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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포크'에 꽂힌 영재… "말리던 부모님도 홍보맨 됐죠"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김재연 정육각 대표

입력 2018-10-22 07:00 | 신문게재 2018-10-2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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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본 -02 정육각 김재연 대표(3000_2000)
김재연 정육각 대표.(사진제공=정육각)

 

김재연 정육각 대표를 소개할 때에는 꼭 명문대 출신, 미국 국무성 초청 유학생이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닌다. 김 대표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말이다. 그는 한국 사회의 기준에서 보면 ‘엄친아’로 손색없다.

중학교를 조기 졸업한 후 한국과학영재학교를 나와 카이스트에서 응용수학을 공부했다. 여기까지도 엄친아의 조건을 갖췄다. 거기다 미국 국무성(풀 브라이트재단)이 뽑는 유학생에 선발되기까지 했다. 결국 유학을 포기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런 화려한 이력을 가진 그가 돼지고기 유통 사업을 하겠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안정적인 길을 걸어갈 수 있을 텐데 어려운 길을 택했다는 우려에서였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돼지고기를 좋아했기에 신선하고 맛있는 고기를 소비자들과도 나누고 싶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앞둔 2015년 말부터 이른바 ‘돼지고기’ 투어를 다녔습니다. 맛있다는 제주도 흑돼지 집을 찾아다니고 지리산 흑돼지도 맛보러 다녔을 정도로 좋아했지요. 하루 세 끼를 돼지고기를 먹기도 했습니다. 맛있는 돼지고기를 구해 지인에게 나눠주고 팔기도 하면서 제대로 사업을 해봐도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정말 사업을 잘 할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맛있고 신선한 돼지고기를 소비자와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2016년 2월 정육각을 세웠다. 회사 이름도 맛있는 고기의 집을 짓겠다는 뜻도 담았다. 정육각 운영 초기 어느 소비자의 말은 큰 힘이 됐다. 김 대표가 지금도 잊지 못하는 말이다.

김 대표는 “어떤 분이 내 고기 인생에서 최고의 고기를 만났다고 했는데 자신감과 함께 더 잘 해보고 싶다는 의욕을 갖게 해줬다”고 말했다. 유학을 포기했을 때 당황했던 부모님도 김 대표의 돼지고기를 ‘홍보’해 줬다.

정육각 이전과 이후에도 많은 식품 온라인몰이 저마다 장점을 내세우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었다. 정육각만의 차별화가 필요했다. 김 대표가 내민 카드는 유통 방식의 혁신을 통한 ‘초신선한’ 맛이다. 가장 신선하고 최상의 맛을 지켜줄 유통 방식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사업자가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했다. ‘내가 가장 맛있게 만든 식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해 가치를 나눠보자’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가장 공들인 점이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를 없애는 것이었다. 예전과는 다르게 현재 양돈 농장은 환경도 많이 개선돼 그로 인한 냄새 걱정은 줄었다. 문제는 냉장 유통이었다. 김 대표는 많은 연구 끝에 기존 드라이아이스 배송 방식보다 더 나은 최적의 온도를 유지시켜주는 법을 개발했다. 이렇게 소비자에게 배송되는 돼지고기는 그가 생각하는 맛있는 고기에 가장 부합한다.

“제가 보기에 좋은 고기는 냄새가 없어야 하고 육즙은 풍부해야 합니다. 돼지고기는 비계가 탱글탱글해야 좋은 식감도 느낄 수 있죠. 정육각의 돼지고기는 이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자신합니다. 그래서 정육각의 고기는 정말 다르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신선함과 일관된 맛의 유지를 위해 김 대표는 한 곳의 양돈 농장하고만 거래한다. 다른 농장에서도 납품 받아 봤지만 현재는 대구의 ‘산수골농장’의 고기만 사용한다. 까다로운 그의 요구도 이해하고 잘 수용해 주고 있다. 무항생제 인증을 받기도 했다. 그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바로 연결하는 ‘D to C’(Direct to Consumer)를 구현하고 싶었다.

김 대표는 최근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등으로 인해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지만 확산되기엔 현실적으로 과제가 많다고 밝혔다. 동물복지 사육이 좋은 점은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이는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궁극적으로 동물복지 사육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본다”면서도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층 소비자는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육각의 고기는 고품질을 자랑하지만 가격은 시중보다 오히려 싼 편이다. 유통단계의 혁신과 이를 통한 비용 절감으로, 고품질·프리미엄 식품은 비쌀 것이라는 편견을 극복해 낼 수 있었다.

젊은 나이에 축산업 경험이 없이 뛰어들어 배타적인 업계 분위기에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폐쇄적인 구조에 기존 질서가 잡힌 사육·도축·유통·판매 방식에 도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그는 ‘좋은 고기를 더 많은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가치로 견뎠다. 2년이 조금 넘었지만 이제는 업계에서도 나름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초기 돼지고기만 취급했지만 현재는 소고기와 닭고기, 달걀, 우유, 쌀 여섯 가지를 판매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도 받았다. 올 2월 라이트하우스연합펀드가 5억원을 투자하는 등 약 2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투자금은 대부분 공장을 세우는 데 지출했다.

김 대표는 회사를 키운 뒤 비싼 가격에 판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기존 유통 질서에 벗어난 신선한 맛을 지키고 더 많이 나누기 위해서는 그의 뜻을 바탕으로 경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정육각 소비자들의 요구가 큰 영향을 끼쳤다. 적지 않은 소비자는 정육각의 가치와 서비스가 지속성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요구한다. 그도 더 좋은 식품을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한다는 생각이 있으므로 회사를 가능한 한 계속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정육각이 펼치는 서비스를 더 많은 소비자들이 알아주고 공감해 주면 좋겠습니다. 식품을 통해 우리가 전달하고 싶은 가치를 느끼도록 노력할 겁니다. 정육각 운영은 더 이상 하고 싶은 일이 없을 때까지는 계속할 겁니다. 다행히도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습니다.”

이원배 기자 lwb2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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