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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청각장애 뛰어넘어… 실력·친절·서비스로 소통했죠"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최예나 스타벅스코리아 더종로R점 부점장

입력 2020-11-30 07:30 | 신문게재 2020-11-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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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최예나 청각장애인 부점장
스타벅스 더종로R점 최예나 청각장애인 부점장.(사진제공=스타벅스코리아)

 

누구나 ‘차별 없는 세상’을 말하지만 정작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남성과 여성,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에 대한 차별만큼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나가기 위해 정부나 기업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서비스업은 장애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편견에 맞서 당당히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장애인 바리스타가 있다. 그 주인공은 스타벅스코리아 ‘더종로R점’의 부점장인 최예나(28)씨다.

최 부점장이 근무하는 ‘더종로R점’은 국내 스페셜티 경험 확대를 위해 스타벅스코리아가 2016년부터 특화한 매장으로, 바리스타와 고객 간의 긴밀한 소통을 중요시하는 스타벅스의 경영철학이 그대로 표현된 개방형 구조가 특징이다.

언뜻 생각하면 ‘장애인이 부점장을 할 수 있을까?’, ‘주문할 때 불편하지는 않을까?’ 등등 생각이 앞서지만, 최 부점장은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을 뛰어난 실력과 친절함, 서비스 정신으로 이겨내고 당당히 전문 바리스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6살 때 원인을 알 수 없는 소음성 난청으로 청각장애가 있었지만, 누구보다 환한 미소를 띠며 말하는 그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신 많은 분들의 응원과 배려 덕분에 지금의 자리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국내 최대규모의 매장에서 일하는 기회가 주어진 만큼 더 많이 배우고 업무 능력을 키워 점장으로 승격해 ‘점장이 되어서도 이렇게 잘 하는구나, 장애인도 잘 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꼭 보여드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시 복지상 수상한 청각장애인 부점장 최예나 파트너
서울시 복지상 수상한 청각장애인 부점장 최예나 파트너.(사진제공=스타벅스코리아)

 

2015년 슈퍼바이저를 거쳐 2018년 부점장으로 승진한 최 부점장은 청각장애는 서비스업에 맞지 않는다는 사회적 편견을 깨고자 매일같이 발성과 발음 연습을 해왔다. 그런데도 자신의 노력보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 자리에 올라올 수 있었다며 감사하는 마음도 잊지 않았다.

때때로 ‘죄송합니다. 제가 청각장애인 파트너라서요. 다시 한 번만 말씀해주세요’라고 설명해 드려도 불편해하거나 짜증을 내는 고객들이 종종 있어 난감하고 상처도 받았지만, 이런 그가 다시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던 건 바로 고객과 파트너들이었다며 감사함을 표현했다.

최 부점장은 “파트너가 희망하는 경우, 청각장애인 파트너 배지를 앞치마에 달고 근무를 할 수 있어 다행히도 고객들이 많은 부분 이해해주시며 저와 소통해주시고 있다”며 “어떤 고객님들은 배지를 발견하고는 발음을 더 정확하게 해주시거나 천천히 말해주시고, 제가 주문을 한 번 더 확인할 때도 귀찮아하지 않으시고 이해를 해주셔서 큰 어려움 없이 근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가 필수가 된 상황에서 입 모양으로 주문을 확인할 수 없어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황도 종종 있지만, 고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문을 다시 한번 확인하거나 다른 파트너들의 도움으로 고객들이 만족하는 매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리저브매장
스타벅스 리저브매장 ‘더종로R점’ (사진제공=스타벅스코리아)

 

이런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최 부점장이 스타벅스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커피’ 덕분이다. 대학 시절 내내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커피를 좋아하게 됐던 최 부점장은 스타벅스 입사 후 전문 바리스타 교육을 받으면서 더욱더 커피를 좋아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 부점장이 일하는 리저브 매장은 전 세계적으로 극소량만 수확해 한정된 기간에만 경험할 수 있는 남부 탄자니아의 고지대 커피콩부터 자메이카의 블루 마운틴 등 스페셜티 커피는 물론 풍부한 아로마를 느낄 수 있는 ‘클로버’, 풍부하면서도 섬세한 아로마가 매력적인 ‘사이폰’, 부드럽고 은은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푸어오버 핸드드립’ 등 6가지 추출 방식까지 선택해 한 잔의 리저브 커피가 제조되는 전 과정을 고객들이 확인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약 800개 정도의 지정된 매장에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각 커피 원두의 특징은 물론 추출 시스템에 대해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 바리스타들에게 쉽지 않은 업무지만, 최 부점장은 커피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어 즐겁게 일하고 있다.

좋아하는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좇아가다 보니 어느 덧 관리자 직책까지 오른 최 부점장은 앞으로 다른 파트너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는 관리자로서의 자신의 미래를 그려가고 있었다.

이외에도 최 부점장은 2016년 서울시·EBS·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장애 인식개선 캠페인 영상에 청각장애인 바리스타로, 2018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연계한 ‘장애인고용촉진을 위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영상 제작 참여하는 등 장애인 인식개선과 편견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도 사회적 편견을 깨고자 2007년부터 장애인 채용을 시작해 분기별로 장애인 바리스타 채용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11월 현재 기준 청각·지적·지체 등 404명의 장애인 바리스타가 근무 중이다. 이는 중증 장애를 2배 수로 하는 법적 장애인 수 기준으로 전체 임직원 대비 4.2%의 고용률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차별 없는 승진 기회를 부여해 현재 50명이 중간 관리자 직급 이상으로 재직하고 있다.

 

스타벅스 최예나 청각장애인 부점장
스타벅스 최예나 청각장애인 부점장 (사진제공=스타벅스코리아)

 

또한 스타벅스코리아는 채용 이후에도 바리스타 직무 적응과 안전한 근무를 위해 장애인 인사관리 담당 파트너가 수시로 면담을 진행하며 장애인 파트너들이 안정적으로 업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스타벅스 코리아 최초의 청각장애인 점장인 권순미 점장이 2018년 장애인고용촉진대회에서 장애인 근로자 유공자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지난해에는 장애인 인사관리 담당자인 파트너행복추진팀의 박종환 파트너가 장애인고용촉진 정부포상 업무유공자 표창을 받기도 했다.

최 부점장은 “그동안 ‘내가 누군가에게 모범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지만, 장애인 파트너가 도움을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며 “‘장애인이 바리스타가 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나보다 오히려 나를 인정해주고 기회를 준 스타벅스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부모님이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셨기 때문에 제가 자신감을 갖고 일을 할 수 있었다”라며 “앞으로도 ‘노력해서 안 되는 것이 없다’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고 더 많이 경험해 제가 받았던 도움을 다시 베풀면서 더욱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환한 웃음으로 대답했다.

양길모 기자 yg10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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