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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장애인과 함께하는 세상, 절대 포기하지 않아요!”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김서정 ‘드림온 아트센터’ 대표

입력 2018-11-05 07:00 | 신문게재 2018-11-0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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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정 대표
김서정 대표

“장애인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해요. 그래야 밝은 사회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장애인이 성인이 되면 스스로를 집안에 감금해요. 세상의 시선이 불편해서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것보다 집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게 더 큰 문제예요. 나오지 말라고 한 사람은 없지만 나올 수 없는 사회인 것이죠.” 


‘드림온 아트센터’ 김서정(56) 대표는 대학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졸업 후 공무원 생활을 하며 결혼을 했지만, 출산으로 일을 그만둬야 했다. 첫째 딸이 자폐성과 청각장애를 가졌기 때문이다. 당시 특수학교에서도 교육불가등급 판정받았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특수학교에 입학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렇게 장애아의 엄마로 30년을 살았다.

더구나 딸과 아홉 살 터울인 막내아들 역시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하지만 엄마는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누구보다 강해야만 했다. 세상의 편견과 맞서다 보니 첫째 딸은 올해 30살이 됐고 아들은 어엿한 대학생이 됐다.

“장애인 같은 보호대상자도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할 수 있어야 사회가 안고 갈 짐이 가벼워지는 건데 그런 부분에서 우리나라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봐요. 사회가 가진 사람과 대기업에 관심을 집중하고 건강한 아이 똑똑한 아이에게 집중하지만 이렇게 연약하고 아프고 장애가 있고 가난한 이런 쪽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죠.”

그래서 김 대표는 평범하지만 위대한 꿈을 꾼다. 성인이 된 장애인들이 집 밖을 벗어나 좋아하는 것을 배우며 살아가는 것. 일반인에게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이는 모든 장애인의 꿈이자 그 부모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대학시절 전공을 살려 10년 전부터 준비한 일을 착착 진행해가고 있다. 김 대표의 꿈이 가을 열매처럼 영글고 있다.  

 

드림온콘서트
지난 8월 18일 ‘드림온 콘서트’에서의 공연 모습.



◇장애인들이 꿈꾸는 세상 ‘드림온 콘서트’

김 대표가 운영하는 ‘드림온 아트센터’는 장애인 치료를 통해 재능발굴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곳이다. 2016년 12월에 서울 양재동에서 시작해 지금은 경기도 성남과 광주에서 20여 명의 장애인들이 자신의 꿈을 만들어 가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장애인 친구들은 적성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기본 춤사위를 배우고 익히는 한국무용에서 신체균형과 스트레칭 훈련을 병행하는 기초발레, 장구와 모듬북, 타악기로 설장구와 난타를 배울 수 있는 사물놀이 등등 모든 것은 치료이자 훈련이고 놀이가 된다.

이 아이들이 모여 공연을 했다. 뜨거웠던 지난 8월 18일 ‘분당소극장’의 열기는 더욱더 뜨거웠다고 한다. 공연 이름은 ‘드림온 콘서트’. 장애 아이들이 모여 그간의 실력을 뽐내는 자리가 아니다. 자그마치 ‘장애인 문화 예술 평생교육원 건립기금마련’을 위한 콘서트를 개최한 것이다.

“성인이 되면 장애인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대한 교육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아요. 주민센터나 평생교육원에는 문화아카데미가 넘쳐나지만, 장애인을 위한 강좌는 찾아보기 힘들어요. 장애인 문화예술 평생교육원 건립이 필요한 이유죠. 이런 교육원이 곳곳에 건립되면 장애인도 집 밖에서 취미생활을 즐기고 보다 많은 교육 기회를 받을 수가 있어요.”

김 대표의 말처럼 건립 취지가 좋아 얼굴이 알려진 몇몇 유명 연예인도 콘서트에 함께했다고 한다. 이날 방송인 표인봉 씨가 MC를 맡고 김원희, 김용만 씨와 가수 박지헌 씨 등이 재능기부가 이어졌다. 그러나 조그만 소극장에서 열린 콘서트다 보니 남는 돈은 없었다고. 단 소중한 용기를 얻은 게 크다. 함께해준 연예인들도 끝까지 함께 하기로 했다. 내년 4월 6일에는 무대를 좀 더 키워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을 한다. 방송인 표인봉 씨와 김 대표가 콘서트 연출·기획을 맡고 기금은 새누리장애인부모연대 등에서 관여하기로 했다.

“국가와 사회에 무턱대고 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원을 만들어달라고 요구를 할 수는 없어요. 저희도 준비해야죠. 예를 들어 국가나 기업 등에서 도움을 받더라도 리모델링 같은 비용은 우리가 해결하려는 거예요. 장애인도 기회를 주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자리인 거죠.”
 

김서정 이지환
김서정 대표와 이지환 군이 공연후 기념좔영을 하고 있다.

 


◇ “포기하지 않으면 재능이 보여요”

장애인 교육은 처음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고 여기서 어느 단계를 넘어서면 일반인 못지않게 전문성을 보이다고. 그러나 세상은 아무도 그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음악수업이든 미술수업이든 다 치료와 연결돼 있어요. 음악치료를 하다가 특별한 재능을 발견하기도 하고요 정서치료 끝나고 미술치료로 방향전환 했을 때 거기서 재능이 폭발할 때도 있어요. 춤을 가르치면 사물놀이, 난타 이런 데서 리듬감을 폭발하기도 해요.”

이지환(고2) 군이 그렇다. 이 군은 부모와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박자감이 있고 장단을 잘 맞춘다는 소리에 한국무용을 시작했지만, 처음에는 손목을 돌리고 미는 기본 동작마저 전혀 안 됐고 설명을 해도 알아듣지를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꾸준한 연습과 관심이 이 군을 바꿔놨고 이제는 각종 무용대회에서 금상과 대상을 받는 것은 물론 장애인시설에서 초청을 받아 공연 하며 같은 장애인 친구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고 있다고 한다.

“이런 아이들이 예술은 대학 졸업하듯 4년 후 끝나는 게 아니에요. 평생을 즐길 수 있고 이를 통해 세상을 누릴 수 있는 통로가 되는 것이지요. 제가 아트센터를 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세상을 원망하기보다 자기 몫을 할 기회를 주는 것이지요.”

그리고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덧붙였다. “장애인 부모님들! 포기하지 마세요. 어떤 장애가 있던 숨을 쉬고 있는 한 포기하지 않으면 할 수 있어요. 포기할 생명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어요. 우리한테 그럴 권리도 없어요. 장애인도 누릴 수 있는 행복은 누려야 하잖아요.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양세훈 기자 twonew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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