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으며 두 달에 한번 스타일북을 촬영해 홈페이지와 각종 SNS를 통해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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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 있는 젊은 감성을 담은 네온사인

 

◇“어린 여자애가 강남 한복판에서 무슨 샵을 열어?”

다양하고 실험적인 영상 콘텐츠를 만들면서 유명세는 더해갔지만, 주변 환경을 그런 그를 뒷받침해주지 못했다.

클로이 대표는 “그 당시 몸담고 있던 헤어샵에서는 콘텐츠 제작을 위한 비용, 장소 등을 일절 지원해주지 않았을 뿐더러 매장의 시설 환경, 다른 디자이너와의 마찰 등으로 더 이상 있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디자이너 때부터 계속 함께한 제자가 있는데, 그 제자를 이런 환경에서 디자이너로 키울 수 없겠다는 생각도 컸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독립을 결심한 그는 일사천리로 매장 오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자기자신에 대한 확신은 있었지만 부모님의 허락이 큰 난관이었다.

그는 “엄마는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을 갖고 있는지 알고 있어서 설득하기 어렵지 않았지만, 아빠는 아니었다”며 “반대할 걸 예감하고 계약까지 다 마친 상태로 아빠에게 매장을 오픈한다고 하자 ‘어린 여자애가 강남 한복판에서 무슨 샵을 여냐’고 대뜸 소리부터 질렀다”고 회상했다.

우여곡절 끝에 독립을 결심한지 3주 만에 개인샵을 열었고, 현재 10명 남짓한 직원들을 이끌며 2년 가까이 운영하고 있다.

 


◇“맨즈뷰티(Men’s Beauty)가 다음 목표예요”

클로이 대표의 다음 목표는 남성만을 위한 맨즈뷰티(남성 미용) 전용 매장을 여는 것이다. 혼자 미용실 찾기를 꺼려하는 남성 고객들이 주 타깃이다.

그는 “지금도 남자 스타일링을 하고 있고 영상 콘텐츠에서도 다루고 있지만, 남자 손님들이 적극적으로 찾아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장에 남성용 잡지를 둬도 주변 눈치를 살피며 잘 보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클로이 대표는 남자 손님들이 만화책방, PC방에 온 것처럼 놀면서 관리 받는 매장으로 만들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게임기, 만화책 등 오락 요소들을 배치해 철저히 남자 손님만을 위한 매장으로 만들려고 한다”며 “디자이너도 남자로만 배치해 손님들이 원하는 스타일도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성 헤어제품 제작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클로이 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그는 “우리 일이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다 보니 사람에게 상처받고 치이는 일이 많다”며 “고객뿐만 아니라 함께하던 직원들이 떠나가는 것도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위로와 희망을 얻는 것도 그 사람들이기에 대외적으로 유명해지는 것보다 중요하고 지키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윤 기자 jyoo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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