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Encore Career(일) > Challenge(창업‧창직)

[비바100] 경제학박사·작가·유튜버… 여의도 ‘핵인싸’ 이코노미스트 홍춘욱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도전은 끝이 없다" 홍춘욱 박

입력 2019-05-28 02:00 | 신문게재 2019-06-10 17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경제학 박사, 26년차 이코노미스트, 10권이 넘는 책을 쓴 작가, 20년차 블로거, 구독자 2만명을 거느린 유튜버 등 그를 설명할 수식어는 차고 넘친다. 그는 다양한 수식어만큼이나 이력도 화려하다. 그러나 지난달 벚꽃이 한창일 무렵 그의 이력에 변화가 생겼다. 이번엔 ‘프리랜서’다. 그 새로운 발걸음 뒤엔 뭔가 있을 것 같은 궁금증에 여의도의 ‘핵인싸’(아웃사이더와는 다르게 무리 속에서 아주 잘 지내는 사람)인 그를 만났다.



◇ Bye 여의도…“여전히 새벽 3시면 눈떠요” 


홍춘욱_1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주식시장이 마감하기도 전인 평일 낮 2시, 정장이 아닌 편안한 차림의 홍춘욱 박사와 처음 마주했다. 수십 년간 경제 분석을 업(業)으로 한 사람인 만큼 날카로운 인상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안경너머의 서글서글한 눈웃음이 인상적이었다. 인터뷰 전 부인과 점심 데이트를 하고 오는 길이라며 근황을 전했다.

홍 박사는 지난 4월4일자로 3년간 몸 담았던 키움증권을 그만뒀다. 리서치센터의 투자전략팀장이었던 그는 근 26년간 해온 일과 조직생활에 지친 시기였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그와 만난 날은 퇴사한지 한 달이 꼬박 넘었을 무렵이었지만, 아직도 그는 미국 증시를 챙겨야 하는 새벽 3시에 본능적으로 눈을 뜬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새벽 3시부터 시작되는 일과에 아이들 자는 얼굴밖에 보지 못하고 와이프와는 사실상 주말부부나 다름없었다”는 그의 말에서 퇴사의 여러 이유 중 하나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애널리스트의 고충으로 그는 ‘전망이 틀릴 때’를 꼽았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연내 금리인상을 몇 회 할 것인가 대표적인 예다. 그는 “단편적으로 횟수만 보면 틀린 전망일 수 있지만 근거가 되는 내용을 들여다보면 틀린게 아닌게 된다”며 “그런 한계에 부딪칠 때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 “‘초딩 아들’과 ‘hater’들 때문에 유튜브 시작했죠” 


제목 없음
‘홍춘욱의 경제 강의 노트’ 유튜브 채널 대문

 

홍 박사는 ‘홍춘욱의 경제 강의 노트’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구독자가 2만명을 넘어서며 여타 증권사 유튜브 채널보다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유튜브에 빠지게 된 계기에 대해 “지쳐서 시작했다”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대답을 꺼냈다. 그가 지친 두 가지 중 하나는 초등학생 둘째 아들이다. ‘책 한 권보면 유튜브 30분’이라는 당근을 꺼내들어야 하는 전형적인 ‘요즘 초딩’인 둘째 아들로 인해 접한 유튜브는 굉장히 이상한 세계였다고 그는 말했다. 클래식을 좋아하다보니 공연 영상을 보게 됐고 보다보니 버스킹 하는 사람도 만나게 되고, 화장 잘하는 사람도 만나게 되는 곳이 유튜브였던 것이다.

그가 지친 다른 하나는 헤이터(hater·비방하는 사람)였다. 그는 “글로 사람들 모두를 설득하기가 어려웠다. 글을 다 읽지도 않고 논쟁하려는 사람들에게 말로 하는 것에 지쳤다”고 말했다. 홍 박사는 “시장을 전망하는 사람 입장에서 근거를 잘 달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것이 당연했고, 근거 없는 말을 해서 틀리면 평가를 받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유튜브는 달랐다”며 “유튜브는 근거가 부족해도 선정적이고 세게 말할수록 주목받는 세상이었다”고 설명했다.

평소 대중들과 교류하지 않으면 새로운 아이디어는 없다고 생각한 그답게 “유튜브가 지금 가장 핫(hot)하다면 나도 해봐야겠다. 하지만 hater들과 달리 논문과 같은 좋은 자료를 바탕으로 근거 있게 소개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유튜브에 접근했다.

그의 이런 생각은 키움증권 시절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실제로 키움증권은 유튜브에서 2만4000명이 넘는 구독자와 6000개가량의 동영상으로 증권사 중 가장 활약하고 있다. 이밖에 그는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서도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대표적인 명함 어플리케이션인 리멤버에서 아침 8시 직장인들을 위해 경제뉴스를 쉽게 풀어주고 있다.


◇ 11번째 책 ‘돈의 역사’…“북마크의 결과물” 


KakaoTalk_20190514_200418874
홍축욱 이코노미스트의 11번째 책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사진=이정윤 기자)

 

최근 홍 박사는 11번째 저서인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를 출간했다. 2000년 주식투자분석 책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쉴 틈 없이 책을 써온 셈이다. ‘돈의 역사’는 출간 된지 2주 만에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증쇄에 들어갔다. 여러 책을 쓴 그지만 이런 빠른 반응은 처음이라고 했다. 요즘 기분을 묻자 “묘하고 남의일 같다. 얼떨떨하다”며 “사실은 오늘도 오기 전에 광화문 서점에 가서 책의 안부를 확인하고 왔다”며 웃었다.

인터뷰하는 틈틈이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들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뭔가를 적었다. 홍 박사는 1999년부터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글감을 모으고 북마크를 갈무리하고, 재미있는 논문을 올리고 이에 대한 의견을 쓰면서 글 쓰는 것이 재밌어진 전형적인 ‘글쟁이’다. 그는 이번 책을 북마크 대방출의 결과물이라고 정의했다. “제 책은 독창적이라기 보단 20년 동안 북마크 해놓은 것을 흐름으로 잘 연결시켜놓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사실 책 한권 쓰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책 ‘돈의 역사’는 그가 걸어온 발자취 그 자체다. 대학 때 사학과를 다녔고 대학원에서 계량경제사로 공부를 이어간 그에겐 역사와 돈의 결합은 낯설지 않은 주제였다. 1부 나폴레옹 전쟁과 중앙은행 출현부터 7부 한국의 1997년 외환위기까지 중요 경제사가 가득하다. 그는 서문에서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 ‘세계 역사를 바꾼 중요 사건의 배경을 살펴봄으로써,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이해의 폭을 넓혀보자는 것’이라고 말한다.


◇ 많은 수식어 중 마지막으로 남고 싶은 건 ‘작가’

홍 박사는 내년쯤 차기작으로 1997년 한국 외환위기 이후 이슈들에 대해 다루는 ‘돈의 역사 현대판’을 출간하고 싶다는 계획을 슬쩍 흘렸다. 그는 “희망이 있다면 다음 책은 번역해서 영어권에서도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튜브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그에게 향후 유튜버로서 활발히 활동할 계획은 없냐고 묻자 “콘텐츠가 좀 더 쌓이고 다음 직장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나면 1인 미디어처럼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홍 박사를 표현하는 수식어는 많다. 하지만 그는 그 중에서 마지막은 ‘작가’로 남고 싶다는 바람을 남겼다. 조만간 그는 금융권이 아닌 곳에서 또 다른 시작을 한다는 말을 남긴 채, 둘째 아들 하굣길에 함께 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이정윤 기자 jyoon@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